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지금까지 어떤 운동들을 해봤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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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학창 시절에는 운동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왠지 운동을 하면 내 몸에 있는 지방이 다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원체 몸이 왜소하고 살집이 없었기 때문에, 만약 운동을 한다면 그나마 몸에 붙어 있던 살점이 다 없어져 버리진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을 했다.
그래서일까, 난 운동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리낌이 늘 있었다.
게다가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남들은 다들 재밌다는 그 공놀이가 나에게는 아무런 흥미가 없었고,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만 생각하던 시기라서 공놀이를 할 시간에 수학 문제를 하나 더 풀고 싶었다. 정말 운동과는 담을 쌓은 채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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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정말 운동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학창 시절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했고, 자고 일어나면 몸에서는 언제나 활기가 돌았다.
체력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활동량이 많은 아이였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이 사람, 저 사람과의 약속을 잡지만 천성이 게으른 탓에 누군가와 약속이라도 하면 늘 도착 시간을 아슬하게 맞추어 전전긍긍하며 뛰어다니기 일상이었다. 매일 부리나케 뛰어다닌 탓에 별도로 유산소 운동을 하지는 않더라도 몸에 살이 붙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운동에 관심이 없었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금전적인 것이었다. 학생 때 나는 조금이라도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면 국내이건 해외이건 가리지 않고 늘 여행을 떠났다. 여행 이외의 비용은 모두 아깝게만 느껴졌었다. 정말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자를 돈을 모아 기차를 탔고, 좋은 옷을 사 입을 돈을 모아 숙소를 예약했고, 운동에 쓸 돈을 모아 사진기를 샀다. 외면의 멋을 키우는 것보다는 내면의 시야를 더 키우고 싶었다. 비록 머리는 덥수룩하고, 옷은 오래되어 해지더라도 과감히 떠날 줄 아는 내 모습이 너무 좋았다. 외면의 모습이 뭐가 중요하랴, 오직 떠나는 것에만 온 정신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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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으니, 행하기 싫었다. 그래서 군대 생활이 그렇게나 싫었는지 모른다. 내가 도대체 왜 아침마다 달려야 하는지, 왜 팔을 굽혔다가 다시 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조직은 늘 세차게 뜀박질을 하고, 또 열심히 팔 굽혀 펴기를 할 것을 강요했다. 군대 시절 정말 많은 불만 사항이 있었겠지만, 그중 매일 오전마다 달리기를 해야 하는 것이 그토록이나 싫었다. 싫어도 어쩌겠는가. 나는 두 눈 꼭 감고 매일을 달려야 했고, 그러면서 난생처음으로 몸에 살이 생기기 시작했다. 병무청에서는 저체중이라며 나를 신체 등급 판정에서 겨우 3급으로 정해주었는데, 어느덧 전역할 때 즈음이 되니 정상 체중 이상이 되어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라 위병소를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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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사회인이 되어 매일같이 책상에만 앉아 있는 사무직이 되고 나니 정말 급속도로 외형이 망가지고 또 살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사회인이 되니 예전처럼 약속을 잡을 일도 거의 없었고, 그렇기에 시간을 맞춘다며 뛰어다닐 일도 없었다. 매일을 책상 앞에서 손가락만 움직이면서, 밤이 되면 하루를 위로받는다면서 또 튀긴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어느 순간부터 체력이 달리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몸에서 체력 부족 신호를 이렇게 보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난생처음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입문한 곳은 바로 헬스장이었다. 체중에 맞는 기구가 많고 아무래도 진입 장벽이 낮았다. 열심히 체육관을 다니다 보면 내 외형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름 열심히 쇠를 들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근육이 붙는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래도 재미가 없었다. 매일 똑같은 자세를 반복해야 하는 것도 엄청 지루했고, 체육관에 갈 동기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운동을 미루다가 결국 발길을 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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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도전했던 것은 ‘달리기’였다. 당시 다니던 경제 강의 모임에 같이 다니던 한 분이 직접 달리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게 같이 할 것을 권유해 주셔서 달리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창 러닝 크루(Running crew)가 유행했을 때였고, 한 주에 1번 정도는 체력 단련 겸 달리는 것이 내게는 아주 좋게 다가왔다. 우리가 했던 달리기는 슬로우 러닝(Slow running)이라며 거의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서울 올림픽 공원 한 바퀴를 천천히 달리는 것이었다. 저강도로 오랫동안 운동을 해서 체력적인 부담이 적었고, 중간중간 힘이 달릴 때 몸일 풀어주는 체조를 해서 굳어버린 몸을 푸는 것까지 정말 좋은 모임이었다.
다만,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달리기 모임 장은 한 제약 회사의 영양제를 팔고 있었는데, 달리기 모임이 끝날 때 꼭 자기가 판매하는 영양제 홍보를 했었다. 달리기 모임에 나가면 나갈수록, 그 영양제를 사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 슬로우 러닝이라는 것이 좋아 수강료를 낸다고 생각하면서 영양제를 1~2회 정도 사 먹었는데,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상품 구매에 대한 압력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져서, 단 칼에 러닝 크루를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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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관심이 간 운동은 바로 ‘요가’이다. 나는 워낙 몸이 유연하지 못하고 뻣뻣한 것이 늘 흠이라고 생각했다. 몸이 뻣뻣해서일까, 작은 행동을 할 때마다 언제나 몸에 힘이 들어가기 일쑤였고, 조금만 무리하면 근육이 쉽게 경직되곤 했다. 그러다가 집 근처의 구립 체육관에서 저렴하게 요가 수업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주 2번씩 요가를 배우게 되었다. 요가 수업에서는 관절을 잘 펼치는 방법을 알려 주었는데, 몸을 뻗고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온몸의 기력을 다 소비할 만큼 힘들었다. 다만 굳어 있는 관절과 근육을 쭉쭉 뻗을 때면 헬스를 할 때 느낄 수 없었던 개운함이 카타르시스처럼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나름 노력하며 열심히 운동을 했음에도 몸에 붙은 군살이 빠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격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동네 도장에서 격투기를 배우고 있다. 상대의 동맥과 관절을 꺾고 조르며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을 조금씩 연마한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내 행동을 생각하고, 또 제압하는 것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상대방을 어떻게 압도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또 직접 실습해보곤 한다. 조르기에 한 번 당하면 정말 혼이 나갈 것처럼 어지럽지만, 열심히 운동하여 땀 방울이 흐를 때는 정말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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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끔은 그 조차도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을 때, 나는 우리 오피스텔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나는 지금 30층 근방에서 살고 있다. 정말 나태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드는 날에는, 1층에서 30층까지 계단을 오르며 생각과 마음을 바로 잡곤 한다. 숨을 헐떡이며 30층 근방에 다다르면, 그래도 이까지 버텨낼 수 있는 의지와 체력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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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인생에서도 체력 관리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와 같을 것이다. 부지런히 계단을 오르는 만큼 내 체력도 꼭 이처럼만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