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과 사업성 부족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2025년 겨울, 성북구 정릉스카이연립 조합원들은 세 번째 현장설명회장을 빠져나오며 같은 말을 되뇌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안 됐다." 지하 1층에서 지상 13층, 80여 가구. 서울 시내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노후 단지의 규모다. 그런데 그 평범한 규모가, 이제는 재건축의 걸림돌이 됐다.
현장설명회에는 건설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업지를 둘러보고, 서류를 검토하고, 예상 공사비를 가늠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갔다. 입찰서를 내지 않은 채로. 동작구 극동강변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효성중공업, HJ중공업, 진흥기업이 설명회장에 얼굴을 비췄지만, 최종 입찰에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건설사들이 외면한 것은 이 단지들만이 아니다. 구로구 한성아파트, 중랑구 중화우성타운, 송파구 잠실우성4차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숫자가 아니라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엇이 이 단지들을 묶는가.
서울시 누리집에 공개된 '소규모재건축사업 추진현황'은 냉정한 숫자를 보여준다. 2025년 9월 말 기준, 서울 시내에서 건축심의까지 마치고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장은 74곳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착공에 들어간 곳은 6곳에 그쳤다. 제기동 공성아파트, 공릉동 대명아파트, 동교동 기린동산빌라, 용강동 우석연립, 구로동 우성타운, 가락동 가락현대5차. 비율로 따지면 8%다.
소규모 재건축은 200가구 미만, 대지면적 1만㎡ 미만 노후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도시정비법 대신 주택법을 적용받아 정비계획 수립과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절차가 간소화됐으니 빨라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절차를 마쳐도 시공사가 없으면 삽을 뜰 수 없다.
공사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는 전년 대비 2.98% 상승했다. 평당 공사비가 900만원을 넘어섰고, 고층화나 고급화를 선택한 현장은 이미 1,000만원 선을 돌파했다. 건설사들은 이 비용을 어디선가 흡수해야 한다. 대형 단지라면 일반분양 물량으로 메울 수 있다. 그러나 80가구, 100가구 규모에서는 그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건설경기 전반도 녹록지 않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약 9% 감소했고, 2026년에도 2% 수준의 제한적 반등에 그칠 전망이다.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로 돌아선 것은 생존 전략이다.
건설사의 수익 구조는 단순하다. 규모가 큰 단지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자재와 공정 발주를 묶어 단가를 낮춘다. 1,000가구 단지에서 창호 공사를 발주할 때와 80가구 단지에서 발주할 때, 평당 단가는 같지 않다. 레미콘도, 철근도, 인건비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작으면 협상력이 없고, 협상력이 없으면 원가를 낮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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