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역병 5화. 흔들리는 팽이처럼

결말

by 설규을

대통령의 초유의 투신XX시도는 그 자체로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도대체 대통령실의 방역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게 다 야당의 과도한 네거티브 공세으로 인한 대통령의 과도한 스트레스때문이다.. "

"저희 야당은 정부발 '신체적 심리적 거리두기' 거부하기 운동본부를 시작하겠다."

서로에 대한 서로의 삿대질들, 그리고 각자 본인들의 지지층들을 위한 삿대질들이었다. 그들은 삿대질을 하면서 속으로 웃고있엇다.


차분하게 길을 나서면서 총리는 정보를 정확히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그래서 호흡기 계통감염이라고요?그러면 마스크가 도움이 되는거 아닌가요?"

"네, 놀랍게도 기관지를 보호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 19때처럼요."

정부는 "자살역병"의 정확한 원인들을 파악하지 못 했었고, 그렇기에 기존 메뉴얼에 있던 정책들을 폈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그것이었다. 거기에 심리적인 거리두기라는 부분만이 이번에 새롭게 붙은 것이었다.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쥐를 잡은 것처럼 정책이 성능을 우연히도 잡았다. 혹은 그 동안의 지혜가 모여서 관성적으로 행한 정책들이 빛을 발했던 것일수도 있었다.

"한번 더 확인해보고 바로 발표합시다."


그로부터 이 주가 지나서 휠체어를 끈 대통령은 다시 춘추관에 등장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현재 몸 상태는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자살역병"관련해서 국민 여러분들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아영은 흠칫하면서 놀랐다. 옆에 앉은 상훈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그것이라고 말 안 하고, 자살이라고 말한 것 맞지?"

상훈은 고개를 숙여서 아영에게 속삭였다. 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담화를 이어갔다.

"호흡기 계통으로 인한 균 전염이 '자살역병'의 원인입니다. 감염자들의 손상되지 않은 시체를 조사한결과, 모두 균에 의한 신경계의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 기생하는 성격의 균은 숙주인 감염자들을 높은 곳과 빛을 향해 나아가게합니다. 그러다가 신경계의 큰 손상을 입은 사람은 정신착란을 일으키면서 결국 타의로, 실수로 땅을 향해 투신하게됩니다. 바로 이게 원인입니다. 심리적인 전염이나 미스테리한 현상은 "자살역병"과 관련되지 않습니다. 이 병은 명확한 실체가 있습니다. 파악 결과 잠복기는 2주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3주동안의 특별관리기간을 선포하려고 합니다. 이때 동안의 휴가는 연차에 포함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의 모든 미팅, 근무는 대통령령으로 보장됩니다. "


대통령의 담화는 느렸지만 확실했고 기자들은 빠르게 세상에 이 소식을 전달했다. 소명(疏明)된 역병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역병은 그 자체로 존재했고, 이는 역병의 그림자보다 확연히 작았다. 희망 또한 전염성이 있기에 사회는 활력을 되찾았다. 3주라는 기간 후에는 뉴 노말로 돌아올 것이었다. 수 많은 기업들은 3주 후에 맞춰서 수 많은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밀실들에 있던 사람들이 광장에 나왔다. 다시 광장에서는 부정적인 말들과 불평불만들이 점차 나왔다. 그러나 전과 다르게 이는 건강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치 생사가 걸린 수술을 끝낸 환자가 아프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살아있기에 아프고, 살아있기에 부정적인 생각과 스트레스가 있는 것이었다. 광장은 점차 시끄러워졌다. 그동안의 밀실내에서의 자살 전파는 부정적 플라시보 효과와 모방자살의 흥미로운 결합이었고, 심리학계와 정신의학계에서는 앞으로의 5년동안의 뜨거운 주제가 된다.


지혜와 아영은 공항버스 터미널에서 보기로 했다. 지혜는 "자살역병"의 첫 발견자로 오늘부터 포상휴가를 일주일간 받았다. 아영도 비슷했다. "자살역병"전에 새로운 역병에 대한 가능성과 우리나라가 버틸 수 있을까를 선구적으로 제시했다고 회사에서 말했다. 아영은 민망해하며 포상휴가를 챙기며 생각했다.

'일단 받고 보자.'


멀리 걸어오는 아영을 본 지혜는 손을 흔들었다. 아영은 고개를 까딱 움직이면서 걸어갔다.

"새벽인데도 덥다 더워."

"그래도 마스크 안 쓰니까 훨씬 낫다."

