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리기 역사, 200km 후기 및 300km 현재진행형
나는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운동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축구를, 어떤 사람은 스케이트를, 어떤 사람은 요가를 좋아할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다면, 아직 좋아하는 운동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운동은 있다.
나는 어렸을때 남들 다 하는 태권도,합기도를 안 했다. 그런 것들을 안하고 쇼트르랙을 했다. 어릴 때 나는 남들과 비슷하게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특이한 내 이름과 나의 독특한 운동에 대해서 나름 싫어했다. 쇼트트랙은 보통 하루에 세 시간 정도 했고, 월,수,금 이렇게 일주일에 세번정도에 가끔 주말에 나갔다. 평일 연습같은 경우는 지상훈련 한 시간에 빙상훈련 한 시간 그리고 지상훈련 한 시간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에 세 시간씩 운동하던 내가 신기할 지경이다. 그렇게 힘을 빼놓고 나면 집에 와서 조용히 잘 자긴 했다. 주말에는 가면 빙상장 근처 산을 1시간정도 타고 나서 놀이 같은 것을 했던 것 같다. 기억이 희미하긴 한데 술래잡기나 피구 같은 것도 했다. 그렇게 또 한시간 정도 놀면 이제 빙상장을 가서 그땐 한시간에서 두시간정도 타고 집으로 갔다. 엄마가 내가 쇼트트랙을 시작한게 살이 너무 쪄서 그런 것이라고 했는데, 살도 쪽쪽 빠지고, 폐활량이 엄청 좋아졌다. 유산소와 근력운동으로 가득 찬 시간을 적어도 일주일에 세번을 보내니까 몸도 좋아지고, 성격도 밝아졌다.
스케이트는 초등학교 5학년때 그만뒀는데, 엄마는 초5때 배우는 수학에서 함수라는 개념은 정확히 이해해야지 나중에도 수학을 놓치지않고 따라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그렇고 이제 초등학교 5학년 이후에도 계속하면 중학교 진학할 때도 그렇고 계속 스케이트 쪽으로 지원해야했다. 하지만 나는 재능이 없었다. 호주로 가서 전지훈련하는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고, 이젠 공부해야하는 때라고 엄마가 생각해서 그만 뒀다. 그 이후에는 학창시절동안 공부만 하고 운동은 따로 안했다. 공부가 급하기도 했고, 운동도 내가 학생때 많이 하는 축구나 농구 이런 것들을 안 좋아했다. 지금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땀 흘리면서 몸을 부딪히는 스포츠를 별로 안 좋아한다. 축구,농구나 야구처럼 아군과 적군이 가까이 땀 흘리면서 부딪히는 것은 나에게 너무 부담스럽다. 나는 경쟁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저렇게까지 이겨야하나 라는 생각이 솔직히 든다. 반칙도 있고 감정도 격해지는 스포츠는 내 취향이 아니다. 신사다운 스포츠를 좋아한다. 최소한 배구까진 괜찮다.
그렇게 학창시절에 운동을 안한 나는 고3때면 몸이 상당히 불어있었다. 그 이후에 대학교를 진학한 후에는 입학하기 전에 복싱을 다녔다. 스파링은 전혀 하지 않았고, 수 많은 유산소와 쉐도우 복싱만 혼자서 연습하다가 두 달만에 그만뒀다. 학교에 들어와서는 힙합 댄스를 하고, 1일1식을 하면서 살을 많이 뺐다. 그리고 헬스장이 학교 기숙사에 있어서 거길 다니면서 런닝머신에서 뛰고 플랭크나 스쿼트를 그때 처음 해본 것 같다. PT도 해보고 몸도 건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대학생 시절 가장 나를 즐겁게 한 운동은 달리기였다. 일단 나는 런닝 머신을 싫어한다. 그 자리에서 계속 강제로 뛰는 것 같아서 한겨울 아니면 절대 안한다. 한겨울에는 하게 되는데 내가 추위를 많이 타서 한겨울에 도저히 밖에서 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뛰어도 땀이 마르면서 굉장히 춥고 감기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런닝 머신을 싫어하는 나는 학교를 한바퀴씩 뛰기 시작했다. 학교가 넓어서 기숙사 입구에서 크게 한 바퀴 돌면 약 4.3km 정도 나왔다. 가는 길에 오르막길 내리막길 전부 다 지나고 사람들 구경도 뛰면서 했다. 밤에 뛰면 별을 바라보면서, 낮에 뛰면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아침에 뛰면 태양과 푸른 하늘을 보면서 뛰었다. 풍경에서 오는 즐거움도 있지만 다른 즐거움도 있다. 내가 생각보다 잘 뛰는 것이었다. 그때 기록이 4.3km를 약 22분정도에 뛰었으니 한 5분정도의 기록이었다. 그게 점점 빨라지면서 나중에는 1km에 4분 30분초까지 줄였다.
