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작가 May 20. 2024

오래도록 한 곳을 바라보는 그 순간 일생이 지나간다


*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작은 기쁨 / 열림원 출판에 실린 시 한 편입니다 *




응시 / 이해인

임종을 앞둔 이들은
왜 한 곳을 한 사람을
그리 오래 응시하는 것일까

​오래도록 한 곳을
바라보는 그 순간
일생이 지나간다고 한다

​순식간에 사랑의

심판을 받는다고도 한다

​​내가 마지막 간병을
갔던 자리에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어느 수녀님의 눈길이
오랜 세월 지나도
잊혀지질 않네

​이미 입을 닫은 상태에서
그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살다가 어느 순간
내 마음 시끄러워질 때면
문득 떠오르는

​임종 직전의 그 고요한 바라봄
두렵기도 했던 고별의 눈인사에
숙연해지는 나의 기도!


*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눈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친구 어머니의, 친구 형의, 선배의 시선을..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닌 시한부 삶을 살았던 그들은 죽음을 바로 앞두고 사람들과, 벽과 천장에 눈을 응시하며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인지요.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삶의 플래시백을 본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 행복한 순간, 그리고 후회하는 일들을 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사람들이 내세나 천국을 본다고 믿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사람들이 단순히 어둠이나 무의미함을 본다고 믿습니다.

사실은 우리가 죽기 전에 무엇을 보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신비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임종직전의 응시를  그 고요한 바라봄이라 표현하셨습니다.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며 자연스러움입니다. 응시.. 언젠가 우리 모두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지나온 삶의 파노라마 속 어쩌면 오늘이 그 시간들 속의 한 장면 일 수도 있겠지요. *


* 목차 *


* 출처 교보문고 *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삶의 내면은 알고 보면 모순투성이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