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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May 09. 2022

그래 우리는 / 박은주

시 해설 / 임세규

그래 우리는 - 박은주

사람이 꼭 똑똑해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으냐
셈이 느려도 헤아릴 줄 알고
걸음이 느려도 끝까지 가면 된다

사람이 꼭 잘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결핍이 얼마나 많으냐
때로는 서로 변덕과 상처로 폐 끼치며
같이 웃고 같이 울 줄을 알면 되지

이 세상 귀한 것들 중에
씨앗이 가장 고귀한 까닭은
너는 오직 너로 살고 나는 나로 살며
서로 다른 꽃 피우기 때문이지


시 해설 / 임세규


시인 박은주는 대구에서 태어났다. 2007년 시로 문단에 나왔으나 소설을 쓰다가 2012년 《사람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나는 누구의 바깥에 서 있는 걸까. / 박은주
푸른 사상 출판사 시인 소개  -


지하철 2호선 플랫폼에서 처음 이 시를 만났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인과 동명 이인이라 시인의 이름이 눈에 클로즈업되더군요.


화자는  담담한 어조로 우리를 나무랍니다. 평범한 듯 하지만 비범한 시적 언어들이 가슴으로 진하게 다가옵니다. 시를 읽는 내내 공감을 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뜨끔 하기도 합니다. 혹시 나는 살다가 다른 사람에게 셈이 느리다고 화를 내지 않았나.. 걸음이 느린 사람에게 빨리 따라 오라며 재촉하지 않았나..


' 우리가 모르는 게.. 우리가 결핍이 얼마나 많으냐.. '


세상에 혼자 잘난 사람은 없습니다. 학벌이 높아도 돈이 많아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서로서로 아옹다옹하면서 부족함을 채우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거지요.


' 너는 오직 너로 살고 나는 나로 살며
서로 다른 꽃 피우기 때문이지 '


각자의 삶을 살면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준다면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모두 함께 아름다운 꽃을 피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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