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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Mar 08. 2022

봄날 / 강경숙

시 해설 / 임세규

봄날 / 강경숙

봄 내린 뜰
메주를 찬찬히 펼쳐 놓으시는 할머니
콤콤한 몸이 햇볕을 쬐는 동안
흙 배긴 항아리를
짚으로 말갛게 닦으신다

오금 한 번씩 펼 때마다
햇볕이 블룩,
장독마다 햇살이 튄다
항아리 안에 푸른 하늘이
동그랗게 먼저 들어앉고

볕이 잘 들어야 장맛이 좋은 겨
할머니의 머리칼이 은실로 반짝인다

개집 속에 개밥 그릇도
볕 잘 드는 곳으로 나간다

햇볕을 따라 나간 누렁이
햇살에 버무려진 밥을
참 맛나게 먹는
따스한 바람과 햇발이
마당 그득 널린 날.

[ 시 해설 ] / 임세규

태어나고 자란 곳이 서울이지만 제게도 어린 시절 시골의 모습을 간직한 추억이 있습니다.

아버지 고향인 충남 삽교는 제 유년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방학 때 내려가면 할머니는 막내 손주 손을 잡아 주시며 반갑게 맞아주셨죠.

< 햇볕이 블룩, 장독마다 햇살이 튄다 항아리 안에 푸른 하늘이 동그랗게 먼저 들어앉고 >

불룩한 항아리 위에 햇살이 내려앉고 할머니가 항아리를 열면 푸른 하늘이 보였죠. 먼발치에서 장독대 위 항아리들을 닦으시는 할머니 모습이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햇볕을 따라 나간 누렁이 햇살에 버무려진 밥을 참 맛나게 먹는 따스한 바람과 햇발이
마당 그득 널린 날 >

마지막 연이 참 정겹죠. 햇살 가득한 날 누렁이가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시, 봄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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