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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규 Dec 17. 2022

남자가 같은 남자를 바라봤을 때..


사랑에 포함된 여러 감정들 중 제일 중요한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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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이 내린 눈이 꽁꽁 길을 얼렸다. 베란다 창문 너머로 아슬아슬한 버스와 차들이 가슴 졸이며 지나간다.

 " 밤새 눈이 많이 내렸네 ~ 오늘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야겠다. 내가 데려다줄게 ~ "

" 응, 땡큐야 ~ "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아내가 싱긋 웃는다.

아내는 주말에 출근을 한다. 남들 쉴 때 안 쉬고 평일에 하루를 쉰다. 옷 판매를 하는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우리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은 늘 부족하다. 지난 10년 동안 주말 집안일은 오로지 내 몫이다.

아내를 회사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와  어제저녁 미뤄 놓은 설거지부터 시작한다.
집안 정리와 청소기를 돌리고 건조기에 있는 빨래를 개고 나면 오전이 후딱 지나간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깬 둘째는 안방으로 들어가 휴일 아침의 게으름을 즐겼고 새벽에 돌아온 큰 아이는 이불속에서 꿈쩍을 안 하더니 알바 시간에 맞춰 부리나케 집을 나간다. 둘째마저 논술 학원에 가니까 집안이 텅 비어 조용하다. 오늘 아침 우리 가족의 일상 풍경이다.

식탁에 앉아 아점을 먹는다.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반복된 부부 갈등...

' 어! 이런 방송도 있네... '

우연히 보게 된 MBC TV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방송에 나온 부부들의 삶이 리얼하게 펼쳐진다.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줄 알았던 유명 안무가 배윤정의 남편과 육아문제로 오는 갈등, 배우 김승현 부모님의 43년 차 결혼의 속사정.

한 집안에서 대화를 하지 않고 카톡으로 만 주고받는다는 이미 정서적 이혼 상태인 부부, 수입이 불안한 남편과 생계를 책임지던 아내의 꿈을 향한 도전.

남편에게 모욕감을 주면서 끊임없이 욕을 하는 아내, 섹스 리스로 살아가는 부부의 갈등.

연속해서 펼쳐지는 다른 부부들의 삶이 재밌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점도 많았다. 글쎄.. 부부 사이에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건 어떤 이유가 있을까...

오은영 박사님은 각 사례별 부부마다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해주셨지만 필자는 남자가 남자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남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감수성과 공감능력이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일부분을 가지고 섣부른 판단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느낀 점이 그렇다.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말은 흔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감정이다. 공감능력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될 때 올 수 있는 중요한 감정이다. 앞서 제시한 사랑에 포함된 여러 감정들 중 제일 중요한 건 뭘까.. 의 해답이다.

남편들은 이 두 가지의 감정들이 부족한 듯 보인다. 부부간의 갈등은 여기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의 언어적 표현력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사실 남편이 한 말이 그런 뜻은 아니라 해도 받아들이는 아내는 이해를 할 수 없다.
부부 갈등이 있는 남편들은 언어적 표현법이 많이 부족하다. 어떤 상황을 놓고 볼 때 차근차근 풀어서 대화를 해야 하지만 이들은 함축적인 단어나 버럭 소리를 지르는 일방적인 대화를 한다.

소소한 집안일과 아이들의 육아 문제, 시댁과 처가로부터 오는 각종 걱정거리들은 평생을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다툼 없이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 내가 먼저 하면 된다 '

집안일, 육아는 아내를 도와주는 게 아니다. 당연히 내가 하는 것이 맞다. 이걸 귀찮고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부부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지만 현실은 서로가 바뀌기를 원하고 다투며 살아간다.
벽을 눕히면 길이 된다는 말이 있듯 대화가 잘 통하기 위해선 내 안의 벽을 먼저 눕히는 게 우선 해야 할 일이다.

일상의 사소함이 모여 부부의 인생이 된다. 부부가 살다 보면 어찌 갈등이 하나도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작아도 꾸준한 사랑 표현이 쌓이면 부부간의 믿음과 신뢰의 바탕이 된다.


오은영 리포트에서 보여준 부부 생활 모습들에 있는 다양한 삶의 이면을 바라보며 이상적인 부부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내의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온다. 저녁은 뭘 해 먹나.. 신 김치를 꺼내 송송 썬다. 따끈한 김칫국이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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