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역병 1화. OECD 1등

발단

by 설규을

0장. <아들 구보씨의 반나절>

어머니는

아들이 제 방에서 나와, 현관 끝에 놓인 구두를 신고, 현관으로 향하며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어디 가니?"

대답은 작은 소리로 들렸다.

"멀리 가요."

아파트는 복도식 현관으로 된, 오래됐지만 관리가 잘 된 편이었다. 주위에 학생들도 많았고,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일명 초품아 라고 할 만큼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아들은 복도에 살짝 기대어 창밖을 봤다. 흐리지도 맑지도 않은 날씨, 딱히 특색은 없는 날씨였다. 떠들썩한 교복 입은 학생들이 내뱉는 과한 추임새가 아들에게도 들렸다.


"야 이거 봤냐?"

"뭔데 이게!!"

"이거 봐봐"

"진짜 재밌네"


쿵하는 소리가 학생들 근처에서 떨어졌다. 70Kg의 남자가 땅바닥과 만나면서 나는 소리, 붉은 꽃잎처럼 흩뿌려지는 피, 180cm의 체구가 땅으로 끌어당겨질 때의 잔상들 모두가 처음 마주하는 것들이지만, 원인은 하나였다. 투신자살. 한 시간도 안 돼서 어머니는 아들의 파편화된 시신 위에서 울부짖었다.


1장. OECD 1등.


대한민국이 OECD 1등인 항목들이 몇 개 있지만, 자살률도 그중 하나이다. 자살률 N은 1년에 10만 명당 N명이 자살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OECD 평균 자살률은 11.1명에서 10.6명이지만,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9.6명이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2배 정도 더 높은 숫자로 죽고, 완연한 봄에 많이 죽는데 그중 5월이 피크이다. 연령대 별로 나누면 80대가 제일 높다. 이는 15대 대통령부터 시작돼서 현 24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지속된 불명예 중 불명예이다. - 김아영, 학생기자.


유력 일간지의 기자였던 상훈은 아침 커피와 함께 본지의 기사 한 꼬다리를 읽었다. 진부한 주제인 대한민국의 자살률이었다.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등 된 지가 몇 십 년인데, 기사가 진부하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사실도 읽어보니 신선했다.

'5월에 많이 죽네? 겨울에 우울하게 있을 때는 자살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상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생각했다.

'우울은 자살할 의지조차 꺾는 건가? 자살은 의지 많은 사람의 적극적인 선택인가?'


나름 철학적인 명제를 떠올린 상훈은 들어오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천천히 일어났다. 오늘 주간 미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간 미팅의 형식은 한 명씩 나와서 발제를 한다. 중장기 프로젝트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지 간략하게 혹은 무게감 있게 발표하는 것이다. 곧 있을 한반도 통일, 미국의 달러화 위기, 중국의 내분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훈도 기후위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브리핑했다.

"오존층의 두께 추세 분석을 하니 다시 오존층이 구멍이 뚫렸다는 추측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팀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별다른 코멘트를 안 했다.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아영님도 발표하시죠."

"네, 저는 제2의 코로나가 터졌을 때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겠습니다. 발병통계의 신뢰성, 병상을 비롯한 의료체계의 가동성 등에 대해서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팀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물어봤다.

"코로나면 거의 15년은 됐을 텐데, 그건 왜 보려고 하죠?"

팀장의 무표정한 얼굴과, 그에 상반된 질문을 듣고 상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팀장의 관심 섞인 질문이라,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네.'

"앞으로 이 질병에 잘 대처하는 게 나라의 존망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사회갈등에 관한 근본적인 역린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그래요, 잘해봐요. 다들 다음 주 같은 시각에 뵐게요."


잠깐 멍 때리던 상훈은 동료들의 일어서는 움직임을 보고 본인도 나갔다.

문을 잡아주며 아영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진부한 거 같아요."

아영은 상훈을 쳐다봤다.

"일단 걸어가면서 이야기하시죠."

아영과 상훈, 상훈과 아영은 기자실로 가는 복도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진부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죠. 모든 오리저널리티는 진부함에서 온다라고 생각해요. "

"맞아요, 사실 제 주제가 더 진부한 거 같았어요. 혹시 코로나 때 겪은 일이 있나요? 그땐 초등학생이었죠?"

"네, 제 주위의 어르신들은 다 건강했지만, 사회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세대를 나누는 이벤트가 있잖아요, 저희 때의 코로나, 저희 바로 윗 세대의 IMF와 그 윗 세대의 민주화와 군사독재 등등처럼요. 그리고 노인인구가 현재 훨씬 많은 상황에서 다시 코로나 같은 게 발생하면, 대한민국이 버틸 수 있을까요?"

어느새 본인 자리 책상에 도착한 상훈은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하면서 말했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는 것에 동의하나,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네요."

아영은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그 정도 코멘트면 저에겐 용기로 다가오네요."


퇴근 무렵, 상훈은 본인의 아파트 단지에 다가가자 묘하게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꼈다. 그는 웬만하면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갔었지만 변덕이 생긴 상훈이었다. 그대로 우회전을 하여, 단지 안을 돌려고 했다. 직전에 있던 떠들썩함의 원인은 모르겠으나, 그게 불러일으킨 결과는 명확했다. 소방차와 경찰차 두 세대가 단지 내에 있었다.

길을 따라가던 상훈은 그로 인해 앞이 막혔다. 차에 비상등을 켜고 내렸다. 깜빡이는 비상등을 등졌던 경찰 A씨는 비상등을 마주하며 상훈에게 살짝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긴 못 지나가니까, 차 돌려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세요!"

"무슨 일이에요? 저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에요."

"사람이 투신했어요. 조사 결과 자살인지 타살인지 불명확해서 수사 중입니다."

"투신이요? 누구요?"

"그건 말하기 곤란하고요, 일단 차 돌려서 나가주세요."

상훈은 노란색 띠를 보며 상반된 생각을 했다.

건수가 생겼다는 것과 그 건수가 평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자살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었다.


집에 도착해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모니터로 유튜브를 틀었다. 그러면서 본인의 휴대폰을 봤다. 5월 1일 저녁 6시 25분. 5월 달이었다.

'투신자살이려나, 5월 달에 많이 죽는다는데.'

이윽고 다시 생각을 했다.

'자살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니깐.'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