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시 해설 / 임세규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 눈을 팔았는지 무엇에 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 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 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 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시 해설 / 임세규
혹시, 내 안의 감정들이 타인의 시선으로 결정되는 걸 느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휘둘려 정작 내 안의 나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주변을 의식하며 어떤 일이든 늘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도 봤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지쳐가고 있는데 나를 돌볼 생각은 하지 않았죠. 남의 눈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속으로 가두곤 했지
타인에 대한 의식을 신경 쓰니라 내 안의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왔군요. 중요한 건 내 안의 떫고 따갑고 뾰족한 돌 같은 마음을 모나지 않은 둥근돌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스스로의 감옥을 만들어 자꾸만 나를 가두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었네요. 남들 눈에서 자유롭지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