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생일을 축하해
우리 큰 아들 태어나 꼬물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살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네.
엄마 아빠의 큰 아들인 네가 항상 고맙고 더 없이 행복하단다.
아빠 엄마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4개월 만에 일찍 찾아와준 네가 얼마나 신기하고 기뻤는지 몰라. 엄마의 임신 소식을 안 날, 바로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가 아빠에게 꽃다발을 받은 날이었단다.ㅋ
29살의 임산부 엄마는 30kg이 불어나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면서도 뛰어 다니던 철부지 엄마였어. 의사선생님께서는 발목이 상한다고 운동도 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다가 너를 낳으러 오라고 하셨지. 하지만 너를 낳기 한 달 전까지 직장에 출근을 하고 마지막 한 달을 출산휴가에 들어가면서는 엄마와 비슷한 임신기간에 있는 친구와 매일 만나서 신나게 돌아다녔지. 그만큼 에너지 넘치고 팔팔하게 날아다녔던 엄마도 우리 준혁이가 15살이 된 만큼 어느덧 세월이 흘러 마흔 중반을 향해 가고 있네.
네가 태어났을 때 갓 태어난 아기가 이렇게 또렷하게 잘 생겼다니 그저 감탄했지.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그래서 준영이가 태어날 때도 은근히 기대를 했어. 그런데 그냥 못난이 귀요미여서 깜짝 놀랐던 일은 비밀!ㅋ
모유수유를 할 때 너는 자주 젖을 물고는 잠이 들어버리곤 했단다.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귓불을 살짝 꾸욱 누르듯이 만지면 다시 힘차게 젖을 빨았던 아기 준혁이가 너무 선명하게 생각난단다.
20개월 터울로 동생이 태어나면서 갑자기 형님이 되었지. 네가 3월생쯤 되거나 준영이가 11월 즈음 태어났다면 연년생이 되었을 상황이지. 똑같이 아가인 너를 큰 아이 대하듯 한 일이 생각나면 지금도 가슴이 시릴 때가 있어.
지금껏은 물론이고 격동의 사춘기라는 중 2가 다 지나가도록 말썽 한 번 없는 네게 늘 감사한 마음이야. 네가 가끔 툴툴대거나 툭툭 내뱉는 말 정도는 엄마 눈에는 덩치 큰 귀염둥이로 보이니 사춘기에 이 정도면 선비지 선비.ㅎㅎ 덕분에 이렇게 순탄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늘 감사하단다. 준영이도 형아를 보면서 잘 하고 싶어 하고 본받고 싶어 한다는 걸 느낀단다. 겉으로는 툴툴대고 까불지만 네 동생은 형아 바라기야.
네가 등교할 때마다 엄마는 늘 신발을 신는 너의 뒤에서 지켜보다가 “준혁아! 사랑해” 하면 너는 “응” 하고 후딱 나가버리지. 그 모습에 엄마는 네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혼자 웃곤 했어. 매일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날부터 “준혁아!” 하고 부르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너는 절대 대답을 안했잖아.ㅋㅋ 그래서 나중에는 엄마가 작전을 바꿨지. 네 어깨를 툭툭 치면서 “준혁아 준혁아!” 했더니 너는 무심코 “왜~” 하며 돌아보았지. 재빠르게 머리위로 손 하트를 그리고 “사랑해”하니 “에휴~” 하고 시크하게 나가는 널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그리고 또 한동안 먹히던 작전이 안 통해 엄마는 궁리를 했지. 이번에는 무심한 듯 “아! 맞다. 그런데 준혁아 그거...” 그러면 너는 또 무심코 “뭐...” 하고 돌아보았지. 그때 잽싸게 말없이 손 하트를 하면 너는 “에휴~” 하고 가버렸어.ㅎㅎ
초등학교 몇 학년 때인가 네 담임선생님을 마주치게 될 때면 엄마 등을 그렇게 쓸어주시면서 “심성 착한 우리 준혁이 어머니~” 하면서 반겨 주셨던 선생님이 생각난다. 무엇보다 기분 좋은 말이기도 하기에 정말 뿌듯했어.
우리 준혁이는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 했고 잘 하고 있어. 어떤 경우에라도 엄마는 네 편이고 너를 믿고 존중할 거야. 며칠 전 침대로 점프하면서 “우리 집이 낙원이야~” 하는 널 보며 안심했어. 그리고 감사했어. 이런 네 마음이 바뀌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엄마도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내 1호. 준혁아! 15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
2022년 11월 22일
이제 어떤 연기력을 발휘해서 너를 돌아보게 할까 생각하며 웃음 짓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