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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Feb 22. 2022

의자

시 해설. 임세규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시 해설 ]


시의 매력은 은유와 상징에 있습니다. 시인의 감성이 잘 묻어 나와 마음에 울림을 준다면 그것 또한 시를 읽는 즐거움이라 하겠지요.


허리가 아프신 어머니는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이신다 합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의자란 무엇일까요.. 어머니의 의자는 기대고 싶은 의지의 대상이지요. 먼저 가신 아버지도 아들을 좋은 의자로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또한 의자는 어머니의 자아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참외, 호박도 곁에서 살펴주고 돌봐 주려면 늘 곁에서 살펴주고 돌봐주는 이가 의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결혼하고 살다가  힘들 때도 있지만 힘들면 그저 쉬어 갈 수 있는 의자처럼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라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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