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LH 직접시행은 왜 주민설득이 어려운가?

산본이 증명한 건 공공의 속도였지만, 주민이 거부하는 건 공공의 방식이다

by 김선철
공공반대.jpg 포토]공공주택지구사업 계획 반발 현수막 걸린 후암동 - 아시아경제

군포 산본에서 나온 '6개월'이라는 숫자는 공공정비 담론에서 보기 드문 성과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중 산본 2개 구역이 LH 예비 사업시행자 지정 후 6개월 만에 특별정비구역 지정까지 완료했다. 통상 3년 안팎이 걸리는 절차를 이렇게 단축한 건, 행정과 조율의 병목을 누군가 제대로 풀었다는 증거다. 공공이 인허가와 기관협의를 앞에서 밀어붙일 때 속도가 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산본의 성과가 나와도,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공공방식은 싫다"는 반응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속도를 증명했는데도 확산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공공재개발의 진짜 장애물은 행정 지연이 아니라, 주민의 불신이다. 그 불신의 실체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산본의 성과는 예외로 남고 공공방식은 주류가 되지 못한다.


민간재개발과 LH 직접시행, 절차의 결정적 차이


주민들이 느끼는 불신의 원인을 가장 명확히 보려면, 절차를 비교해야 한다. 민간재개발과 LH 직접시행은 같은 목표(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를 향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이 경험하는 장면은 완전히 다르다.


민간재개발의 흐름: 느리지만 확인하는 장면이 있다


민간 재개발은 대략 이런 순서로 진행된다.

조합 설립 → 사업시행인가 → 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총회 → 이주·철거 → 착공 → 준공 및 이전


이 과정에서 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관리처분총회다. 이 자리에서 조합원들은 자신이 받을 집의 위치와 평형, 자신이 내야 할 분담금, 권리가액 산정 기준을 집단적으로 확인한다. 총회는 번거롭고 시끄럽다. 의견이 갈리고, 표결이 엇갈리고, 때로는 소송으로 번진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총회가 주민에게는 결정적 안전장치가 된다. "이 사업은 내 자산의 변환 과정이며, 나는 그 변환에 동의했다"는 심리적 증거가 남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조합원은 사업의 '고객'이 아니라 '주인'이다. 느리고 복잡하지만, 주민은 자신이 과정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 통제감이 신뢰를 만든다.


LH 직접시행의 흐름: 빠르지만 확인할 장면이 사라진다


LH 직접시행은 공기업이 사업 리스크를 떠안는 대신 속도를 낸다. 절차는 이렇게 간소화된다.

직접시행 동의 확보 → 우선공급계약 + 현물선납(소유권 이전) → 이주·철거 → 착공 → 준공 후 정산


여기서 주민이 체감하는 결정적 차이가 생긴다. 민간에서 '관리처분총회'로 확인하던 장면이 계약서로 대체된다. 우선공급계약과 현물선납계약이라는 두 개의 계약이 총회를 대신한다. 공공은 "계약이니 동의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하지만, 주민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총회라는 집단 의사결정의 형식이 없으면, 계약은 협상이라기보다 통보처럼 보인다. 내 집을 넘기는 순간이 '승인'이 아니라 '서명'이 되어버리면, 사람들은 그 서명을 합의가 아니라 항복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현물선납은 주민에게 강한 거부감을 일으킨다. 새 아파트를 받기도 전에 기존 집의 소유권을 먼저 넘겨야 한다는 구조 자체가, "내 자산의 변환을 내가 주도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민간에서 조합원은 '주인'이었지만, 직접시행에서 주민은 '계약 상대방'이 된다. 속도는 빨라졌지만, 주민이 의지하던 심리적 안전장치는 사라진다. 그래서 공공방식은 빠를수록 오히려 반발이 커지는 역설이 생긴다.


주민이 LH 직접시행을 거부하는 두 가지 이유


주민들의 반발은 감정적 반응처럼 보이지만, 실은 구조적 문제에서 나온 합리적 불안이다. 그 불안은 크게 두 가지로 수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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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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