자살역병

후기 및 통합본

by 설규을

후기.

첫 소설이 끝났습니다. 에세이만 단편적으로 툭툭 내뱉듯이 썼지, 쭉 힘있게 밀고 나가는 글을 써본 거는 처음인거 같네요. 제가 그동안 쓴 글들은 기름을 짜듯이 좁은 원통에 모든 것들을 켜켜이 쌓고 위에 있는 무거운걸로 누르는 글이었습니다. 무엇인가 한꺼번에 쫘악 나오지만, 차근차근 빌드업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자살역병"은 소설 5단계를 지키며 '빌드업'이란 걸 연습하면서 썼습니다. 발단-전개-위기로 고조되는 갈등이 절정에서 꼭대기에 다다르고 결말에서 갈등이 풀어지도록요. 설득력을 담으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짜치는 점이 많다면 제 글솜씨의 부족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꽤 재밌었고 앞으로도 종종 쓰고싶습니다.


제가 정의하는 단편은 점들을 잇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별자리처럼요. 너무 멀리 떨어진 것들끼리 엮으면 억지를 부리는 것이고, 너무 가까이 떨어진 것들을 엮으면 당연시 되니 재미가 없겠지요. 이번 단편의 파편들은 두 개였습니다. "코로나 19같은 역병이 다시 퍼지는데, 이게 만약 심리적으로 점염이 된다면?" 그리고 "실업률+취업률이 왜 1이 안 되는게 상식적이지 않고 도대체 쉬었음 청년이라는 카테고리는 무엇인가?"

아마도 "자살역병"에 이 파편들의 spicy가 너무 강하게 혹은 너무 약하게 담겨있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저 해태 그림은 제 어머니께서 그린 것입니다. 어머니의 그림솜씨는 못 받았으나 글 솜씨는 10%정도 받은 것 같네요.


0장. <아들 구보씨의 반나절>

어머니는

아들이 제 방에서 나와, 현관 끝에 놓인 구두를 신고, 현관으로 향하며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어디 가니?"

대답은 작은 소리로 들렸다.

"멀리 가요."

아파트는 복도식 현관으로 된, 오래됐지만 관리가 잘 된 편이었다. 주위에 학생들도 많았고,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일명 초품아 라고 할 만큼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아들은 복도에 살짝 기대어 창밖을 봤다. 흐리지도 맑지도 않은 날씨, 딱히 특색은 없는 날씨였다. 떠들썩한 교복 입은 학생들이 내뱉는 과한 추임새가 아들에게도 들렸다.


"야 이거 봤냐?"

"뭔데 이게!!"

"이거 봐봐"

"진짜 재밌네"


쿵하는 소리가 학생들 근처에서 떨어졌다. 70Kg의 남자가 땅바닥과 만나면서 나는 소리, 붉은 꽃잎처럼 흩뿌려지는 피, 180cm의 체구가 땅으로 끌어당겨질 때의 잔상들 모두가 처음 마주하는 것들이지만, 원인은 하나였다. 투신자살. 한 시간도 안 돼서 어머니는 아들의 파편화된 시신 위에서 울부짖었다.


1장. OECD 1등.


대한민국이 OECD 1등인 항목들이 몇 개 있지만, 자살률도 그중 하나이다. 자살률 N은 1년에 10만 명당 N명이 자살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OECD 평균 자살률은 11.1명에서 10.6명이지만,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9.6명이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2배 정도 더 높은 숫자로 죽고, 완연한 봄에 많이 죽는데 그중 5월이 피크이다. 연령대 별로 나누면 80대가 제일 높다. 이는 15대 대통령부터 시작돼서 현 24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지속된 불명예 중 불명예이다. - 김아영, 학생기자.


유력 일간지의 기자였던 상훈은 아침 커피와 함께 본지의 기사 한 꼬다리를 읽었다. 진부한 주제인 대한민국의 자살률이었다.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등 된 지가 몇 십 년인데, 기사가 진부하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사실도 읽어보니 신선했다.

'5월에 많이 죽네? 겨울에 우울하게 있을 때는 자살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상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생각했다.

'우울은 자살할 의지조차 꺾는 건가? 자살은 의지 많은 사람의 적극적인 선택인가?'


나름 철학적인 명제를 떠올린 상훈은 들어오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천천히 일어났다. 오늘 주간 미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간 미팅의 형식은 한 명씩 나와서 발제를 한다. 중장기 프로젝트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간략하게 혹은 무게감 있게 발표하는 것이다. 곧 있을 한반도 통일, 미국의 달러화 위기, 중국의 내분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훈도 기후위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브리핑했다.

"오존층의 두께 추세 분석을 하니 다시 오존층이 구멍이 뚫렸다는 추측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팀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별다른 코멘트를 안 했다.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아영님도 발표하시죠."

"네, 저는 제2의 코로나가 터졌을 때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겠습니다. 발병통계의 신뢰성, 병상을 비롯한 의료체계의 가동성 등에 대해서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팀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물어봤다.

"코로나면 거의 15년은 됐을 텐데, 그건 왜 보려고 하죠?"