학교를 한 바퀴를 뛰고 하루에 한 번만 그것도 다이어트 식으로 먹으니 살이 쭉쭉 빠졌다. 그때가 약 군대가기 1년전이었다. 4학년때 여름이 최저 몸무게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여름에 대학원을 안 가고 복수전공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학교생활에 지쳐가면서 운동을 안 하게 됐다. 운동을 안 해서 살도 찌고 내 자신도 학업적으로 마음에 안 드니 점점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찌기 시작한 살은 군대가기 한달전까지 상당히 쌓여있었다. 군대가기전에는 이러다가 훈련 못 받고 힘들 것 같아서 1,2kg만 빼고 다시 입대했다.
군대에 가서 뜀걸음을 하는데 내가 생각보다 훈련을 잘 받았다. 몸은 과체중인데 그것치고도 단거리 장거리 모두 잘 뛰었다. 나는 담배도 전혀 펴본 적 없고, 술만 좀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담배피는 친구들에 비해 월등히 잘 뛰었다. 훈련소에서 조교로 지원할 때 경쟁률이 약 10대 1정도였기 때문에 체력평가로 많이 탈락시킨다. 그때 내가 잘 뛰는 것이 어필이 됐다. 당시 중대 전체가 다 같이 뛰고 빠른 순서로 들어오고 그 기록이 조교때 반영되는 것이다. 당시 160명의 중대 중 내가 11등정도로 빨리 들어왔다. 앞에는 달리기 선수한 애들, 운동한 애들 있는데, 걔네들 바로 다음이 나였다. 내 앞 뒤로 한 10명 중 내가 가장 통통했다. 어렸을 때 쇼트트랙을 열심히 했고, 군대 오기 전에 학교를 매일 뛰던 습관이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렇게 거기 있던 간부들이나 조교들이 나를 다시 보게 된 사건이었다. 나중에 조교 붙고 나니 어차피 근력은 시키면 느는데, 조교 임무상 뜀걸음 인솔이 있는데 그건 못하는 사람은 계속 못한다고 했다. 나는 가중치가 높은 과목을 잘 본 셈이었다. 조교때 체력측정, 특급페이스메이커(특급 페이스대로 뛰면서 길을 알려주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나는 점점 기록이 좋아져서 결국 3km에 12분 22초라는 엄청난 기록을 했다. 나만의 소소한 자랑거리이다.
조교로 건강하게 전역한 후에는 학교가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해서 나는 집에서 줌으로 수업을 들었다. 가벼워진 체중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군대에 있을 때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고 덜 먹진 않았다. 전역을 해도 엄마 눈에는 아직 애기인 아들이었는지 전역하고 한 달정도는 정말 진수성찬이었다. 어쨌든 살이 조금씩 쪄가면서 나는 다시 운동을 하기로 했고, 집 근처 헬스장에 가서 근력운동을 했다. 그래도 다시 뜀걸음으로 돌아갔다. 근력운동은 오래 걸리지만, 달리기는 아무리 길어도 45분정도였다. 나이키 런닝 클럽에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뛰었다. 빨라졌다 느리게 뛰었다 하는 인터벌 런닝, 35분간 우직하게 뛰는 프로그램, 회복런닝 등 다채롭게 나를 재밌게 했다.
