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똥 수저로 나뉘는 사회가 정상인가.

계급사회

by 임세규
내게 금수저.. 흙수저는 없다. 소박한 네 식구 저녁식사에 아빠가 반찬 한점 올려준 딸아이의 숟가락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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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은, 동, 흙수저는 수저 계급론을 말하는 신조어다. 은수저는 중산층 부모의 자녀를 의미하고, 흙수저는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부모에게 의지할 수 없는 자녀를 뜻한다고 한다.


B의 경우를 보자.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자취를 한다. 나이는 30세. 비정규직이다. 월급은 세금 제외하고 백팔십여만 원이다.

B와 술 한잔을 했다. 그는 지금 직장에서 5년을 일하며 3000만 원을 모았다. 결혼은 포기 한지 오래라고 했다. 부모님께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상황도 아니었다.''저 같은 흙수저는 결혼과 아이를 낳고 산다는 건 사치일 뿐이죠.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를 언제쯤 뗄 수 있을까요? 결혼 비용도, 집값도, 아이를 키우는 양육비를 생각해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


B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16년 전이었다. 그때는 금수 저니, 흙수저니 이런 개념이 없었다. 다들 형편도 고만고만했고 좀 늦더라도 결혼은 당연히 해야 될 인생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부족해도 둘이 함께 아이를 낳고 아옹다옹 사는 것도 행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여겼다.

나 역시 비정규직으로 일을 했다. 불안정한 직장이었지만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큰 딸아이가 태어났다. 돌이 지난 큰 아이가 아빠를 낯설어하고 어색해할 정도로 일을 했다. 십 년 동안 외근을 하며 배달을 했다.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타며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아내는 밤늦게 돌아오는 남편을 노심초사 기다렸다.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던 날 아침도 거르고 출근을 했다. 비 때문에 일이 밀렸다. 점심을 간단히 빵으로 먹을지 고민을 하던 중에 가리봉동 철길 옆을 가던 길이었다.'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순대국밥 집에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주인아줌마는 야박하게도 우비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얼마나 눈치를 주던지 괜한 자격지심에 자신이 초라해 보여서 서러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시험을 본 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다. 부지런히 벌었고 아꼈다. 전세 대출을 받아 좀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부지런히 공부를 하고 자격증 3개를 땄다. 외근직에서 내근직 전환 시험을 봤고 합격했다. 둘째 딸아이가 태어났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밤늦도록 잠 못 이루는 아내의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내게는 애초에 금수저, 흙수저 따위는 없었다. 그저 주어진 현실에서 더 나은 미래와 삶을 위해 한 걸음씩 걸었다. 옥탑방 월세에서 출발했다. 큰 아이의 돌이 지날 무렵 전세 대출을 받았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서울을 벗어나 지금 살고 있는 곳에
30년 상환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다.

청동기 시대 이후 계급 사회가 시작된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시대. 부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요즘 우리는 현대판 계급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일까. B와 나는 흙수저 일까.


삶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본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저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힘들어하는 직장 후배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 한 권을 권하니 대뜸 ''나는 그런 거 몰라요.'' 한다. 그와 내가 바라보는 일과 현상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과 다른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저마다 행복을 느끼는 가치가 똑같을 수는 없다.

금수저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심지어는 똥 수저로 나누어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가. 주어진 현실이 앞길이 보이지 않고 희망이 없다고.. 그렇지 않다. 비록 느릴지언정 한 걸음씩 걸어가는 인생의 여정에서 소박한 삶을 즐길 줄 아는 '눈'을 가진다면 남들과 비교하는 생각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아내의 퇴근 시간이 조금 늦어진다. 엄마의 빈자리와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 못내 미안했는지 아내는 딸아이와 늦은 시간까지 알까기를 한다 '' 까르르.. 까르르..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저녁 내내 거실을 울리며 아내도 나도 그저 함박웃음을 짓는다.

내게 금수저.. 흙수저는 없다. 소박한 네 식구 저녁식사에 아빠가 반찬 한점 올려준 딸아이의 숟가락이 있을 뿐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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