팀장의 무표정한 얼굴과, 그에 상반된 질문을 듣고 상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팀장의 관심 섞인 질문이라,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네.'

"앞으로 이 질병에 잘 대처하는 게 나라의 존망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사회갈등에 관한 근본적인 역린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그래요, 잘해봐요. 다들 다음 주 같은 시각에 뵐게요."


잠깐 멍 때리던 상훈은 동료들의 일어서는 움직임을 보고 본인도 나갔다.

문을 잡아주며 아영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진부한 거 같아요."

아영은 상훈을 쳐다봤다.

"일단 걸어가면서 이야기하시죠."

아영과 상훈, 상훈과 아영은 기자실로 가는 복도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진부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죠. 모든 오리저널리티는 진부함에서 온다라고 생각해요. "

"맞아요, 사실 제 주제가 더 진부한 거 같았어요. 혹시 코로나 때 겪은 일이 있나요? 그땐 초등학생이었죠?"

"네, 제 주위의 어르신들은 다 건강했지만, 사회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세대를 나누는 이벤트가 있잖아요, 저희 때의 코로나, 저희 바로 윗 세대의 IMF와 그 윗 세대의 민주화와 군사독재 등등처럼요. 그리고 노인인구가 현재 훨씬 많은 상황에서 다시 코로나 같은 게 발생하면, 대한민국이 버틸 수 있을까요?"

어느새 본인 자리 책상에 도착한 상훈은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하면서 말했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는 것에 동의하나,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네요."

아영은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그 정도 코멘트면 저에겐 용기로 다가오네요."


퇴근 무렵, 상훈은 본인의 아파트 단지에 다가가자 묘하게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꼈다. 그는 웬만하면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갔었지만 변덕이 생긴 상훈이었다. 그대로 우회전을 하여, 단지 안을 돌려고 했다. 직전에 있던 떠들썩함의 원인은 모르겠으나, 그게 불러일으킨 결과는 명확했다. 소방차와 경찰차 두 세대가 단지 내에 있었다.

길을 따라가던 상훈은 그로 인해 앞이 막혔다. 차에 비상등을 켜고 내렸다. 깜빡이는 비상등을 등졌던 경찰 A씨는 비상등을 마주하며 상훈에게 살짝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긴 못 지나가니까, 차 돌려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세요!"

"무슨 일이에요? 저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에요."

"사람이 투신했어요. 조사 결과 자살인지 타살인지 불명확해서 수사 중입니다."

"투신이요? 누구요?"

"그건 말하기 곤란하고요, 일단 차 돌려서 나가주세요."

상훈은 노란색 띠를 보며 상반된 생각을 했다.

건수가 생겼다는 것과 그 건수가 평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자살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었다.


집에 도착해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모니터로 유튜브를 틀었다. 그러면서 본인의 휴대폰을 봤다. 5월 1일 저녁 6시 25분. 5월 달이었다.

'투신자살이려나, 5월 달에 많이 죽는다는데.'

이윽고 다시 생각을 했다.

'자살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니깐.'


2장. 통계란

"통계란 무엇일까요?"

공무원 준비할 때 강사가 물었던 질문이었다. 나른한 봄, 춘곤증이란 말이 교실을 강타한 서울 X구였다. 지혜는 질문을 듣고 즉각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정직입니다. 통계는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대답이에요,신뢰성에 관해서는 자료로부터 얻어지는 신뢰성과 지표의 객관성도 있겠죠. 지표의 객관성에 대해서 충분히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로부터 얻어지는 신호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겠죠. 예를 들어 실업률과 취업률은 청년 숫자 들 중에서 ...."

지혜는 몇 년전에 논란이 크게 일었던 실업률과 취업률을 기억했다. 그 지표들의 분모와 분자는 여러 정치적인 의지로 인해서 신뢰성을 잃어버렸다.

'취업률 더하기 실업률이 1이 안 되는 것부터 상식적이진 않았지.'

강사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지만 자료 자체에 왜곡이 없어야겠죠. 만약 원 데이터, 즉 숫자에서도 왜곡이 있고, 그걸 표현하는 지표에도 왜곡이 있다면, 통계는 무의미할 정도로 혹은 무의미보다 더 나쁠 수도 있습니다. 현실을 왜곡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만드니까요. 한번 이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고, 다음 주에 뵐게요.“


계절이 6번 정도 흐른 지금, 지혜는 국가데이터처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수 많은 데이터들이 오고 가고, 그걸 지표화 시키고 세상에 공개한다. 딱히 국가데이터처에 근무하려고 바란 것은 아니나, 대전 출신인 지혜는 겸사겸사 좋았다. 국가 데이터 처는 이전의 통계청과 같은 기간으로 총 세 가지 분과로 나뉜다. 경제통계, 농어업통계, 그리고 사회통계이다. 지혜는 경제통계를 바랐으나, 운은 대전에 있는 국가데이터처를 배정받는 것에 다 썼는지, 사회통계에 배정받았다.

