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계획은 왜 예상 밖의 결과를 낳는가
1960년 4월 21일, 브라질 내륙 고원에 새 수도가 문을 열었다. 브라질리아. 주셀리누 쿠비체크 대통령이 내건 구호는 '50년의 진보를 5년 만에'였다. 해안에 몰린 인구를 분산시키고, 낙후된 내륙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이었다. 도시계획가 루시우 코스타가 비행기 모양의 마스터플랜을 그렸고,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예르가 미래주의 건물들을 세웠다. 계획 인구 50만 명. 모든 것이 설계도 위에서 완벽했다.
65년이 지난 지금, 브라질리아 인구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설계 인구의 6배다. 원래의 '파일럿 플랜' 구역에는 부유층이 살고, 건설 노동자 후손들은 계획에 없던 위성도시 빈민가에 산다.
자동차 중심 설계 탓에 인도가 부족해 보행자 사고율은 미국 평균의 5배다. '과거가 없는 도시'는 '계획이 배반한 도시'가 되었다.
2025년 12월,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주택시장 전망'을 읽으며 브라질리아를 떠올렸다. 수요 억제, 공급 확대, 토지거래허가제. 정책의 설계도는 정교하다. 그러나 시장은 설계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산연 보고서의 핵심 전망은 명확하다. 2026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3%, 수도권은 2.5%, 서울은 4.2%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2년 이후 4년 연속 하락하던 지방도 0.3%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 서울과 지방이 함께 오르는 동조화 장세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더 주목할 숫자는 전세다.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 전망치는 4.7%로, 매매가격 상승률을 넘어선다. 수도권 3.8%, 전국 2.8%. 입주 물량 감소가 직격탄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2만 9천 가구로, 2025년 4만 2천 가구 대비 31% 급감한다. 직방 조사 기준으로는 서울 입주물량의 87%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완료 단지다. 새 택지 공급은 거의 없다.
전국 준공 예정 물량은 25만 호로, 2025년 34만 2천 호보다 27%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연평균 51만 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보고서는 지난 4년간 누적된 착공 물량 부족이 약 60만 호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인허가와 착공은 소폭 증가하지만, 2~3년 전 착공 감소의 여파로 실제 입주 물량은 급감한다.
이 숫자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장의 불안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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