문제는 여름이 되고 내가 대학원입시를 준비하면서부터였다.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엄청나게 오래 책상에 있었고, 나름의 스트레스로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가을까지 성실하게 뛰진 않고 점점 한달단위로 보면 조금씩 뛰었다. 그러다가 겨울에 기숙사 입사를 위해서 몸무게를 쟀는데 좀 충격이었다. 내 자신에게 목표를 부여해서 내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달에 100km 챌린지의 시작이었다.
원래 굉장히 마른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꾸준히 연습했는지 그 친구는 지금 보니 엄청 잘 뛰고 100km챌린지를 언젠가 한 것을 봤다. 그래서 그 친구를 따라하고 싶어서 나도 한달에 100km 챌린지를 시작했다. 일단 1월말부터 약 한달간은 집에 있기 때문에, 집 근처 런닝머신에서 뛰었다. 런닝 머신은 금방 지루해지기 때문에 핸드폰을 가져가서 늘 롤 경기를 보면서 뛰었다. 그러다보면 금방 5km,7km를 뛸 수 있다. 그땐 날씨도 매우 추웠다. 그렇게 뛰고 나서 유튜브를 보다가 자는게 하루 일과였다. 물론 일어나면 무릎이 너무 아픈 적도 있었다. 그래도 어느순간 궤도에 올라간 습관은 멈출 수가 없어진다. 계속 생각나고 죄책감도 생긴다. 꼭 하루에 한번은 1km라도 뛰어야 개운해진다. 그렇게 한달을 100km를 뛰었다. 놀랍게도 내가 식습관을 개선을 크게 하지 않았는데도 3kg이 빠졌다. 내가 식습관 개선은 조금 적게 먹고 군것질 안하는 정도였지만, 살이 빠졌다.
그렇게 다음 한달간은 학교로 와서 시작했다. 시기는 2월말부터 3월말까지였다. 일주일에 5번을 5km로 뛰면 4주만에 가능했다. 거의 수, 토요일을 제외하곤 매번 뛴 것 같다. 학교는 5km가 안 되기 때문에 어느 구간은 작은 원을 그리면서 뛰는 것처럼 나만의 코스를 정하고 늘 5km를 지켜서 뛰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 좁은 길, 넓은 길을 다양하게 즐겼다. 학교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직은 추운 겨울이구나, 혹은 이젠 꽃이 피는 계절이구나를 느끼면서 뛰었다. 학교의 계절감을 온몸으로 30분간 느꼈다. 그리고 런닝머신과 다르게 내 페이스가 1km마다 알려주는데 이게 나에게 추가연료를 주입받은 자동차처럼 힘을 내게 해줬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경쟁심이 없는데 이는 정확히 말하면 남들과의 경쟁심이 없다. 나는 나 자신이 발전하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고 내가 나 자신에게만 경쟁심을 느낀다. 나의 진정한 라이벌은 게으른 나이기 때문이기에 페이스가 많이 느려지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 그렇게 어떻게든 페이스를 너무 떨어트리지 않게 뛰다보면 점점 실력이 는다. 처음에는 5분 30초였던 기록이 이젠 평균 5분정도이다. 대부분 4분50초에서 5분10초사이로 뛴다.
그렇게 매번 뛰다보니 상쾌하고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나 자신한테 만족스럽다. 그래도 열심히 사는게 내 꿈을 이뤄가기 위한 발판이 되겠지. 이번 달에 100km를 채워서 300km를 뛰려고 한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인데,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66일의 시간을 지나야한다고 한다. 이미 습관의 영역으로 들어온 달리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
묵묵히 한 걸음씩 뛰다보면 어느새 5km인 것 처럼, 하루하루도 쌓여서 큰 인생의 줄기를 바꿀 것이다. 반복되지 않는 인생을 밀도있게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