어느 날이었다. 국가데이터처에서의 자살통계가 보건복지부에서 다뤄져야한다는 논의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나왔다. 자살률에 대한 백년지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다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국가 데이터처가 다루는 것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자료들이다. 한 달치가 아니라, 몇 분기, 몇 반기 혹은 몇 년씩의 데이터를 종합해서 추세를 공유하는데, 자살률이 그렇게까지 중요한가 싶었다. 이미 자살률이 심각한거는 다 아는데, 보다 빠르면서 가벼운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살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국회에서의 사소한 논의는 지혜와 관련이 없진 않았다. 과장이 지혜에게 자살률 최근 몇 달치 통계를 맡겼다. 취업률, 실업률처럼 투명한 지표인 자살률. 10만명당 몇 명이 죽었는지를 말하는 자살률은 전체 자살 숫자에 대략 500으로 나누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30쯤이 나온다. 각 지방 경찰청들에 자살자료 제공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일주일 정도 후에 자료를 받은 지혜는 차근차근 조사했다. 한 사람의 자살에는 여러가지 숫자들이 붙는다. 고인의 나이, 성별, 자살이라는 비극의 날짜, 장소 등등이다. 지혜는 한 사람의 다채로운 인생이 여기서는 최XX(대전, 65)로 기록되는게 안타까웠다.


지혜는 조사를 하면서 의구심을 품었다. 데이터가 생각보단 달랐다. 너무 국지적이었다. 일반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과 노인인구가 많은 곳의 교집합에서 자살이 많이 일어난다. 그게 “상식”이었는데, 지금은 이상했다. 젊은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과 지근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자살했다.

“혹시 자살률 관련된거 해보신 적있어요?”

지혜는 옆 동료에게 물어봤다.

”아니요, 근데 복잡하진 않을텐데요?“

”네 복잡하진 않은데, 이상해서요.“

”어떤게 이상한가요?“

"자살한 사람들 위치를 보면, 같은 대전에 묶이죠. 근데 자세히 주소단위로 보면 너무 가까워요. 아파트에서 누가 죽으면 옆 동에 있는 사람이 죽는 상황이에요."

지혜의 말을 듣는 동료 A는 찬찬히 봤다.

"그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 통계의 일반적인 해석은 자살을 목격한 사람들의 심리적 충격이 자살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어떠한 욕구와 의지를 자극하는 걸로 봐요."

"그렇군요."

지혜는 A의 지극히 평범한 반응을 보고 차분해졌다. 확실히 요즘 자살은 특별한 소동은 아니었다.

'하긴 나 같아도 옆동에 누가 자살하는 거 보면 충격을 받긴 하지. 뉴스에서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 죽는 것이니까.'

지혜는 베르테르 효과를 떠올리며 검색을 해봤다.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은 인물이 자살했을 때, 그를 모방해 잇따라 자살을 시도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모방자살'이라고 한다."

지혜는 기지캐를 켜며 이 통계를 가볍게 해석하려고 했다.

'자살은 모방이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퇴근을 위해 일하던 지혜는 오늘 밤 퇴근이 멀었다는 것을 점차 깨닫았다.

전국에서 모인 자살한 사람들의 정보들, 나이, 사회적인 상황, 위치 등등은 기시감이 들만큼 이상했다.

너무 많이 죽었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정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좁은 공간내에서의 최초 자살자의 위치와 다음 자살자들의 위치는 강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어.‘

지혜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거리를 제외한 지표들에 대한 무작위성과 자살자들 간의 거리에 대한 강한 상관관계'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자살이 역병처럼 퍼지고 있어'


3장. 두 가지가 궁금하네요

"두 가지가 궁금하네요. 정말 자살이 역병처럼 퍼지는 게 맞는 것인지 그리고 그렇다면 그걸 방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요. "

대통령은 감정 없이 사무적으로 방금 들어온 보고에 대해서 물어봤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역병이 퍼졌다도 아니고, 자살률이 사회적인 요인으로 증가한다는 것도 아니고, 자살이 역병처럼 퍼진다는 게 상식적이진 않았다.

"국가 데이터처에서 면밀히 분석한 결과, 두 가지가 크게 관찰됩니다. 첫 번째로는 자살률 자체가 크게 늘었습니다. 평균적으로 10만 명당 29명이던 자살률이 10만 명당 80명으로 세 배로 늘었습니다. 두 번째로 연쇄적인 자살입니다. 어떤 사람이 처음에 자살을 하게 됐을 때,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살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고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하나의 요인인 자살자들 사이의 거리만 제외하면."

"그래서 역병, 아니 감염병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나요? 나 같아도 내 주위에 사는 사람이 죽으면 심리적으로 동요될 텐데요."

"자살한 사람들은 개인의 환경에 맞춰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살하곤 합니다. 근데 여기서는 전부 투신자살입니다. 이상현상입니다."

대통령은 이상한 상황에 말을 멈췄다. 몇 가지 키워드만이 그의 머릿속에서 정리됐다.

'자살, 감염병, 지근거리, 투신자살'

"그렇다고 치면 어떻게 방역을 할까요? 호흡이나 피부상의 감염인가요? 성병인가요?"

"성관계로 인한 접촉은 아닌 것 같고, 현재 수인성 감염병으로 파악 중입니다. 일단은 사람들과의 신체적 접촉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쪽에서 보낸 생물학적인 테러일 수도 있겠죠?"

