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냄새를 따르면 끝은 추락뿐이다.
봄비가 그친 오후,
S건설 본사 29층 회의실.
스크린의 도시계획도가
빛을 머금고 있었다.
김서준은 손끝으로 노선을 따라
도시의 맥을 짚었다.
"토지의 흐름은,
사람이 사는 방향과 같습니다.
안전하고 편리함의 축,
AMD의 데이터는
그 움직임을 먼저 읽습니다."
이희돈 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초기 매입지부터
함께 검토합시다."
”개발 시장은,
흐름을 잡는 자가 이깁니다."
그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냉정했다.
분기 말이었다.
실적이 숫자를 밀었다.
박상용 부장이
프레젠테이션을 넘겼다.
"광명·김포·오산·평택,
지역 중개 네트워크가
먼저 본 입지입니다.
모두 AMD가 사전에 확보한
데이터입니다."
화면 위 숫자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김서준은 그 떨림을
눈으로 따라가며 말했다.
"개발 지역이 결정되면,
저희 AMD도 토지매입에
지분 참여하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만을 위한
SPC를 설립하시죠."
AMD의 공격적 참여 선언에
회의실의 공기가 잠시 멈췄다.
김서준은 이익과 책임의 첫 단추를
스스로 꿰려 했다.
개발 데이터가
AMD의 손에 있었고,
이희돈은 거절의 말을
찾지 못했다.
그때, 이희돈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짧게 눈을 내리깔았다.
화면엔 '이기철 분양대행 대표'라는
이름이 떴다.
"이대표, 요즘 개발시장이 어때?
광명, 김포, 오산, 평택 중
어디가 제일 살아 있나?"
수화기 너머로
이기철이 맞장구쳤다.
"무조건 평택이죠."
"미군기지 이전 이슈에
삼성공장 증설까지 겹쳐서
지금 가장 뜨겁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소리가
회의실을 가볍게 메웠다.
이희돈은 통화를 끊고,
입가에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턱을 쓸던 손끝이
천천히 멈췄다.
그의 얼굴에
돈 냄새가 얹혔다.
이희돈은 이기철의 말에
기울었다.
평택.
분석표는 광명과 평택을
나란히 올려놨다.
결정은 숫자가 아니었다.
S건설의 판단 체계가 이상했다.
김서준은 이희돈의 표정을
흘끗 보며 생각했다.
‘이 회의가 끝나면,
대규모 광고홍보비가 책정된다.’
‘광고비는 피가 된다.
흐름을 보면 심장이 보인다.
내가 직접 확인한다.’
***
한 달 뒤,
AMD 연구원과 S건설의
첫 합동 프로젝트가
평택 고덕신도시에서 시작됐다.
지도 위의 초록 띠는
미군기지와 삼성전자 공장 부지였다.
그 사이에,
노후 주택과 소규모 창고가
뒤엉켜 있었다.
박상용 부장이 지도를 가리켰다.
"이 구간이 기지 이전과 공장 증설의
직접 수혜를 받게 됩니다."
"AMD가 확보한 데이터 기준으로
토지소유자는 158명,
매도 의향 확인 151명입니다."
"이렇게 많은 소유자와 협의를
짧은 시간에 완료했습니다.
AMD의 중개 네트워크 DB와
현장 협상력 덕분입니다."
이희돈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AMD가 역할을 톡톡히 했네요."
김서준이 보고서를 넘기자,
한기준이 말을 이었다.
"토지 단가 평균은 평당 920만 원,
보상비율 95.6% 수준입니다.
오늘 오후까지
계약 동의 완료 예정입니다."
김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흐름을 잃기 전에
한 번에 매듭지읍시다."
그날 오후 AMD는,
중개사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
토지주들이 한꺼번에 모였다.
계약서는 한 장씩 겹쳐 쌓였고,
서명은 동시에 진행됐다.
"모두 같은 조건,
같은 시각에 계약금이 지급됩니다."
한기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그 말에 토지주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볼펜이 점을 찍었다.
잉크가 굳는 순간,
소유권은 자리를 옮겼다.
심장이 한 박 멎었다.
오후 세 시,
계좌이체가 일제히 실행됐다.
서류 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잔액 확인 문자가 울렸다.
그날, 약 5만 2천㎡ 부지가
단 하루 만에
고덕 개발사업 SPC에 들어왔다.
AMD는 그중
30% 지분을 확보했다.
회의실의 공기가 잠시 달아올랐다.
박상용 부장이 미소를 지었다.
"AMD 덕분에
기획부터 매입까지
한 달밖에 안 걸렸습니다."
이희돈은 말없이
검은색 서류 봉투를 가볍게 흔들며,
김서준에게 건넸다.
"이건 분양 홍보 전략 안입니다.
이기철 대표가 만들었습니다.
이의 없으면 진행하겠습니다."
김서준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양은 S건설이 전문이니,
현장 전략은 상무님 안을 따르죠."
회의실에 얇은 숨이 돌았다.
이희돈의 눈빛은 반짝였지만,
어딘가 묘한 기름기가 섞여 있었다.
***
분양대행사 '이성파트너스'의 사무실.
사무장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광고비내역을 입력하고 있었다.
"상무님,
홍보비가 예상보다 많습니다.
신문 잡지, 지역 방송,
옥외 간판까지 하면 총 24억 4천입니다."
"괜찮아요.
신축 규모가 1,200세대라
예산은 30억,
넉넉히 잡아놨습니다."
이희돈이 계약서와 메모지를 꺼내며
낮게 말했다.
"예산 모두 집행할 테니,
25억 이내로 마무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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