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행복이여, 물소 떼처럼 내게 몰려오라.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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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여, 한 무리의 양 떼처럼 내게 몰려오라.

순백의 선한 얼굴을 하고서

살랑거리는 바람과 함께

아무런 소식도, 욕심도 없는 듯 내게 몰려오라.


환희여, 많은 사람의 함성소리처럼 내게 몰려오라.

한 순간 올곧게 터져버리는

간헐천 위 춤추는 분수와 같이

폭발하여 튀어지듯 내게 몰려오라.


아련함이여, 우체부가 전해주는 편지처럼 내게 몰려오라.

기다림의 여유도 없이 그 내용이 궁금하여

실선 점선 따위 없이 모두 찢어버리듯

성난 황소의 모습으로 내게 몰려오라.


고결함이여, 한 떨기 복숭아 잎처럼 내게 몰려오라.

누가 무어라 하던 신경치 않고

꼿꼿이 핏대를 세우고서 당신 곁을 지키는

맑은 눈망울의 순록의 모습으로 내게 몰려오라.


행복이여, 큰 무리의 물소 떼처럼 내게 몰려오라.

그 사이에 완전히 취하여

내가 행복인지, 당신 자체가 행복인지 완전히 망각할 만큼

황홀한 표정으로 내게 몰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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