"현재 파악 중입니다. 결정은 대통령님께 달려있습니다."

대통령은 허리 굽힌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결정은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저 말이 참 잔인했다. 내 결정들로 나라를 움직인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지만, 막상 이 위치에 도착하고 나니 대통령은 참으로 어려운 자리였다. 대통령은 며칠 전 본인의 일기에다가 앞으로 2년이 더 남았다는 생각에 토할 것 같다고 남길 정도였다.

"국가데이터처 처장, 질병관리청 청장, 보건복지부 장관, 경제부총리 여기로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하세요."

대통령은 그리고 다시 말했다.

"비상국무회의를 열게요. 나머지 국무위원들도 그냥 빠르게 오라고 하세요. 마스크 쓰고 오라고 하고요."


상훈은 대국민담화에 아영과 함께 참석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이 발표를 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 릴레이 정상회담에 대한 브리핑을 마쳤던 이후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다시 오는 춘추관은 아니었지만 그땐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었다. 아영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상훈에게 말했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어떤 점이요?"

"모르겠어요, 인테리어가 바뀐 건가? 묘한 기시감이 들어서요."

"데자뷔 아니에요?"


아영은 상훈을 노려봤다. 상훈은 머쓱해하며 다시 랩탑으로 웹서핑을 했다.

그때 대통령이 춘추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제야 상훈은 방금 아영이 한 말을 이해했다.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어?"

상훈은 본인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지금 정부 사람들 다 마스크 쓰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상훈은 코로나 때를 떠올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었다. 경호원들과 춘추관 인력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기자들 몇몇도 마스크를 이미 쓴 상태였다. 며칠 전과 사뭇 다른 환경이었다. 상훈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기자들도 동시에 상황을 파악했다.

"마스크?"

"뭐야 웬 마스크야"

"코로나인가?"

하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춘추관의 앉은키 높이를 채웠다.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본인의 단상 위에 올려놓았다. 단상에서 준비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금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릴 일이 있어서 이렇게 담화를 하게 됐습니다. IMF 위환위기가 닥친 1997년를 포함한 예년 간 자살률은 꾸준히 우상향 했고 이는 대한민국이 그동안 진행했던 압축성장의 부작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파악한 결과 올해 자살률은 전년도 대비 300%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또한 파악 중에 있으나, 현재 자살의 패턴이 기존과는 매우 다릅니다. 이는 이전의 코로나 19와 비슷한 관계처럼 사람들 사이의 전파가 되는 감염병과 매우 유사하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습니다. 국민 여러분, 사람들과의 물리적 접촉을 최대한 피해 주십시오. 호흡기로 인한 감염도 가장 큰 원인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마스크 착용도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역학조사가 파악되는 대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들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


대통령은 추가적인 질문은 더 받지 않은 채로 춘추관을 나갔고, 기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타자를 치는 손이든, 춘추관을 나가는 발걸음이든 말이다.


상훈은 차 안에 있던 마스크를 아영과 나눠 쓰고 아영에게 물어봤다.

"어떤 거 같아?"

"그냥 뭐 큰일 났죠. 대통령이 말하는 것들은 전부 다 확실해지니깐요. 저렇게 말한 순간부터는 공포에 불이 붙듯이 움직일 거예요."

"재택근무로 되려나?"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청와대는 산기슭에 있기 때문에 서울과도 분리된 공간이었다. 상훈은 여기에 계속 머무는 대통령들이 유유자적하는 신선이 되고 싶은 욕망을 어떻게 참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주식시장이든, SNS든 난리네요."

"오늘의 이 사건이 세대를 나눌 만큼 큰 사건이 될까?"

아영은 생각에 잠긴 후 상훈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건 후대가 평가하겠죠. 저흰 당사자니까요."

상훈은 시동을 걸고 회사로 갔다. 아마도 가장 분주한 곳들 중 하나일 것이다.


둘은 회사에 도착했다. 팀장에게 보고하면서 팀장의 뒤로 보이는 서울시가 보였다. 하지만 폭동도 없고, 시위도 없었다.

'무슨 시위나 폭동이라도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아니고.'

아영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마스크를 썼기에 팀장과 상훈은 아영이 피식 웃은 것을 볼 수 없었다. 타자소리와 통화소리가 평소보다 몇 배는 늘어났다. 유리창 너머의 세상은 그대로였다.


아영은 기획기사의 마무리 편을 다시 읽어봤다.

'..... 현재 다시 코로나 19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만한 체력이 있다. RNA를 이용한 백신이 매우 많이 보급됐고,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이는 매우 긍정적이다. 또한 마스크 대란을 통한 교훈으로 정부차원에서의 의료용품 비축과 생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의료진들을 포함해서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도달가능하다. '

현재 기사에 대한 댓글과 반응이 뜨거웠다. 아영은 노트를 편 채로 생각을 정리했다. 과연 지금의 상황이 코로나 19와 같은가에 대해서 말이다.

' 전염성이 있는가? -> O

신체적 접촉이 원인인가?-> X, 아직 확실해진 게 없다.