둘은 웃었다. 버스가 도착하기까진 10분정도가 남았었다.

"별 일 없었지?"

"아니 엄청 바쁘더라. 4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 온라인으로도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니까 일을 계속 시키더라."

"나도 바빴다. 난 마스크 끼고 계속 출근했어. 아무도 온라인 근무를 안 해서 눈치보이더라."

"역시 공무원 사회는 빡빡해."

아영의 시니컬한 말을 들은 지혜는 피식 웃었다. 지혜는 이 시니컬함을 조금은 그리워했다. 물론 몇 번 듣다가 그만 좀 궁시렁거리라고 아영한테 짜증낼 본인의 모습도 예상됐다.

"버스가 늦네, 내일 오려나?"

"아오, 저기 오잖아. 저기 신호등 두 개전에 버스 있잖아."

그들의 눈에 버스가 저 멀리 보였다. 새벽의 어둠을 뚫는 빛 두 줄기.


그들이 탄 버스에서는 아침 라디오가 흘러나왔다.

"몇 달전에 생긴 "자살역병"으로 인한 소동은 오늘로써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이번 역병은 초기에는 전례가 없는 알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서 마스크와 거리두기에 대한 메뉴얼과 시민의식이 발전한 덕분에 이번 역병도 방역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수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분들의 유가족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지원과 보상이 있다면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또한 역병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자살은 개인차원에서도 국가차원에서도 비극적인 일입니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두 세달의 소동으로 끝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들, 여러분들의 힘으로 이겨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지혜는 옆자리에 있는 아영에게 말했다.

"야, 지금 자살률 정의가 바뀐거 알아?"

"뭐야, 그게 바뀔만한 건덕지가 있어?"

"이전에는 10만명당 N명이 자살하는게 자살률이었잖아. 근데 이젠 누가 자살하면 이전에 자살한 사람들이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분석하고 자살을 안 할만한 상황이면, 역병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치고, 자살률 통계에서 빼거든. 그게 이젠 실질적인 의미의 "자살률"이야. 물론 투신자살한 사람들만 고려대상이긴하지만. "

"그러니까 실질 자살률은 원래의 자살률에서 역병으로 인한 자살률을 빼는거야?"

"그치, 역병의 잠복기가 2주여도, 아예 사라진거는 아니니까. 지금도 가끔 코로나 19 변종에 걸린 사람들이 있잖아. 그것처럼 계속 관심대상에 들어가는거지. 실질 자살률이 이젠 new 자살률이고, 앞으로 정부는 그것만 발표할꺼야. 어떻게 보면 자살역병으로 인한 자살은 타살이니까?혹은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이니까?"

"그러면 자살률이 무조건 낮아지는 효과 아니야?쉬었음 청년을 뺀 '실업률'이나 장바구니 물가상승률과 확연히 다른 '물가상승률'처럼?"

"그래, 그러니까. 이젠 자살률도 직관에서 멀어지는거야. 그리고 낮아진 숫자의 자살률은 홍보 수단이 되겠지."

"허...세상에나..."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아영은 생각에 잠겼다. 복잡해지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단순하고 직관적인 지표들은 더 중요해졌지만 정치적인 입김들로 그러한 지표들이 조금씩 왜곡되어간다. 작은 숫자의 자살률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안 될 것이다.

"다시 자살은 심각한 뉴스가 안 되겠네. 어차피 자살률은 계속 낮은 숫자일테니까."

"내 말이"


아영은 흔들리는 팽이가 떠올랐다. 흔들리는 팽이는 계속 휘청거리다가 다시 올곧게 돌 수도 있고, 땅에 쓰러질 수도 있다. 저번 코로나 19로 인해서 흔들렸던 대한민국은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교훈을 얻었었다. 그리고 그 교훈을 이번 "자살역병"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잘 사용했다. 이번에는 그랬다. 아영이 느끼기에 팽이가 다시 흔들릴 때는 마치 꼭 쓰러질 것만 같았다. 팽이가 언제 다시 흔들릴지 아영은 불안했다. 떠오르는 태양이 만드는 오렌지빛 여명마저 불안해보였다. 아영과 지혜를 태운 버스, 그 버스를 포함한 고속도로들, 고속도로들이 엮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오렌지빛으로 가득 찼다.


바람 앞에 선 팽이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시 원래 상태로 회복할지, 땅에 쓰러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팽이마저도.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자살역병 4화. 밀실의 비명은 광장으로 넘어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