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3장.
"두 가지가 궁금하네요. 정말 자살이 역병처럼 퍼지는 게 맞는 것인지 그리고 그렇다면 그걸 방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요. "
대통령은 감정 없이 사무적으로 방금 들어온 보고에 대해서 물어봤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역병이 퍼졌다도 아니고, 자살률이 사회적인 요인으로 증가한다는 것도 아니고, 자살이 역병처럼 퍼진다는 게 상식적이진 않았다.
"국가 데이터처에서 면밀히 분석한 결과, 두 가지가 크게 관찰됩니다. 첫 번째로는 자살률 자체가 크게 늘었습니다. 평균적으로 10만 명당 29명이던 자살률이 10만 명당 80명으로 세 배로 늘었습니다. 두 번째로 연쇄적인 자살입니다. 어떤 사람이 처음에 자살을 하게 됐을 때,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살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고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하나의 요인인 자살자들 사이의 거리만 제외하면."
"그래서 역병, 아니 감염병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나요? 나 같아도 내 주위에 사는 사람이 죽으면 심리적으로 동요될 텐데요."
"자살한 사람들은 개인의 환경에 맞춰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살하곤 합니다. 근데 여기서는 전부 투신자살입니다. 이상현상입니다."
대통령은 이상한 상황에 말을 멈췄다. 몇 가지 키워드만이 그의 머릿속에서 정리됐다.
'자살, 감염병, 지근거리, 투신자살'
"그렇다고 치면 어떻게 방역을 할까요? 호흡이나 피부상의 감염인가요? 성병인가요?"
"성관계로 인한 접촉은 아닌 것 같고, 현재 수인성 감염병으로 파악 중입니다. 일단은 사람들과의 신체적 접촉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쪽에서 보낸 생물학적인 테러일 수도 있겠죠?"
"현재 파악 중입니다. 결정은 대통령님께 달려있습니다."
대통령은 허리 굽힌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결정은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저 말이 참 잔인했다. 내 결정들로 나라를 움직인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지만, 막상 이 위치에 도착하고 나니 대통령은 참으로 어려운 자리였다. 대통령은 며칠 전 본인의 일기에다가 앞으로 2년이 더 남았다는 생각에 토할 것 같다고 남길 정도였다.
"국가데이터처 처장, 질병관리청 청장, 보건복지부 장관, 경제부총리 여기로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하세요."
대통령은 그리고 다시 말했다.
"비상국무회의를 열게요. 나머지 국무위원들도 그냥 빠르게 오라고 하세요. 마스크 쓰고 오라고 하고요."
상훈은 대국민담화에 아영과 함께 참석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이 발표를 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 릴레이 정상회담에 대한 브리핑을 마쳤던 이후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다시 오는 춘추관은 아니었지만 그땐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었다. 아영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상훈에게 말했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어떤 점이요?"
"모르겠어요, 인테리어가 바뀐 건가? 묘한 기시감이 들어서요."
"데자뷔 아니에요?"
아영은 상훈을 노려봤다. 상훈은 머쓱해하며 다시 랩탑으로 웹서핑을 했다.
그때 대통령이 춘추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제야 상훈은 방금 아영이 한 말을 이해했다.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어?"
상훈은 본인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지금 정부 사람들 다 마스크 쓰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상훈은 코로나 때를 떠올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었다. 경호원들과 춘추관 인력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기자들 몇몇도 마스크를 이미 쓴 상태였다. 며칠 전과 사뭇 다른 환경이었다. 상훈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기자들도 동시에 상황을 파악했다.
"마스크?"
"뭐야 웬 마스크야"
"코로나인가?"