사회에 끼칠 영향은?-> 코로나 19보단 전염성이 약하나, 걸리게 된다면 자살을 한다. 이건 사실상 타살인가 아니면 자살인가?'

아영은 이 사건이 무엇인지 밝히고 싶었다.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자살을 하게 만드는 역병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아영은 국내출장 허가를 받고 싶었다. 자신의 고향이던 대전으로 가서 국가 데이터처에 일하는 본인의 친구인 지혜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영은 일어나서 한 걸음 두 걸음을 떼면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팀장의 뒤통수를 보면서 갔다. 세 쌍의 눈동자가 눈을 마주쳤다. 정확히 한 쌍의 눈동자가 아영과 팀장을 번갈아가면서 봤다. 그러나 한 쌍의 눈동자는 빠르게 멀어졌다. 중력의 방향으로, 연직방향으로, 땅바닥을 향해서. 이번에는 마스크도 아영의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으아아악!"

"악!"

팀장과 아영은 거의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사람이 떨어져 죽었다. 아니 정확히는 떨어지는 중이었고 아직 죽기 전이던 사람이다.


쿵 하는 소리가 아영에게도, 팀장에게도 들리는 듯 했다.


그는 이젠 다 떨어졌고 죽어가는 중인 사람일 것이다.


4장. 밀실의 비명은 광장으로 넘어오지 않는다.


대통령의 선제조치적 담화가 나온 지 1개월 정도 지났다. 대통령의 담화는 결과적으로 대실패였다. 예방적 성격의 담화는 역량부족을, 국민들에게 조심하라는 태도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태도였다. 이전과 다른 것들은 감정적인 동요였다. 최근에 우리 국민들이 겪은 코비드 19의 경우는 신체적인 접촉만 막으면 되기에 인터넷 환경에서의 접촉은 더 늘어났었다. 그러나 현 "XX역병"같은 경우는 이전과 다르다. 이건 현재 신체적인 전염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전염이 의심되기에 사람들과의 교류조차 막았다. 단절과 회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문장처럼 이 사회가 XX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XX는 계속해서 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관념이 될 것이다.

- 김아영, 사회부 기자. Ayoung.Kim@XXXXXX.com


며칠 전 아영은 정식 채용과 동시에 칼럼 한 꼭지를 맡았다. 아영으로써는 자연스레 '자살역병'에 대한 칼럼을 쓰고 싶었다. 2주 전부터 변한 게 있다면 "자살"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들 그것이라고 칭했다. 정부 발표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몇 가지가 추려진다.

1. '자살역병'은 현재 여성들과 청소년에게 더 "치명적"이다.

2. '자살역병'은 역병의 감염 시 증상(자살충동)과 감염결과(자살)는 심리적인 충격을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고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야 한다.

3. '자살역병'은 기관지 감염은 아니다.

4. '자살역병'에 걸려서 자살할 때는 투신자살이다.


3번이 나름 사람들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졌지만, 코로나 때의 습관처럼 사람들은 계속해서 마스크를 썼다. 어떤 사람들은 방독면까지 썼다.


또한 2번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진지한 이야기와 쓴소리와 안 좋은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기 시작했다. 대통령령으로 세 사람이상 모인 공간에서의 거절과 불편한 소리들은 범죄였다. 모든 게 반박당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요구나 의견이 반박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군가는 그 사람의 요구와 의견만큼 참고 견디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병이 퍼진 것인지, 혹은 역병이 있다는 담화로 인한 경제침체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서비스직 사람들은 보다 더 많이 자살을 하기 시작했다. 요구는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고, 낮은 곳에 위치한 이들은 쌓이고 쌓여서 무거워진 요구들 아래에서 깔려 콱 죽어버렸다.


사회는 활력을 잃어간다. 광장은 놀이공원처럼 밝은 인위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고, 밀실은 달의 뒤편처럼 어두운 원초적인 공간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밀실에서의 한 명이 역병에 걸려서 감염증상을 공유하고 결국엔 죽고 나면 밀실에서의 다른 이들도 시간차를 두고 결국 죽어버렸다. 그렇게 한 방의 밀실이 없어진다. 밀실의 비명은 광장으로 전혀 넘어오지 않았다. 이른바 역병의 심리적 전염였다. "심리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아영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마치 소설 삼체에 나오는 '면벽자'처럼 스스로를 분리하여 철저하게 성찰하고 찾아보고 있었다. 사회가 붕괴된 것은 전혀 아니기에 각종 기관들에서 나온 수많은 데이터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자살자수, 그들의 분포 등등.

'띠링'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네가 내려고 한 칼럼은 잠깐 보류야. 왜인지는 너도 알 거야.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정부 정책에 맞춰서 자살이라고 안 하고 XX이라고 표현했는데도 거절당했다. 아영은 이 인위성으로 가득찬 광장에 쓴소리와 불평불만을 들이붓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영은 체념했다.

'자살은 뉴스가 아니구나 여전히.'

아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자기가 생각했던 것은 내뱉었다.

"진짜 여전히 뉴스가 아니구나."


