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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Aug 22. 2022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시해설 / 임세규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시 해설 / 임세규


15층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주시하는 사람

7층 보험 사무소에서 상담하는 사람

2층 주방에서 땀 흘리며 요리하는 사람

1층 편의점에서 바코드를 찍는 사람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관리 하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되지요.


새벽에 도착한 건설 공사장의 인부

이른 아침 빗자루를 든 경비 아저씨

매일 같은 출근시간 마을 버스 아저씨

헬멧을 벗지 않고 계단 뛰는 퀵 라이더

밤새도록 상.하차 하는 물류센터 직원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되지요.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듯 힘들어도 꾹 누가 뭐라 해도 꾹 하며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가 됩니다. 태산 같았던 아버지의 두 어깨는 그래서 조금씩 닳고 닳았나 봅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견디고 살아내느라 그렇게 되셨나 봅니다.


올해 여든, 아버지의 두어깨가 유난히 작아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j_bro/2200725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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