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역병 4화. 밀실의 비명은 광장으로 넘어오지 않는다

절정

by 설규을

대통령의 선제조치적 담화가 나온 지 1개월 정도 지났다. 대통령의 담화는 결과적으로 대실패였다. 예방적 성격의 담화는 역량부족을, 국민들에게 조심하라는 태도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태도였다. 이전과 다른 것들은 감정적인 동요였다. 최근에 우리 국민들이 겪은 코비드 19의 경우는 신체적인 접촉만 막으면 되기에 인터넷 환경에서의 접촉은 더 늘어났었다. 그러나 현 "XX역병"같은 경우는 이전과 다르다. 이건 현재 신체적인 전염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전염이 의심되기에 사람들과의 교류조차 막았다. 단절과 회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문장처럼 이 사회가 XX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XX는 계속해서 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관념이 될 것이다.

- 김아영, 사회부 기자. Ayoung.Kim@XXXXXX.com


며칠 전 아영은 정식 채용과 동시에 칼럼 한 꼭지를 맡았다. 아영으로써는 자연스레 '자살역병'에 대한 칼럼을 쓰고 싶었다. 2주 전부터 변한 게 있다면 "자살"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들 그것이라고 칭했다. 정부 발표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몇 가지가 추려진다.

1. '자살역병'은 현재 여성들과 청소년에게 더 "치명적"이다.

2. '자살역병'은 역병의 감염 시 증상(자살충동)과 감염결과(자살)는 심리적인 충격을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고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야 한다.

3. '자살역병'은 기관지 감염은 아니다.

4. '자살역병'에 걸려서 자살할 때는 투신자살이다.


3번이 나름 사람들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졌지만, 코로나 때의 습관처럼 사람들은 계속해서 마스크를 썼다. 어떤 사람들은 방독면까지 썼다.


또한 2번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진지한 이야기와 쓴소리와 안 좋은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기 시작했다. 대통령령으로 세 사람이상 모인 공간에서의 거절과 불편한 소리들은 범죄였다. 모든 게 반박당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요구나 의견이 반박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군가는 그 사람의 요구와 의견만큼 참고 견디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병이 퍼진 것인지, 혹은 역병이 있다는 담화로 인한 경제침체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서비스직 사람들은 보다 더 많이 자살을 하기 시작했다. 요구는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고, 낮은 곳에 위치한 이들은 쌓이고 쌓여서 무거워진 요구들 아래에서 깔려 콱 죽어버렸다.


사회는 활력을 잃어간다. 광장은 놀이공원처럼 밝은 인위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고, 밀실은 달의 뒤편처럼 어두운 원초적인 공간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밀실에서의 한 명이 역병에 걸려서 감염증상을 공유하고 결국엔 죽고 나면 밀실에서의 다른 이들도 시간차를 두고 결국 죽어버렸다. 그렇게 한 방의 밀실이 없어진다. 밀실의 비명은 광장으로 전혀 넘어오지 않았다. 이른바 역병의 심리적 전염였다. "심리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아영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안 됐다. 마치 소설 삼체에 나오는 '면벽자'처럼 스스로를 분리하여 철저하게 성찰하고 찾아보고 있었다. 사회가 붕괴된 것은 전혀 아니기에 각종 기관들에서 나온 수많은 데이터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자살자수, 그들의 분포 등등.

'띠링'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네가 내려고 한 칼럼은 잠깐 보류야. 왜인지는 너도 알 거야.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정부 정책에 맞춰서 자살이라고 안 하고 XX이라고 표현했는데도 거절당했다. 아영은 이 인위성으로 가득찬 광장에 쓴소리와 불평불만을 들이붓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영은 체념했다.

'자살은 뉴스가 아니구나 여전히.'

아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자기가 생각했던 것은 내뱉었다.

"진짜 여전히 뉴스가 아니구나."


상훈은 주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주가가 안 좋았다. 모든 종목이 아래로 갔고, 부동산 가격은 넘실거렸지만 전체적으로는 우 하향이었다. 어느 곳에서 자살이 일어나면 모든 공급자와 구매자가 예의주시한다. 그리고 집단 자살이 일어나면 구매자는 웃음을 지으며 가격을 낮춰서 부른다. 역병이 사람을 죽이는 효과가 10이라면 바로 그 10의 존재로 인해서 사회가 100만큼이나 영향을 받았다. 역병의 그림자는 역병 자체보다 거대했다.


상훈은 역병이 어떻게 심리적 감염을 할 수 있을지 너무 의아했다. 미스터리인 현상인 것인가? 이게 과연 신이 우리에게 벌을 내린 것일까 하는 수많은 의문이 들었다. 현상은 실체를 반영한다. 역병의 증상은 역병의 실체를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 보이는 것들은 사람들을 자살을 하게 만드는 자연의 의지처럼 보였다. 사망자의 시신을 뒤져보면 무엇인가 알 수 있을까 싶었지만, 투신자살의 성격상 시체는 산산이 조각났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상훈은 대전으로 가기로 했다. 아영의 친구라는 한 직원을 만나기로 했다. 국가 데이터처에 일하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뭐라도 알고 있기를 바라면서 운전을 했다. 밀실 속에 갇힌 사람들이 밀실의 답답함을 티 내듯이 사람들이 운전을 거칠게 하게 됐다. 난폭운전 등등이 늘었지만 아무도 내려서 따지지 않는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겁내듯이.