하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춘추관의 앉은키 높이를 채웠다.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본인의 단상 위에 올려놓았다. 단상에서 준비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금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릴 일이 있어서 이렇게 담화를 하게 됐습니다. IMF 위환위기가 닥친 1997년를 포함한 예년 간 자살률은 꾸준히 우상향 했고 이는 대한민국이 그동안 진행했던 압축성장의 부작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파악한 결과 올해 자살률은 전년도 대비 300%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또한 파악 중에 있으나, 현재 자살의 패턴이 기존과는 매우 다릅니다. 이는 이전의 코로나 19와 비슷한 관계처럼 사람들 사이의 전파가 되는 감염병과 매우 유사하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습니다. 국민 여러분, 사람들과의 물리적 접촉을 최대한 피해 주십시오. 호흡기로 인한 감염도 가장 큰 원인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마스크 착용도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역학조사가 파악되는 대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들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
대통령은 추가적인 질문은 더 받지 않은 채로 춘추관을 나갔고, 기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타자를 치는 손이든, 춘추관을 나가는 발걸음이든 말이다.
상훈은 차 안에 있던 마스크를 아영과 나눠 쓰고 아영에게 물어봤다.
"어떤 거 같아?"
"그냥 뭐 큰일 났죠. 대통령이 말하는 것들은 전부 다 확실해지니깐요. 저렇게 말한 순간부터는 공포에 불이 붙듯이 움직일 거예요."
"재택근무로 되려나?"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청와대는 산기슭에 있기 때문에 서울과도 분리된 공간이었다. 상훈은 여기에 계속 머무는 대통령들이 유유자적하는 신선이 되고 싶은 욕망을 어떻게 참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주식시장이든, SNS든 난리네요."
"오늘의 이 사건이 세대를 나눌 만큼 큰 사건이 될까?"
아영은 생각에 잠긴 후 상훈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건 후대가 평가하겠죠. 저흰 당사자니까요."
상훈은 시동을 걸고 회사로 갔다. 아마도 가장 분주한 곳들 중 하나일 것이다.
둘은 회사에 도착했다. 팀장에게 보고하면서 팀장의 뒤로 보이는 서울시가 보였다. 하지만 폭동도 없고, 시위도 없었다.
'무슨 시위나 폭동이라도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아니고.'
아영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마스크를 썼기에 팀장과 상훈은 아영이 피식 웃은 것을 볼 수 없었다. 타자소리와 통화소리가 평소보다 몇 배는 늘어났다. 유리창 너머의 세상은 그대로였다.
아영은 기획기사의 마무리 편을 다시 읽어봤다.
'..... 현재 다시 코로나 19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만한 체력이 있다. RNA를 이용한 백신이 매우 많이 보급됐고,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이는 매우 긍정적이다. 또한 마스크 대란을 통한 교훈으로 정부차원에서의 의료용품 비축과 생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의료진들을 포함해서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도달가능하다. '
현재 기사에 대한 댓글과 반응이 뜨거웠다. 아영은 노트를 편 채로 생각을 정리했다. 과연 지금의 상황이 코로나 19와 같은가에 대해서 말이다.
' 전염성이 있는가? -> O
신체적 접촉이 원인인가?-> X, 아직 확실해진 게 없다.
사회에 끼칠 영향은?-> 코로나 19보단 전염성이 약하나, 걸리게 된다면 자살을 한다. 이건 사실상 타살인가 아니면 자살인가?'
아영은 이 사건이 무엇인지 밝히고 싶었다.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자살을 하게 만드는 역병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아영은 국내출장 허가를 받고 싶었다. 자신의 고향이던 대전으로 가서 국가 데이터처에 일하는 본인의 친구인 지혜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영은 일어나서 한 걸음 두 걸음을 떼면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팀장의 뒤통수를 보면서 갔다. 세 쌍의 눈동자가 눈을 마주쳤다. 정확히 한 쌍의 눈동자가 아영과 팀장을 번갈아가면서 봤다. 그러나 한 쌍의 눈동자는 빠르게 멀어졌다. 중력의 방향으로, 연직방향으로, 땅바닥을 향해서. 이번에는 마스크도 아영의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으아아악!"
"악!"
팀장과 아영은 거의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사람이 떨어져 죽었다. 아니 정확히는 떨어지는 중이었고 아직 죽기 전이던 사람이다.
쿵 하는 소리가 아영에게도, 팀장에게도 들리는 듯 했다.
그는 이젠 다 떨어졌고 죽어가는 중인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