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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발라 숟가락 위에 한점 올려놓을 때

생선 발라주기

by 임세규

생선 발라주기



저녁 식탁 위에 조기 대여섯 마리가 있다. 생선을 발라 숟가락 위에 한점 올리는 것도 요령이 있다.
빈 접시에 생선을 놓고 지느러미 윗부분을 떼어 낸다. 뭉툭한 생선의 배를 깔끔하게 다듬는다.

몸통을 두 갈래로 나눈 후에 뼈를 살짝 들으면 먹음직한 생선 한 조각이 완성된다.

아빠가 발라주는 생선이 제일 맛있다는 선영이, 가영이 숟가락 위에 한점.

저녁밥 하느라 수고한 아내의 숟가락 위에 한점.
다 발라내고 자투리 하나 큼지막이 한술 뜬
내 숟가락 위에 한점.

행복은 큰 것에서 찾는 것이 아님을.
숟가락 위에 올린 생선 한 점에도 있음을.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에 있음을 알게 된다.

[지은이 소개] 작가명: 임세규

2019. 서울시 지하철 시 공모전 당선.
2019. 오마이 뉴스 '하포리 가는 길' 선정.
2020. 푸른 문학 수필 부문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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