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다.

마당이 보이는 나의 휴식 공간~

by 동백이


아이들이 셋이라서 셋째는 내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 방이 세 개 있는 집이라서 막내에게 방을 하나 내줄 수가 없다. 큰딸과 10살이나 차이가 나서 언니와 같은 공간을 사용할 수가 없다. 대학생의 언니도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보내야 하고 어린 초등학생 동생과 함께 자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둘째 오빠하고 같은 방을 쓰는 것은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안 되는 걸로 아들이 결정한 것 같다.



나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혼자 글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한다. 내 방에 TV가 있어도 잘 보지는 않는다. TV는 거실에서 함께 보는 것이고, 저녁에 운동을 시작한 9년 전부터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나눌 때는 낄 수 없을 때도 있을 정도로 잘 보지 않는다. 나의 방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남편과 지낼 때는 남편이 불편하고 거슬렸는데, 남편과 따로 지내면서 나만의 공간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는 늦둥이 딸이 있었다. 한 이불에서 잠을 자다가 한창 커가는 딸의 잠버릇은 나의 곤한 잠을 방해하게 되어서 이부자리를 따로 펴고 자고 글을 읽고 글을 쓸 때도 아이의 잠을 방해할까 봐 불을 꺼야 하고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다. 늦둥이 딸도 그럴 것이다. 엄마 때문에 못 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부터 오늘은 글을 써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고 왔기 때문에 조용한 공간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며칠 전에 집 앞의 스터디 카페에 2달에 사용하는 50시간을 결재하고 왔기 때문에 오늘은 조용한 공간에서 글을 쓰려고 저녁을 대충 먹고 노트북과 노트를 챙겨서 집 앞 스터디 카페로 향했다.



커다란 텀블러도 챙겨서 가벼운 마음으로 스터디 카페에 도착했는데, 이런 어쩐다냐?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도 헤매고 자리를 어떤 자리로 결정해야 하는가도 고민하고 있을 때 내 나이쯤 되는 여자분이 안에서 나오길래 바로 어떻게 하는지를 물었더니, 처음 왔다는 말에 친절하게 자리 배정하고 들어가고 나오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고마운 천사를 만날 수 있었다.



조용히 자리에 착석하고 컴퓨터를 조심스럽게 꺼내고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조심스러워서 부담스러웠다. 볼펜까지 가져오지 않아서 난감하고 복지관 추석 나눔 이야기를 써야 해서 자료도 검색하고 자료도 적어가면서 써 내려가야 하는데, 집안에서 어수선하게 글을 읽고 글을 쓰던 생활을 해 왔던 나에게는 너무도 조용한 공간이 어색하고 조심스러워서 핸드폰으로 검색만 하다가 50분 만에 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돌아오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웃는 아이들~ “애들아 글 쓸 때는 집에서 하는 걸로 스터디 카페 너무 조용해서 안되겠어, 책 읽거나 공부할 때만 가는 걸로~”



소리를 좀 낮춰달라는 부탁과 함께 시끄러운 거실을 피해 나의 방의 문을 닫고 좌식 구구단 책상을 펴고 글 한 편을 써 내려갔다. 역시 난 집에서 이거 하다 저거 하다 부산스럽게 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셋째가 잠을 자야 해서 다시 거실로 노트북을 들고 나와서 거실에 앉아서 글을 쓴다.

요즘 나의 로망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을 한 채 사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오느른] 책을 읽었다. 김제 시골집을 사서 고쳐서 휴식을 취하러 내려왔다가 농사를 짓고 유튜브를 찍고 일을 하고 사무실을 차려 작업을 하는 책 내용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그 책에서 하고 있다.

시골집을 사서 커다란 문을 열고 문 앞에 좌식 책상을 놓고 푹신한 방석에 앉아서 글을 읽고 글을 쓰고 마당의 꽃을 보고 싶고 마당에서 뛰어노는 강아지와 따뜻한 양지에서 자는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 그런데, 돈이 없다. 너무 낡은 집은 무섭고 춥고 안성맞춤의 집이 나온다 해도 아직은 돈이 없다. 그저 나의 로망이다.



꽃을 좋아한다. 꽃 이름도 잘 모른다. 그저 활짝 피어있는 꽃이 이쁘다. 꽃이 날 보고 웃고 있는 것 같다. 마당에 꽃을 키우고 싶다. 잔디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는 동생의 말 그 잔디는 어떻게 깎으려고~ 염소를 키운다는 말에 염소가 꽃도 다 먹을 거라고 한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조용한 나의 공간을 언젠가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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