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IQ가 79다. 고등학교 1학년 생활 기록부에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30년 전에 테스트한 거다. 결과 발표가 나고 얼마 지났을 무렵 담임 선생님은나를 교무실로 불렀다. 내 두 손을 '꼭' 붙잡으시며 무어라 하셨는데 기억이 희미하다. 애처로운 눈빛에 힘, 용기 이런 단어를 말씀하신 것 같다.
돌고래는 70, 침팬지는 60 정도의 지능지수를 가지고 있다 한다. 인간인 내가 그들과 비슷한 IQ라 하는데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마음 착한 아내와 토끼 같은 두 딸이 있고 한 직장에 20년 동안 잘 다닌다.
흔히 공부머리와 일머리를 비교하기도 한다. 같은 일을 반복해도 분명 다른 방법이 있다. 사소한 것 한 가지만 바뀌었을 뿐인데 결과는 효율적이다. 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질문을 하게 된다. 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한 번쯤 고민해본다. 살면서 공부 머리는 부족했을지 몰라도 일 머리가 모자라지는 않았을 거다.
다중지능 이론이 있다. 인간의 지능은 IQ 뿐 아니라 다양한 지능이 있다는 이론이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다중지능 이론을 말한다. 공간, 논리수학, 대인관계, 언어, 신체운동, 음악, 자기 성찰, 자연 탐구 지능이다.
이중 대인관계 지능이 어쩌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을까. 나는 말 한마디로 인해 상대방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 일이 있다.
''군대는 다녀왔니?'' 20대 후반, 직장을 다닐 때 후배에게 했던 말이다. 정리정돈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주위가 너무 산만했다. 나는 가벼운 농담이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이란 게 서로 소통이 되지 않으면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군 복무를 하지 않은걸 콤플렉스로 가지고 있었다.
내가 무심히 한 말이 후배의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대인관계 지능이란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을 잘 알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이다. 내게는 부족했다. 그에게 사과를 했다.
EQ는 감성 지능이라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마음의 지능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찌 타인을 이해하기가 그리 쉽던가. 인간이 하는 가장 흔한 실수가 '내 생각이 맞다. 나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가 아닐까. 나 역시 이'생각의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 맞고, 틀릴 수도 있다.
어느 스님의 풀(full) 소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종편 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모양이다. 고가의 전자기기를 쓰고 수십억 대의 집을 '실소유'함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하버드를 나오고 미국 국적을 가진 그가 IQ는 평균 이상일지 모르지만 감성지능은 낮은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스님은 '청빈'한 삶이 떠오르지 않은가. 스님이라고 꼭 그렇게 살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도리'라는 게 있지 않은가. 행간에 떠도는 말들이 진실이 아닐 수 있지만 그가 남긴 좋지 않은 풍문으로 인해 그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지는 듯하다.
그가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는 워킹맘의 고충에 답한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참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로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은 맞벌이 부부에게 방법이 있다. 엄마가 새벽 6시부터 45분 정도 같이 놀아 주는 것이다"
제정신인가.. 워킹맘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해명한 글 또한 궁색하다. '틈나는 대로 놀아주라'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내 IQ가 왜 낮게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시절에는 지능지수가 친구들 사이에서 중요했다.놀림도 받았다. 살아오면서 짧은 단상을 많이 썼다. 메모라고 말 할수도 있는데 어쩌면 그 습관들이 내 지능지수를 올렸을지 모를 일이다. 꾸준한 글쓰기 또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IQ가 낮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좌절할 필요도 없다. 여태껏, 먹고사는데 지장 없었으니 그깟 IQ 79가 무슨 대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