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으리.

by 여행사 작가 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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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더라도,
쉬이 사랑을 입 밖에 꺼낸 날이 많았다.
시큼한 오물이 가득한 새치 혀로
달콤한 속삭임을 내뱉을 때면

너는 뛰어갈 듯 날아갈 듯 기뻐하였다.


점성이 있는 말들은

기어코 자신조차 속여내었다.

나비인지 꿈인지 알 수 없었던 장자처럼

사랑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

허나 그리도 쉽게 사랑을 속삭였다.


침이 묻고 공기에 닿은 단어들은

쉽게 색이 바래었고, 향기가 쿰쿰했다.

사람이 만들어낸 철의 장막이

순식간에 붕괴되어 버리는 것은

치즈가 삭아버리는 것보다 더 빠르고 가팔랐다.


홀연한 잔해 그 안에서

유일하게 남은 것은 외양간 뿐이라도

갈라진 두 손과 대들보, 녹슨 철근을 들고서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으려

부단히도 노력했었다.


이 모든 것을 무너트린 건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을 이야기했던

소의 못된 고집 때문이었다.

혀 끝을 헤집고 다니는 짐승의 울음소리

그 하나 다잡지 못해 모든 것이 무너졌다.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잊힌 폐허 속

처량히 해져가는 황빛 깃발들처럼

처절하게 흔들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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