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Mar 23. 2024

#16. 견물(見物)하면 생심(生心)이라

-       

평소 관심에도 없는 물건이 참하게 자리 잡아 내 눈에 띄면 마음이 동한다. 평소에 전혀 관심도 없었던 물건일지라도 한 번 눈에 들고나면 며칠간 그 물건이 눈가에 아른거리곤 한다. 


-       

평소에 물건에 욕심이 많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색다른 물건을 볼 때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는데, 언제나 마음이 동하는 물건을 만나는 장소가 특이한 장소가 하나 있다. 그곳은 백화점도 아니고, 온라인 쇼핑몰도 아닌, 우리 아파트의 재활용장이다. 

어르신들이 ‘요즘 사람들은 귀하게 자라서 물건 아까운 줄 모른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종종 듣곤 했는데, 청년 주택에 살기 시작하면서 아까운 물건이 재활용품 장에 줄줄 나오는 것을 보고 어르신들 말씀이 영 틀린 이야기는 아니구나 싶었다. 정말 내가 보아도 깨끗하고 멀쩡한 물건이 분리수거장으로 나와있는 것을 볼 때면 나 역시도 마음이 동해버리고 만다. 그 물건들은 세입자들이 이사를 나가면서 짐이 되어 버리는 토스터기, 냄비 같은 물건이 대부분인데, 나는 평소에 요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예쁘장한 토스터기를 보면 저런 조리 도구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곧장 생겨버리고 마는 것이다. 


-       

이전 작은 빌라에 살았을 때는 이러한 마음이 덜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수가 많은 청년 주택에 거주하다 보니 가끔은 정말 멀쩡한 물건도 수거장에 나와 있는 경우를 목격한다. 그럴 때는 정말 마음이 안타깝다. 내 물건이, 나 소유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물건이 버려지고, 곧 폐기되는 것을 보면 마치 내 물건이 쉽게 버려지는 것처럼 느껴져 많이 안타까웠다. 내 물건이 아니면서도 내 물건같이 느껴지는 그 가구를 지켜만 보다 떠나보내야만 하는 마음은 아무래도 적적하다. 보기 전까지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던 물건이 내 눈에 밟히는 순간 머리를 온통 현혹시키는 것을 보니 나도 아직 유혹에 많이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 


-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눈에 들고 마음이 동하니 욕심이 생기고, 또 찾아보고 알아보는 측면도 확실히 있다. 가령 오븐을 보고 마음이 동하여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이후에 오븐을 얻게 되었을 때 이전에 탐색했던 요리법을 직접 적용해 보는 식으로 나를 더 공부하고 행동하게 해서 성장할 수 있게 했다. 나는 특히 두드러진 부분이 해외여행이다. 해외에 나가 이국의 문화를 접하게 될 때면 금방 마음이 동해져 그들의 생활 습관이나 언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지고, 또 그 마음으로 배우고 노력하여 성장해 왔다. 그렇게 마음이 동하는 힘으로 하나씩 성장하여, 타국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였고 결국은 4개 국어 구사와 함께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게 되었다.


-       

견물생심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욕심만 비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경우처럼 호기심에 불을 붙이는 인간의 본능이 그렇게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나 역시도 욕심으로부터 성장하였듯, 누구든 그럴 것이다. 꼭 욕심이 나쁘지만은 않다. 나는 젊고, 시간은 앞으로도 많으니 앞으로 더 마음이 동했으면 한다. 그리고 내게 더 긍정적으로 마음이 동하는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15. 집, 보금자리, 나의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