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빛이 배신자를 만들었다
봄의 끝, 평택 고덕
새벽안갯속에서 공장 지붕이
빛을 받았다.
이희돈 사건 이후,
시장은 AMD를 다시 보았다.
‘투명한 동반자’라는 이름이
업계에 퍼졌다.
그리고 불과 세 달 뒤,
AMD의 첫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S건설 현장 맞은편,
AMD 로고가 걸린
평택 고덕 개발사업 SPC 사무실.
유리창 안으로
모니터 불빛이 줄지어 켜져 있었다.
"완판입니다."
박상용 부장이
보고서를 건넸다.
["1,200세대 전량 계약 완료.
예산 절감률 38%,
분양 수익률 24%."]
총분양가는
1조 200억 원에 이르렀다.
이익은 2,448억 원.
AMD는 SPC 지분 30%로
단번에 734억 원을 배당받았다.
이 프로젝트에
AMD가 넣은 원금은 434억 원.
회수된 돈은
원금 434억과 이익 734억 원.
합쳐 약 1,168억 원이었다.
김서준은 보고서를 덮었다.
"데이터가 시장을 읽은 겁니다."
말은 짧았고,
결론은 분명했다.
***
AMD 연구원은
빠르게 커졌다.
직원수가 100명에 육박했고,
조직도 개발회사의 체계로
바뀌었다.
AMD가 모기업의 지위를 확립하면서
기존 연구원은
전략연구소로 전환되었고,
손민석·한기준은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박영재는 보직만 이동했다.
회의의 주제도 바뀌었다.
데이터의 오차보다
프로젝트의 수익률이
먼저 논의됐다.
AMD의 모니터에 띄워진 숫자들이
이제는 보고서가 아니라,
자본의 흐름이 되었다.
박영재는 그 변화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가 만들었던 분석 모델은
여전히 화면 위에 있었다.
그 모델을 말하는 목소리는
이제 다른 사람들이었다.
박영재만 임원이 아니었다.
***
회의가 끝나고,
김서준은 대표실로 돌아왔다.
책상 위 휴대폰이 빛났다.
부재중 전화 3통,
전처였다.
오늘만 보고서 두 건,
민원 하나,
사고 처리 하나.
머릿속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지금 받으면
설명 반, 변명 반이 될 것이다.
괜히 다투고 끝날 통화였다.
바람이 유리창을 밀었다.
벨소리가 멎고,
유리에 그의 얼굴이 얕게 겹쳤다.
창밖 멀리 고덕 들판 위로
골조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큰일은 아니겠지.’
그는 짧게 스스로를 달래고,
결재 서류를 열었다.
커서가 깜박였다.
피로가 어깨를 눌렀다.
한기준이 대표실에 들어왔다.
"대표님, 언론 인터뷰 일정
조율 들어왔습니다."
김서준은 고개를 들었다.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
수치는 차갑지만,
그 차가움이 시장 전체를 달궜다.
그날 오후,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데이터가 바꾼 개발의 시간
〈S건설·AMD, 지역데이터,
AI 부지 분석으로 완판〉
뉴스 화면 속에서
AMD의 로고가 짧게 지나갔다.
데이터는 돈보다 빠르게
시장을 움직였다.
AMD 본사 대표실 앞.
박영재는 불이 꺼진 복도에
혼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엔 축하 화분들이
줄지어 있었다.
리본마다 이름이 달랐다.
'S건설 대표이사',
'LH 협력 네트워크 3팀'.
한참 그 리본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AMD,
김서준을 축하했다.
그 축하 속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사내 TV 화면 속
김서준의 인터뷰가 흘렀다.
"AMD의 힘은 중개사 네트워크입니다.
지역정보 AI분석이
플랫폼의 힘입니다."
박영재가 전원을 눌렀다.
눌린 것은 버튼이 아니라
그의 자존감에 가까웠다
"연구원 플랫폼은
같이 만든 건데…"
성과가 커질수록
그의 존재는 작아졌다.
시스템은 완벽해졌지만,
그 안의 그는 투명해지고 있었다.
***
이틀 뒤, 새벽 두 시.
어둠 속의 그림자가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손민석이 책상 서랍에 두고 간
카드키로 서버실을 태그 했다.
문이 짧게 '띡' 하고 열렸다.
기계들의 팬 소리가
낮게 울렸다.
청색 LED가 줄지어 깜빡였다.
그 불빛이 그의 얼굴을
차갑게 식혔다.
외장하드의
작은 불빛이 켜졌다.
콘솔에 장비를 직결했다.
로그인이 필요 없는,
전원과 포트만으로 가능한
복사였다.
모니터에는 '백업 진행 중'이라는
짧은 문장이 떴다.
복사는 조용했다.
조용해서,
더 위험했다.
폴더 이름은 'Research_AMD'.
파일을 '가족사진' 아래에
숨겼다.
10%, 27%, 54%…
진행률이 100%에 닿았을 때,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제 내가 중심이 되는 거야."
***
다음 날 오전, AMD 회의실.
손민석이
서버 기록을 열었다.
"어젯밤 새벽 두 시,
확인되지 않는
서버실 출입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제 카드키가 사용됐고,
서버 쪽 계정 접속 로그는
없습니다.
장비를 직결한 흔적만
남았습니다."
김서준은 고개를 들었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확인엔 시간이 필요하겠군요."
손민석이 말했다.
"출입·CCTV 동선부터
역추적하겠습니다.
장비 포트 로그도
묶어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서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씁쓸함이 끝에 남았다.
***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