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역병 2화. 통계란

전개

by 설규을

2장. 통계란

"통계란 무엇일까요?"

공무원 준비할 때 강사가 물었던 질문이었다. 나른한 봄, 춘곤증이란 말이 교실을 강타한 서울 X구였다. 지혜는 질문을 듣고 즉각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정직입니다. 통계는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대답이에요,신뢰성에 관해서는 자료로부터 얻어지는 신뢰성과 지표의 객관성도 있겠죠. 지표의 객관성에 대해서 충분히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로부터 얻어지는 신호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겠죠. 예를 들어 실업률과 취업률은 청년 숫자 들 중에서 ...."

지혜는 몇 년전에 논란이 크게 일었던 실업률과 취업률을 기억했다. 그 지표들의 분모와 분자는 여러 정치적인 의지로 인해서 신뢰성을 잃어버렸다.

'취업률 더하기 실업률이 1이 안 되는 것부터 상식적이진 않았지.'

강사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지만 자료 자체에 왜곡이 없어야겠죠. 만약 원 데이터, 즉 숫자에서도 왜곡이 있고, 그걸 표현하는 지표에도 왜곡이 있다면, 통계는 무의미할 정도로 혹은 무의미보다 더 나쁠 수도 있습니다. 현실을 왜곡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만드니까요. 한번 이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고, 다음 주에 뵐게요.“


계절이 6번 정도 흐른 지금, 지혜는 국가데이터처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수 많은 데이터들이 오고 가고, 그걸 지표화 시키고 세상에 공개한다. 딱히 국가데이터처에 근무하려고 바란 것은 아니나, 대전 출신인 지혜는 겸사겸사 좋았다. 국가 데이터 처는 이전의 통계청과 같은 기간으로 총 세 가지 분과로 나뉜다. 경제통계, 농어업통계, 그리고 사회통계이다. 지혜는 경제통계를 바랐으나, 운은 대전에 있는 국가데이터처를 배정받는 것에 다 썼는지, 사회통계에 배정받았다.

어느 날이었다. 국가데이터처에서의 자살통계가 보건복지부에서 다뤄져야한다는 논의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나왔다. 자살률에 대한 백년지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다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국가 데이터처가 다루는 것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자료들이다. 한 달치가 아니라, 몇 분기, 몇 반기 혹은 몇 년씩의 데이터를 종합해서 추세를 공유하는데, 자살률이 그렇게까지 중요한가 싶었다. 이미 자살률이 심각한거는 다 아는데, 보다 빠르면서 가벼운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자살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국회에서의 사소한 논의는 지혜와 관련이 없진 않았다. 과장이 지혜에게 자살률 최근 몇 달치 통계를 맡겼다. 취업률, 실업률처럼 투명한 지표인 자살률. 10만명당 몇 명이 죽었는지를 말하는 자살률은 전체 자살 숫자에 대략 500으로 나누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30쯤이 나온다. 각 지방 경찰청들에 자살자료 제공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일주일 정도 후에 자료를 받은 지혜는 차근차근 조사했다. 한 사람의 자살에는 여러가지 숫자들이 붙는다. 고인의 나이, 성별, 자살이라는 비극의 날짜, 장소 등등이다. 지혜는 한 사람의 다채로운 인생이 여기서는 최XX(대전, 65)로 기록되는게 안타까웠다.


지혜는 조사를 하면서 의구심을 품었다. 데이터가 생각보단 달랐다. 너무 국지적이었다. 일반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과 노인인구가 많은 곳의 교집합에서 자살이 많이 일어난다. 그게 “상식”이었는데, 지금은 이상했다. 젊은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과 지근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자살했다.

“혹시 자살률 관련된거 해보신 적있어요?”

지혜는 옆 동료에게 물어봤다.

”아니요, 근데 복잡하진 않을텐데요?“

”네 복잡하진 않은데, 이상해서요.“

”어떤게 이상한가요?“

"자살한 사람들 위치를 보면, 같은 대전에 묶이죠. 근데 자세히 주소단위로 보면 너무 가까워요. 아파트에서 누가 죽으면 옆 동에 있는 사람이 죽는 상황이에요."

지혜의 말을 듣는 동료 A는 찬찬히 봤다.

"그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 통계의 일반적인 해석은 자살을 목격한 사람들의 심리적 충격이 자살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어떠한 욕구와 의지를 자극하는 걸로 봐요."

"그렇군요."

지혜는 A의 지극히 평범한 반응을 보고 차분해졌다. 확실히 요즘 자살은 특별한 소동은 아니었다.

'하긴 나 같아도 옆동에 누가 자살하는 거 보면 충격을 받긴 하지. 뉴스에서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 죽는 것이니까.'

지혜는 베르테르 효과를 떠올리며 검색을 해봤다.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은 인물이 자살했을 때, 그를 모방해 잇따라 자살을 시도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모방자살'이라고 한다."

지혜는 기지캐를 켜며 이 통계를 가볍게 해석하려고 했다.

'자살은 모방이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퇴근을 위해 일하던 지혜는 오늘 밤 퇴근이 멀었다는 것을 점차 깨닫았다.

전국에서 모인 자살한 사람들의 정보들, 나이, 사회적인 상황, 위치 등등은 기시감이 들만큼 이상했다.

너무 많이 죽었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정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좁은 공간내에서의 최초 자살자의 위치와 다음 자살자들의 위치는 강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어.‘

지혜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거리를 제외한 지표들에 대한 무작위성과 자살자들 간의 거리에 대한 강한 상관관계'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자살이 역병처럼 퍼지고 있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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