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똥,똥,돼지,조상님,대통령..한마디로 개꿈이다.

뭔 일 이래 , 내 인생의 복권 당첨 역사를 새로 썼다

by 임세규

살다 보면 블록 맞추듯 어떤 상황들이 ' 딱딱 ' 맞는 날이 있다. 그날이 그랬다. 퇴근길에 3번 지하철을 갈아탔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3곳 모두의 역에서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기다림 없이 열차를

바로바로 환승할 수 있었다.

' 이건 뭐지.. ' 그러고 보니 아침에

출근할 때도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마을버스가 바로 왔다. ' 어떤 우주의 흐름이 내게로 온건가. ' 나는 역을 나오자마자 로또를 사러 갔다.

<3월 6일, 첫 번째 당첨>

재미로 샀다. 그냥 지하철 환승을 한 번도 기다리지 않고 했다는 이유 만으로 복권을 샀다. 그런데 됐다. 당첨이.. 그것도 4개의 번호가 맞았고 5만 원의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한번 구입하는 로또 복권이 4등에 당첨됐으니 기분이 좋았다.


3월 5일 금요일 저녁에 내가 산 복권은 953회 차였다. 그런데 이번 당첨은 이례적이었다고 한다.

당첨금이 큰 차이가 나지만 보통 1.2등을 고액 당첨자로 분류한다. 이날은 1등 14명과 2등 116명이 나와 역대급 고액 당첨자가 나왔다. 1등은 16억 원씩, 2등은 3753만 원씩을 가져갈 수 있었다.

또한 3등은 3273게임이며 4등은 14만 6120게임, 5등은 233만 1848게임이었다.

내 뒤로 5등인 233만 게임이 있었고 ' 꽝 '이 된 게임까지 합치면 4등도 꽤 의미 있는 셈이다.

돈이 많으면 무조건 행복한가에 대한 물음은 각자 앞에 놓인 상황에 따라 다르다. 1등 당첨금 16억 도 큰돈이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 값 한 채가 웬만하면 10억을 넘으니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것 같다.

심지어 조 단위도 어마어마한 단위 건만 뉴스에서 나오는 재난 지원금의 규모를 너무 많이 보고 듣고 하니 큰돈이라는 느낌이 예전보다 덜하다.

로또 1등 당첨의 행운이 내게

온다면이란 가정은 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제일 먼저 직장을 그만둘 거다. 집과 차를 새 걸로 바꾸며 어려운 형제들을

도와주고 연로하신 부모님께 한 달에

한번 용돈 ' 팡팡 ' 원 없이 드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직장동료와 차 한잔을 하다가 복권 이야기를 했다.

" A 씨는 1등 되면 어떻게 할 거야 ? "

" 글쎄요.. 일단 이 소식을 마누라에게 알려야 할까. 고민부터 해야겠지요. "

실제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10명 중 6명은 아내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람 마음이란 게 큰돈 앞에서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 아내에게는 당첨 사실을 말할 거다.

그리고 둘이 함께 차분히 계획을 세워야 할 듯싶다. 돈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오는 부작용은 충분히 들어서 알고 있으니까. ( 솔직한 심정은 일단 당첨되고 볼일이다. )

경제적 자유는 모든 이들의 꿈이고 행복한 나날의 연속일 것 같지만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 일들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사기꾼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사기를 당하지만 갑자기 큰돈이 생겼을 때는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나는 아닐 것 같지만 더 많은 돈에 욕심을 부려 투자나 투기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것 같다. 돈이 없는 지금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 일이다.

4등이 된 복권을 판매처에 가서 현금 5만 원으로 바꿨다. 가판대 아줌마가 슬쩍 쳐다보더니 만 원짜리 다섯 장을
' 촥촥촥 촥촥 ' 넘겼다.

보고 있기만 해도 어깨가 으쓱 해졌다.
뒤에서 기다리던 아가씨의 시선도 5만 원을 건네주는 그녀의 손을 지켜봤다.


5천 원을 자동으로 바꾸고 4만 5천 원을 지갑 속에 넣었다. 나는 기분 좋은 종종걸음으로 버스를 타러 갔다.

" 오늘 저녁은 아빠가 쏜다. "

짜장면하고 탕수육을 먹어도 책 한 권 살 돈이 남아서 책을 주문했다. 참 알뜰하게도 썼다.

<3월 13일, 두 번째 당첨>


5천원의 적은 금액이지만 연속으로 2주 당첨됐다. 지난주 운의 흐름이 이번주까지 온건가. 로또를 두어장 더 살까 하다가 재미로 한장을 샀는데 또 된거다.


로또는 1971년 미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가장 큰 금액은 2016년 1월 13일 파워볼에서 당첨된 약 1조 7,511억이다.

도대체 전생에서 얼마나 큰 일을 했는지, 행운을 가져간 사람은 아마도 나라가 아닌 세계를 구했나 싶다.

지난해 전국의 로또 판매량은 2002년 이후 로또 판매 역대 최고 기록인 4조 7천370억 건을 달성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위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복권에 희망을 걸었나 보다.


<3월 20일, 세 번째 당첨>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 꽝 ~ 일거야. 늘 그랬듯이. ' 웬걸, 또다시 5천 원짜리 기본이 당첨됐다. 이게 뭔 일 이래. 내 인생의 복권 역사가 새로 써지는 순간이었다. 제비뽑기를 해도 늘 꼴찌였던 내게 3주 연속 당첨의 운이 오다니..

운(運)이 좋다는 건 어떤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오는 걸 뜻한다.


이 흐름대로 간다면 ' 혹시나 ' 더 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3번 연속 대통령이 나타나는 꿈을 꾼 후 1등에 당첨된 사람도 있다.

5만 원, 5천 원, 5천 원 3주 연속 당첨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튼 희한한 일이 내게 일어났다.

이번 주 내내 잠을 자기 전 속으로 주문을 건다.


' 똥.. 똥.. 똥.. 돼지. 조상님. 대통령.. '

꿈을 꾼다. 안방에 돼지가 똥을 가득 싸고 있는데 조상님이 들어오시더니 내게 대통령이 오실 거라 말씀해 주신다.

어수선하고 오두방정 맞은, 한마디로 ' 개 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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