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1. 오늘 데이트 코스는 내가 대흥동에 가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짰다. 의지가 더 확실한 사람이 짜는게 더 재밌기 때문이다. 오늘의 첫번째 플랜은 대전 대흥동에 있는 광천식당에 가는 것이다. 광천식당은 대전 3대 두부 두루치기점 중 하나로 엄청 유명한 곳이다. 내 기억에는 다른 대전 3대 두부 두루치기 점인 진로집은 별로였고, 여긴 맛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들어갔다. 오픈시간에 맞춰갔기 때문에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가서 두부 두루치기를 먹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보통 우리가 먹는 매운 음식에는 단맛이 있다. 설탕이나 물엿을 넣어서 매우면서 단 느낌을 주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냥 매운데,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은 굉장히 낯선 맛이었다. 광천식당에서 이쁜 카페를 가고 나서 다음 행선지는 바로 연극이었다.
2. 여자친구가 연극동아리에서 연출하고 있는데, 그런 영향도 있고 연극이 보고싶어졌다. 눈앞에서 생생히 연기하는 그 모습, 열정있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소극장 고도라는 곳에 가서 연극을 보았다. 안톤 체호프의 곰이라는 짧은 연극이었다. 연극이 너무 길면 은근히 피곤한데, 이런 짧은 연극은 좋다. 근데 연기가 너무 흡입력이 있어서 40분이 진짜 10분남짓으로 느껴졌다.
3. 연극을 보고 나서 중앙로 지하상가에 있는 아이스크림 떡볶이와 조각피자를 먹었다. 아이스크림 떡볶이는 엄청 단 떡볶이로 몇입먹으면 금방 물린다. 그래서 1인분만 시켜서 나눠먹었는데 딱 적당했다. 한개 먹고 두 개를 먹자마자 바로 물리는 맛이다. 물리지만 그만큼 임팩트는 있다. 그리고 여기 근처를 지나가면서 여자친구가 말한 조각피자집이 있어서 시간도 남고 배도 고프고 해서 그것도 챙겨서 먹었다. 예상을 웃도는 맛이었다. 왜 진작 여기를 안 왔을까 싶다. 활발한 호객행위와 그에 대응하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지하상가에 사람이 붐볐다. 여기 상권이 아직 안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
4. 저녁은 현대식당이라고 허름하고 맛좋은 노포식당을 가는데, 웬걸 대흥동 먹자골목에 선정돼서 싹 리모델링 해서 모던한 닭볶음탕집이 되었다. 물론 일하시는 분들의 무릎이나 식사하려는 사람의 편의를 생각하면 리모델링하는게 좋지만, 예상치 못한 변화여서 당황했다. 맛은 닭은 좋았는데, 소스가 심심했다. 여기도 단맛을 안 쓰는 느낌이었다. 건강한 맛이지만, 나는 단맛이 베이스로 없으니까 심심하는 인상이 강했다. 그리고 밥을 먹고 그 주변을 돌아다녀보니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헌팅포차며, 어쩌고,저쩌고 길에서 담배피는 사람도 많았고, 지하상가에 있던 사람들이 다 여기로 나온 느낌이었다. 상권이 죽기는 커녕 나만 모르게 이미 상권은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서 씻고 바로 잤다.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