상훈은 주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주가가 안 좋았다. 모든 종목이 아래로 갔고, 부동산 가격은 넘실거렸지만 전체적으로는 우 하향이었다. 어느 곳에서 자살이 일어나면 모든 공급자와 구매자가 예의주시한다. 그리고 집단 자살이 일어나면 구매자는 웃음을 지으며 가격을 낮춰서 부른다. 역병이 사람을 죽이는 효과가 10이라면 바로 그 10의 존재로 인해서 사회가 100만큼이나 영향을 받았다. 역병의 그림자는 역병 자체보다 거대했다.


상훈은 역병이 어떻게 심리적 감염을 할 수 있을지 너무 의아했다. 미스터리인 현상인 것인가? 이게 과연 신이 우리에게 벌을 내린 것일까 하는 수많은 의문이 들었다. 현상은 실체를 반영한다. 역병의 증상은 역병의 실체를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 보이는 것들은 사람들을 자살을 하게 만드는 자연의 의지처럼 보였다. 사망자의 시신을 뒤져보면 무엇인가 알 수 있을까 싶었지만, 투신자살의 성격상 시체는 산산이 조각났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상훈은 대전으로 가기로 했다. 아영의 친구라는 한 직원을 만나기로 했다. 국가 데이터처에 일하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뭐라도 알고 있기를 바라면서 운전을 했다. 밀실 속에 갇힌 사람들이 밀실의 답답함을 티 내듯이 사람들이 운전을 거칠게 하게 됐다. 난폭운전 등등이 늘었지만 아무도 내려서 따지지 않는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겁내듯이.


국가 데이터처에서 일하는 지혜는 상훈을 만났다. 상훈은 지혜에게 물어봤다.

"많이 바쁘시죠?"

"네, 요즘 워낙 일이 많네요."

벤치에 앉은 둘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살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어요."

지혜는 화들짝 놀라면서 상훈을 봤다. 2주 만에 직접적인 자살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고작 2주인데 이렇게 생경하게 들리다니 라는 생각을 했다. 지혜는 이 일에 매진한 지 벌써 2달이 넘어간다. 처음 통계를 잡고 나서 분석을 하고, 그 분석을 반박할 분석을 여러 번 했음에도 결론을 똑같이 내려야 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떤 것이죠?"

"통계를 보면 발병패턴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이 "자살역병"의 심리적 전염에 대해서 기정사실화하고 있어요. 모방자살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심리적인 전염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최대한 다들 웃고만 있으려고 하고, 뉴스에서는 자살이라는 말이 안 나오고 있죠. 자살은 뉴스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되면 안 되는 것이 됐죠. "

지혜는 묵묵히 상훈을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뭐가 궁금하죠?"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역병은 신이 내린 저주 같은 게 아니라 물리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말이 안 돼요. 뭔가 숨겨진 변수가 더 있거나 해서 이걸 규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혜는 며칠 전부터 본인도 의구심을 품던 것을 상훈이 똑같이 이야기하니 신기했다. 지혜는 마스크를 내려서 커피를 한 모금했다. 정면을 바라보면서 고민을 좀 했다. 사실 지혜는 오늘 미팅을 나서기 전에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결론을 내리기엔 데이터가 더 필요해요. 그리고 이제 국가데이터처가 데이터를 바로 받아보지 않아요. 경찰과 질병관리청이 동시에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요."

상훈도 정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려드릴게요."

상훈과 지혜는 눈을 맞주쳤다.

"제가 이전에 자살역병의 징후를 알아차릴 때는 예년과 비교해서 너무 많이 죽었고, 점조직처럼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죽었어요. 이 트렌드가 변했을지는 의문이에요. 왜냐면 제가 그때 6개월치를 조사한 거였거든요. 고작 한달만에 다르게 변했을까요?"


산기슭에 있는 대통령은 고뇌에 가득 찼다. 본인이 내린 결정이 몇 천만 국민들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나에겐 세이브 파일이 필요해.'

그는 늘 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있는 결정뿐인 것을 그는 철저히 알고 있었다.

'늘 현재에 살아야 해.'

그가 박사과정을 견딜 수 있던 마인드 셋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서실장이 노크를 했다.

"비서실장입니다.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께서 보고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 급한 일입니다."

질병관리청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저희가 드디어 찾았습니다."

"무엇을?"

"저희가 원인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대통령은 본인부터 자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일컫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보고서에도 XX, 말할 때도 그것이라고 말했다.

"예, 운 좋게 시신 몇 구를 구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자동차 지붕에 떨어져서 충격을 상당히 흡수했다가 죽은 사람, 나뭇가지에 걸려서 큰 중상을 입었다가 곧 있다가 죽은 사람등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무연고자나 유족들에게 동의받은 분들은 부검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파악된 바로는 머리에 이상한 균들이 증식해서 벌어진 일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은 매우 놀랐다.

"그게 끝인가요? 머리에 이상한 균?"

장관이 나서면서 이야기했다.

"현재 그 균은 기생성 균류이며 숙주의 신경계에 자극을 주어 빛과 높은 곳으로 쫓아가게 만든다고 합니다. 일단 이 부분에서 투신자살의 전제조건인 높은 곳을 가게 만드는 이유까지 알게 됐습니다."