국가 데이터처에서 일하는 지혜는 상훈을 만났다. 상훈은 지혜에게 물어봤다.

"많이 바쁘시죠?"

"네, 요즘 워낙 일이 많네요."

벤치에 앉은 둘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살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어요."

지혜는 화들짝 놀라면서 상훈을 봤다. 2주 만에 직접적인 자살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고작 2주인데 이렇게 생경하게 들리다니 라는 생각을 했다. 지혜는 이 일에 매진한 지 벌써 2달이 넘어간다. 처음 통계를 잡고 나서 분석을 하고, 그 분석을 반박할 분석을 여러 번 했음에도 결론을 똑같이 내려야 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떤 것이죠?"

"통계를 보면 발병패턴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이 "자살역병"의 심리적 전염에 대해서 기정사실화하고 있어요. 모방자살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심리적인 전염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최대한 다들 웃고만 있으려고 하고, 뉴스에서는 자살이라는 말이 안 나오고 있죠. 자살은 뉴스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되면 안 되는 것이 됐죠. "

지혜는 묵묵히 상훈을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뭐가 궁금하죠?"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역병은 신이 내린 저주 같은 게 아니라 물리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말이 안 돼요. 뭔가 숨겨진 변수가 더 있거나 해서 이걸 규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혜는 며칠 전부터 본인도 의구심을 품던 것을 상훈이 똑같이 이야기하니 신기했다. 지혜는 마스크를 내려서 커피를 한 모금했다. 정면을 바라보면서 고민을 좀 했다. 사실 지혜는 오늘 미팅을 나서기 전에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결론을 내리기엔 데이터가 더 필요해요. 그리고 이제 국가데이터처가 데이터를 바로 받아보지 않아요. 경찰과 질병관리청이 동시에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요."

상훈도 정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려드릴게요."

상훈과 지혜는 눈을 맞주쳤다.

"제가 이전에 자살역병의 징후를 알아차릴 때는 예년과 비교해서 너무 많이 죽었고, 점조직처럼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죽었어요. 이 트렌드가 변했을지는 의문이에요. 왜냐면 제가 그때 6개월치를 조사한 거였거든요. 고작 한달만에 다르게 변했을까요?"


산기슭에 있는 대통령은 고뇌에 가득 찼다. 본인이 내린 결정이 몇 천만 국민들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나에겐 세이브 파일이 필요해.'

그는 늘 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있는 결정뿐인 것을 그는 철저히 알고 있었다.

'늘 현재에 살아야 해.'

그가 박사과정을 견딜 수 있던 마인드 셋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서실장이 노크를 했다.

"비서실장입니다.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께서 보고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 급한 일입니다."

질병관리청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저희가 드디어 찾았습니다."

"무엇을?"

"저희가 원인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대통령은 본인부터 자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일컫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보고서에도 XX, 말할 때도 그것이라고 말했다.

"예, 운 좋게 시신 몇 구를 구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자동차 지붕에 떨어져서 충격을 상당히 흡수했다가 죽은 사람, 나뭇가지에 걸려서 큰 중상을 입었다가 곧 있다가 죽은 사람등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무연고자나 유족들에게 동의받은 분들은 부검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파악된 바로는 머리에 이상한 균들이 증식해서 벌어진 일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은 매우 놀랐다.

"그게 끝인가요? 머리에 이상한 균?"

장관이 나서면서 이야기했다.

"현재 그 균은 기생성 균류이며 숙주의 신경계에 자극을 주어 빛과 높은 곳으로 쫓아가게 만든다고 합니다. 일단 이 부분에서 투신자살의 전제조건인 높은 곳을 가게 만드는 이유까지 알게 됐습니다."

"다행이네요, 난 신이 우리에게 벌을 준 것 같았어요. 정말 다행이네요."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으며 이야기를 했다.

"좋아요, 국무회의 바로 열죠. 다들 오라고 하세요. 오늘 점심쯤에는 무조건 엽시다."


몇 시간이 흐른 후의 춘추관은 분주했다. 기자들은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그러나 뜻밖의 대답이 춘추관을 채웠다.


"몇 시간 전 대통령께서 투신 그것을 시도했습니다. 청와대 뒤편에 있는 산기슭에서 시도하셨으나, 다행히 높지 않은 곳에서 시도했고, 여러 겹의 나뭇가지들이 부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해서 생존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경호원들에 의해서 빠르게 현장에서 진찰실로 이동했습니다. 따라서 오늘 국무회의는 대통령께서 주재하지 않으시고, 총리께서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질문을 오늘은 따로 받지 않고, 빠르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정부는 유행하는 전염병에 대해서 뚜렷한 원인을 파악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사람들과 심리적 신체적 거리 두기를 여전히 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곧 끝나가고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올해 말에 있는 선거들에 대해서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강한 나라입니다. 감사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아영은 기사 헤드라인을 적었다.

" 정부는 XX역병의 강력한 원인을 찾았다. "

아영은 뭔가 다 짜증 났었다. 무엇의 원인을 찾았다는 것인지, 대통령의 투신자살시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주어진대로만 듣고 쓰는 역할이었다. 답답했다.

아영은 지금 당장 마스크를 벗고 싶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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