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조각투자, 왜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나?

936억 원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돌파 시나리오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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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10만 원으로 강남 빌딩 주인이 된다는 약속


2019년 규제샌드박스가 문을 열었을 때, 부동산 조각투자는 '금융 민주화'의 상징처럼 등장했다. 10만 원으로 강남 오피스 지분을 사고, 매월 월세 수익을 나눠 받는다. 20~30대에게는 부동산 투자의 문턱을 낮춘 혁신이었고,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자산시장 참여 확대라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2024년 말, 시장을 돌아보면 풍경은 초라하다. 5년간 29개 상품, 누적 발행액 936억 원. 한 해 수십조 원이 오가는 리츠(REITs)는커녕, 중형 오피스 빌딩 한 채 값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평균 연 배당수익률 4.1%는 정기예금 금리와 엇비슷하고, 투자자들은 "사기는 쉬운데 팔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반복한다.

왜 '접근성'이라는 첫 단추는 끼웠지만, '시장'이라는 옷은 완성하지 못했을까? 한국부동산연구원의 실증 연구와 해외 사례를 토대로, 부동산 조각투자의 현주소와 돌파 방향을 진단한다.


1. 현황 — 숫자로 본 '미완의 시장'


1) 규모 : 평균 33억 원, 소형 자산의 파편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발행된 조각투자 상품은 총 29개, 누적 936억 원이다. 상품당 평균 규모는 33.1억 원으로, 기관투자자가 선호하는 최소 단위(100억 원 이상)에 한참 못 미친다.

자산 유형을 보면 업무시설(오피스) 14개, 근린생활시설 10개가 대부분이고, 지역은 서울 19개(65.5%)로 수도권 편중이 심하다. 단일 임차인에 의존하는 상품이 64.7%에 달해, 임차인 이탈 시 수익률이 급락하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2) 수익률 : 4.1%, 위험 대비 보상 부족


평균 연 배당수익률은 4.1%다. 2023~2024년 기준금리(3.5%)를 감안하면 프리미엄은 0.6%포인트에 불과하다. 같은 시기 서울 오피스 평균 캡레이트(Cap Rate, 순영업소득/자산가치)가 4.5~5.0%였던 점을 고려하면, 조각투자 수익률은 동일 자산군 대비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왜 이런 역설이 발생할까? 답은 '레버리지 부재'와 '운용 비효율'에 있다. 일반 부동산 펀드는 LTV(담보인정비율) 60~70%로 차입해 수익률을 끌어올리지만, 조각투자는 샌드박스 규율상 차입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또한 소형 자산 특성상 관리비·플랫폼 수수료 등 고정비용 비중이 높아 순수익이 희석된다.


3) 유동성 : 분절된 플랫폼, 사라진 2차 시장


조각투자의 본래 약속은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는 유동성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각 운용사가 자사 플랫폼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거래를 중개할 뿐, 플랫폼 간 호환은 불가능하다. 거래량이 얇아 호가 스프레드가 넓고, 급매 시 10~20% 할인은 기본이다.


해외 주요국(미국, 일본, 독일)은 조각투자 도입 초기부터 통합 2차 유통 시장과 마켓메이커 제도를 법제화했다. 독일은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상시 유동성 공급 의무를 부과하고, 미국은 SEC 승인 ATS(대체거래시스템)에서 표준화된 거래가 이뤄진다. 한국은 아직 자율에 맡긴 채, 투자자는 "사고 나면 묶인다"는 불안을 안고 있다.


2. 미활성화 — 왜 '시장'이 되지 못했나


1) 발행 구조의 복잡성 — 신탁 기반의 이중 레이어


국내 조각투자는 대부분 부동산 신탁 → 수익증권 발행 구조를 취한다. 투자자는 부동산 '소유권'이 아니라 '수익권'을 보유하며, 실제 자산은 신탁회사 명의로 등기된다. 이는 소액 다수 투자자의 등기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였지만, 실무에선 다음 문제를 낳았다.


법률 불확실성: 신탁 수익권의 양도·담보 설정 시 민법·신탁법·자본시장법이 충돌하며, 분쟁 발생 시 법원 판례조차 일관되지 않다.

비용 증가: 신탁 보수, 자산관리 수수료, 플랫폼 수수료가 3중으로 부과돼 총 비용이 연 1.5~2.0%에 달한다. 4.1% 수익률에서 2%를 떼면, 투자자 실수령은 2%대로 추락한다.

투자자 이해도 저하: "내가 건물 주인인가, 증권 보유자인가?"라는 혼란이 신뢰를 갉아먹는다.


2) 유동성 인프라 부재 — 플랫폼의 고립


A사에서 산 조각은 A사에서만 팔 수 있다. B사 플랫폼으로 이동할 방법이 없다. 거래 API 표준도, 공통 장부(블록체인)도 없다. 결과는 시장의 파편화다.


2024년 기준, 조각투자 상품의 평균 일 거래량은 상품당 100만 원 미만이다. 이는 주식시장 소형주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사고 싶을 때는 없고, 팔고 싶을 때는 안 팔린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해외는 달랐다. 독일 Exporo, 미국 Fundrise는 도입 초기부터 통합 유통 플랫폼을 구축했고, 일정 규모 이상 상품에는 마켓메이커를 지정해 상시 호가를 제공하도록 했다. 한국은 이 단계를 건너뛴 채, '발행'만 앞세웠다.


3) 자산 가치 관리 취약 — 단일 임차인, 재평가 불투명


조각투자 상품의 64.7%는 단일 임차인에 의존한다. 임차인이 나가면 수익률이 0%로 떨어지고, 공실 충당금도 없다. 또한 소형 자산 특성상 임차인 선택지가 좁아, 재임대 시 임대료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자산 가치 재평가 주기도 플랫폼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6개월마다 감정평가를 공시하지만, 어떤 곳은 2년 넘게 업데이트하지 않는다. 투자자는 "내 조각의 현재가치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보유한다.


4) 법제·공시 미비 — 샌드박스의 임시 지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법적 지위의 불안정성이다. 현행 조각투자는 '규제샌드박스 임시 승인' 상태로, 자본시장법 체계 밖에 있다. 따라서 금융위·금감원의 정기 감독 대상이 아니며, 공시 의무도 '자율'에 맡겨져 있다.

정보공시 수준을 보면, 감정평가서 공개율은 48%, 임차인 정보 공개율은 34%에 불과하다. 투자자는 "이 건물이 정말 33억 원 가치인가?", "임차인 신용도는 어떤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는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고, 신뢰를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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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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