"다행이네요, 난 신이 우리에게 벌을 준 것 같았어요. 정말 다행이네요."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으며 이야기를 했다.

"좋아요, 국무회의 바로 열죠. 다들 오라고 하세요. 오늘 점심쯤에는 무조건 엽시다."


몇 시간이 흐른 후의 춘추관은 분주했다. 기자들은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그러나 뜻밖의 대답이 춘추관을 채웠다.


"몇 시간 전 대통령께서 투신 그것을 시도했습니다. 청와대 뒤편에 있는 산기슭에서 시도하셨으나, 다행히 높지 않은 곳에서 시도했고, 여러 겹의 나뭇가지들이 부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해서 생존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경호원들에 의해서 빠르게 현장에서 진찰실로 이동했습니다. 따라서 오늘 국무회의는 대통령께서 주재하지 않으시고, 총리께서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질문을 오늘은 따로 받지 않고, 빠르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정부는 유행하는 전염병에 대해서 뚜렷한 원인을 파악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사람들과 심리적 신체적 거리 두기를 여전히 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곧 끝나가고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올해 말에 있는 선거들에 대해서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강한 나라입니다. 감사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아영은 기사 헤드라인을 적었다.

" 정부는 XX역병의 강력한 원인을 찾았다. "

아영은 뭔가 다 짜증 났었다. 무엇의 원인을 찾았다는 것인지, 대통령의 투신자살시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주어진대로만 듣고 쓰는 역할이었다. 답답했다.

아영은 지금 당장 마스크를 벗고 싶었다.


5장. "흔들리는 팽이처럼"

대통령의 초유의 투신XX시도는 그 자체로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도대체 대통령실의 방역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게 다 야당의 과도한 네거티브 공세으로 인한 대통령의 과도한 스트레스때문이다.. "

"저희 야당은 정부발 '신체적 심리적 거리두기' 거부하기 운동본부를 시작하겠다."

서로에 대한 서로의 삿대질들, 그리고 각자 본인들의 지지층들을 위한 삿대질들이었다. 그들은 삿대질을 하면서 속으로 웃고있엇다.


차분하게 길을 나서면서 총리는 정보를 정확히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그래서 호흡기 계통감염이라고요?그러면 마스크가 도움이 되는거 아닌가요?"

"네, 놀랍게도 기관지를 보호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 19때처럼요."

정부는 "자살역병"의 정확한 원인들을 파악하지 못 했었고, 그렇기에 기존 메뉴얼에 있던 정책들을 폈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그것이었다. 거기에 심리적인 거리두기라는 부분만이 이번에 새롭게 붙은 것이었다.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쥐를 잡은 것처럼 우연히도 잡았다. 혹은 그 동안의 지혜가 모여서 관성적으로 행한 정책들이 빛을 발한 것들일수도 있었다.

"한번 더 확인해보고 바로 발표합시다."


그로부터 이 주가 지나서 휠체어를 끈 대통령은 다시 춘추관에 등장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현재 몸 상태는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자살역병"관련해서 국민 여러분들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아영은 흠칫하면서 놀랐다. 옆에 앉은 상훈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그것이라고 말 안 하고, 자살이라고 말한 것 맞지?"

상훈은 고개를 숙여서 아영에게 속삭였다. 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담화를 이어갔다.

"호흡기 계통으로 인한 균 전염이 '자살역병'의 원인입니다. 감염자들의 손상되지 않은 시체를 조사한결과, 모두 균에 의한 신경계의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 기생하는 성격의 균은 숙주인 감염자들을 높은 곳과 빛을 향해 나아가게합니다. 그러다가 신경계의 큰 손상을 입은 사람은 정신착란을 일으키면서 결국 타의로, 실수로 땅을 향해 투신하게됩니다. 바로 이게 원인입니다. 심리적인 전염이나 미스테리한 현상은 "자살역병"과 관련되지 않습니다. 이 병은 명확한 실체가 있습니다. 파악 결과 잠복기는 2주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3주동안의 특별관리기간을 선포하려고 합니다. 이때 동안의 휴가는 연차에 포함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의 모든 미팅, 근무는 대통령령으로 보장됩니다. "


대통령의 담화는 느렸지만 확실했고 기자들은 빠르게 세상에 이 소식을 전달했다. 소명(疏明)된 역병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역병은 그 자체로 존재했고, 이는 역병의 그림자보다 확연히 작았다. 희망 또한 전염성이 있기에 사회는 활력을 되찾았다. 3주라는 기간 후에는 뉴 노말로 돌아올 것이었다. 수 많은 기업들은 3주 후에 맞춰서 수 많은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밀실들에 있던 사람들이 광장에 나왔다. 다시 광장에서는 부정적인 말들과 불평불만들이 점차 나왔다. 그러나 전과 다르게 이는 건강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치 생사가 걸린 수술을 끝낸 환자가 아프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살아있기에 아프고, 살아있기에 부정적인 생각과 스트레스가 있는 것이었다. 광장은 점차 시끄러워졌다. 그동안의 밀실내에서의 자살 전파는 부정적 플라시보 효과와 모방자살의 흥미로운 결합이었고, 심리학계와 정신의학계에서는 앞으로의 5년동안의 뜨거운 주제가 된다.


