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불어난 점, 드러난 틈

팔레토의 골목에서

by 김선철

새벽 두 시.


불 꺼진 사무실.

대시보드에 붉은 점이 번졌다.


중복, 좌표 불일치, 해시 충돌.

같은 사진, 같은 문장, 다른 좌표.

그럴 때 뜨는 신호였다.


경고는 보였고,

보는 이는 없었다.


하연이의 학교 행사도

그렇게 지나갔었다.


AMD 플랫폼은 커졌고,

지역 거점은 빛났다.

경고등은 묻혔다.


가입자는 달마다

만 명씩 늘었다.


재방문율은 올랐고,

전환율도 따라왔다.


중개사의 수익은 통장에 찍혔다.

입금 주기와 금액 분포가

성장의 증명이었다.


서울 강서구 공인중개사 박은정 대표는

오래된 빌라 단지의

현장 사진과 구역 지도,

노후도 수치를

플랫폼에 올렸다.


지속적으로

주민 동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노후도 67%, 기존세대 148, 도로 폭 4미터.


AMD 연구원은 박 대표에게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제안했다.


첫 사업 설명회에

주민 절반이 모였다.


일주일 만에 동의율이 75%를 넘겼다.

절차는 속도를 올렸다.


며칠 후,

추진위원회와 연구원의 회의가 끝나고,

총무이자 해당 지역의 중개사인 장태석이

동의서 취합을 맡겠다며

소유자 명부를 달라고 했다.


연구원 플랫폼에 현장 자료를

일괄 업로드하겠다며,

대리 입력 권한도 요청했다.


임시 계정의 권한 등급도 물었다.


장태석이 물었다.


“포인트 전환은 어떻게 합니까?

선지급도 됩니까?”


한기준이 친절하게 안내했다.


장태석은 끝까지 남아서

회의실 의자를 포개고

서류를 묶었다.


행사 전에는 미리 문을 열고

주민을 먼저 앉혔다.


그는 주민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적극적인 봉사자였다.


그의 관심이

보상과 권한에 쏠려 있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


그의 휴대전화엔

텔레그렘 알림이 자주 떴다.


한 달 뒤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가 나가자

사려는 이는 급히 늘었고,

파는 이는 매물을 거둬들였다.


호가는 날마다 치솟았다.


사업정보를 처음 올린 박 대표는

설명과 조정에 능했다.


추진위와 연구원의 협의로

박 대표에게 PM을 맡겼다.


박 대표에게는

정보수수료 위에 PM수수료가 더해졌다.

통장 숫자의 자릿수가 달라졌다.


수원 팔달구 공인중개사 김인영 대표는

수원역 뒷골목 공실 상가 개발을

연구원에 맡겼다.


의뢰비는 모아 둔 포인트로 결제했다.

김서준과 한기준이

곧장 현장으로 갔다.


아침 일곱 시,

반쯤 열린 셔터 앞에서

둘은 바닥 레벨과 동선을 체크했다.


유입·체류·회전,

세 지표가 검토보고서 첫 줄에 올랐다.


빈 점포 열한 곳을

두 구역으로 묶었다.


골목 입구에는

앵커 리테일로 카페를 앉혔다.

사람이 멈추고, 시간이 머물렀다.

안쪽 점포들은 그 흐름을 나눠 가졌다.


후면에는 생활편의 업종을 모았다.


간판 높이는 3.2m로 맞추고,

조도는 450lx로 올렸다.


점심시간에 막히던 계단을 걷어내고

경사로를 넣었다.


임대 조건도 바꿨다.


보증금은 낮추고,

기본 임대료에 매출연동 5%를 더했다.

1·3·5년 스텝업(단계적 인상) 조항을 박았다.


관리비는 면적 안분에서

공용 지표 연동으로 바꿨다.


열흘간 팝업으로

MD(업종 구성)를 시험했다.


체류 시간이 19% 늘었고,

회전율은 오후 시간대에 평탄해졌다.


석 달 뒤,

공실률 27%는 3%로 줄었다.

카드 매출은 평균 22% 올랐다.


체납은 멈췄고,

분쟁 건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임대료는 계단처럼 올랐다.


중개사는

사업이 움직이면 수수료를 받았다.


역량이 되는 이는 PM을 맡았다.


그 밖의 수익은

포인트가 현금이 되었다.


성공은 사례가 되었고,

또 다른 가입자를 불렀다.


가입자가 늘자,

말도 함께 늘었다.

그 말 사이로,

가는 금이 갔다.


***


늦은 가을, 비가 그쳤고

습기가 벽에 달라붙었다.


명지대 창업보육센터 207호.


서버 모니터의 숫자가,

조용히 넘어갔다.


가입자 30,001.


“삼만.”


손민석이 마우스를 놓았다.


지도 위 파란 점들이 빛났다.

빛은 가벼웠고,

그림자는 더 빨랐다.


전국 공인중개사 30%가

플랫폼에 들어왔다.


점은 늘었지만,

상단 게시판에

질문과 항의가 쏟아졌다.


‘포인트는 언제 들어오나요.’

‘주소가 틀렸다고요? 현장 맞습니다.’

‘사진은 제가 찍었습니다. 왜 중복 처리죠?’


‘중복 신고 1건. 시간 같음. 장소 다름.’


가입이 폭주하자 작은 결함은

허용오차가 되었다.

문제의 징후는 가볍게 처리됐다.


팔레토의 법칙은 여기서도 통했다.


최근 분기 기준으로

3만 명 중 실질 정보는 5천 명 남짓.


나머지 상당수는

중복과 미완이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틈으로 조직적 허위가 스며들었다.


허위 정보는

빠르게 포인트로 바뀌었다.


오후 두 시, 내부 회의.

손민석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여기 보세요.

같은 날, 같은 시간, 다른 지역인데,

현장 사진이 같습니다.”


“EXIF(촬영 메타데이터)는 작년 겨울입니다.

GPS(촬영 위치 위도·경도) 좌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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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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