지혜와 아영은 공항버스 터미널에서 보기로 했다. 지혜는 "자살역병"의 첫 발견자로 오늘부터 포상휴가를 일주일간 받았다. 아영도 비슷했다. "자살역병"전에 새로운 역병에 대한 가능성과 우리나라가 버틸 수 있을까를 선구적으로 제시했다고 회사에서 말했다. 아영은 민망해하며 포상휴가를 챙기며 생각했다.

'일단 받고 보자.'


멀리 걸어오는 아영을 본 지혜는 손을 흔들었다. 아영은 고개를 까딱 움직이면서 걸어갔다.

"새벽인데도 덥다 더워."

"그래도 마스크 안 쓰니까 훨씬 낫다."

둘은 웃었다. 버스가 도착하기까진 10분정도가 남았었다.

"별 일 없었지?"

"아니 엄청 바쁘더라. 4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 온라인으로도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니까 일을 계속 시키더라."

"나도 바빴다. 난 마스크 끼고 계속 출근했어. 아무도 온라인 근무를 안 해서 눈치보이더라."

"역시 공무원 사회는 빡빡해."

아영의 시니컬한 말을 들은 지혜는 피식 웃었다. 지혜는 이 시니컬함을 조금은 그리워했다. 물론 몇 번 듣다가 그만 좀 궁시렁거리라고 아영한테 짜증낼 본인의 모습도 예상됐다.

"버스가 늦네, 내일 오려나?"

"아오, 저기 오잖아. 저기 신호등 두 개전에 버스 있잖아."

그들의 눈에 버스가 저 멀리 보였다. 새벽의 어둠을 뚫는 빛 두 줄기.


그들이 탄 버스에서는 아침 라디오가 흘러나왔다.

"몇 달전에 생긴 "자살역병"으로 인한 소동은 오늘로써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이번 역병은 초기에는 전례가 없는 알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서 마스크와 거리두기에 대한 메뉴얼과 시민의식이 발전한 덕분에 이번 역병도 방역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수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분들의 유가족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지원과 보상이 있다면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또한 역병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자살은 개인차원에서도 국가차원에서도 비극적인 일입니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두 세달의 소동으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들, 여러분들의 힘으로 이겨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지혜는 옆자리에 있는 아영에게 말했다.

"야, 지금 자살률 정의가 바뀐거 알아?"

"뭐야, 그게 바뀔만한 건덕지가 있어?"

"이전에는 10만명당 N명이 자살하는게 자살률이었잖아. 근데 이젠 누가 자살하면 이전에 자살한 사람들이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분석하고 자살을 안 할만한 상황이면, 역병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치고, 자살률 통계에서 빼거든. 그게 이젠 실질적인 의미의 "자살률"이야. 물론 투신자살한 사람들만 고려대상이긴하지만. "

"그러니까 실질 자살률은 원래의 자살률에서 역병으로 인한 자살률을 빼는거야?"

"그치, 역병의 잠복기가 2주여도, 아예 사라진거는 아니니까. 지금도 가끔 코로나 19 변종에 걸린 사람들이 있잖아. 그것처럼 계속 관심대상에 들어가는거지. 실질 자살률이 이젠 new 자살률이고, 앞으로 정부는 그것만 발표할꺼야. 어떻게 보면 자살역병으로 인한 자살은 타살이니까?혹은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이니까?"

"그러면 자살률이 무조건 낮아지는 효과 아니야?쉬었음 청년을 뺀 '실업률'이나 장바구니 물가상승률과 확연히 다른 '물가상승률'처럼?"

"그래, 그러니까. 이젠 자살률도 직관에서 멀어지는거야. 그리고 낮아진 숫자의 자살률은 홍보 수단이 되겠지."

"허...세상에나..."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아영은 생각에 잠겼다. 복잡해지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단순하고 직관적인 지표들은 더 중요해졌지만 정치적인 입김들로 그러한 지표들이 조금씩 왜곡되어간다. 작은 숫자의 자살률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안 될 것이다.

"다시 자살은 심각한 뉴스가 안 되겠네. 어차피 자살률은 계속 낮은 숫자일테니까."

"내 말이"


아영은 흔들리는 팽이가 떠올랐다. 흔들리는 팽이는 계속 휘청거리다가 다시 올곧게 돌 수도 있고, 땅에 쓰러질 수도 있다. 저번 코로나 19로 인해서 흔들렸던 대한민국은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교훈을 얻었었다. 그리고 그 교훈을 이번 "자살역병"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잘 사용했다. 이번에는 그랬다. 아영이 느끼기에 팽이가 다시 흔들릴 때는 마치 꼭 쓰러질 것만 같았다. 팽이가 언제 다시 흔들릴지 아영은 불안했다. 떠오르는 태양이 만드는 오렌지빛 여명마저 불안해보였다. 아영과 지혜를 태운 버스, 그 버스를 포함한 고속도로들, 고속도로들이 엮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오렌지빛으로 가득 찼다.


바람 앞에 선 팽이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시 원래 상태로 회복할지, 땅에 쓰러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팽이마저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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