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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이찬혁 - 멸종위기사랑 / 작사 분석

by 여행사 작가 류익

□ 머리글

- 이찬혁 정규 2집 Album 'EROS' 중 5번 트랙 '멸종위기사랑'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이찬혁

2. 작사: 이찬혁

3. 작곡: 이찬혁, MILLENNIUM, 시황, 이진협

4. 발매일: 2025.07.14.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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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 고린도전서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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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년 전 쓰인 성경에는 분명 ‘믿음, 소망, 사랑’이 항상 실존할 것으로 단언했는데,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21세기 초반, 한 아티스트는 항상 존재하리라 믿었던 이 ‘사랑’이 ‘멸종 위기’라고 경고한다.
옛날을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옛적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그날과 지금의 사랑은 그 본질부터 많이 변질되었다고 널리 알려지고 있다. 사랑을 할 수 있는 인간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지만, 정비례로 늘어날 것 같은 사랑의 총량은 어찌 된 일인지 반비례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에로스던, 아가페던, 스트로게던 모든 종류의 사랑이 똑같은 모습이다.

사랑은 곳간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 그랬던가, 현대사회에 들어서며 사람들이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개인이 두 다리로 설 수 있는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들도 많아지면서 관용과 배려의 여유는 줄어들었다. 오히려 나의 영역에 들어오는 이들을 언제나 할퀴어버릴 듯이 도끼눈으로 치켜보고, 조금이라도 거슬린다면 손톱 날을 세워 정의롭게 베어버린다. 각박하기에, 관용은 없다. 필자 역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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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보일 때면 그 살점을 뜯어먹으려 하는 이들이 세상엔 너무나도 많아졌다. 조금이라도 먼저 순수한 얼굴을 사회에 내어 보일 때면 전세 사귀니, 주식 리딩방이니, 로맨스 스캠이니 하는 것들로 온갖 감언이설을 통해 순순한 마음을 옭아맨다. 약육강식의 논리 아래에 호되게 당하는 사이 현대인의 마음속 인류애는 점점 더 사라진다. '그레셤의 법칙'을 따라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듯, 세상의 따뜻한 것들은 모두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서늘한 것들만 거리를 돌아다닌다.


사람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점점 많아질수록, 우리 사이의 사랑과 애정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기술은 날이 갈수록 진보하지만, 사랑은 점점 멸종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말이 어쩌면 정확한 명제일 수도 있겠다.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내어 주기 싫어하는 오늘의 사회에서 작사가 이찬혁은 냉소적으로 ‘우리네 사랑은 끝이다.’라고 외쳤다. 과연 그가 꿈꾸었던 사랑은 도대체 어떤 형태였을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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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네 정말로

아무도 안 믿었던

사랑의 종말론

It's over tonight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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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마치 공기 중의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스트로게의 사랑은 언제나 영속할 줄로만 알았고, 남녀 사이에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에로스는 어느 세대이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녀가 집합해서 서로를 미워하고, 청년이 노인을 경시하며, 부모가 자식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세상이 올 줄은 고대 그리스 시절의 철학자도, ‘사랑의 색채 이론’을 정의한 ‘존 앨런 리(John Alan Lee)’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에는 많은 이름이 있지만 미움에는 별다른 이름이 없듯이, 본디 인간은 사랑만이 가득한 존재로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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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그러했다. 사랑 속에 태어났고, 사랑 속에 자라 왔다. 물론 자라는 과정 중에 미움도 있었겠지만, 상대적으로 무관심은 드물었다. 내가 잘못 말하고 행동할 때면 어른들은 나를 위해 ‘사랑의 매’를 기꺼이 들었지, 나의 행동을 애써 못 본 척하던 이는 드물었다. 동네의 형, 누나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의도는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선생님과 선배들 앞에서 수백 번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적어도 나의 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기꺼이 그러지 못한다. 용기가 없다기보다는 별로 휘말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괜히 엮여 들어서 피곤해지기 싫으니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모르니까, 주변의 악화들이 보이더라도 쓸어 담기보다는 게눈 감추듯 흘낏 보고서 그저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관심이 없어졌고, 홀로 서기만으로도 벅차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이 이렇게 악화를 흘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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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원에서 작사가 이찬혁은 '사랑의 종말론’을 울부짖었는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수록, 점점 더 사랑은 종말에 가까워짐을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는 여태껏 기꺼이 받아내었음에도, 그 많은 것들을 돌려주지 못할 때 사랑의 연줄은 점점 더 끊어진다.


'정말로'와 '종말론'의 유사한 발음의 단어를 사용하여 라임을 만들어 낸 것이 눈에 띈다.




3)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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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mercy (God mercy on this ground)

Where the hell? (Where the hell is Eros going?)

Did you hear that?

You heard that

What's it sound?


4)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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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차도 사랑은 항상 있는 것이라 믿었는데, 결국 이 세상엔 악화들만 득실거린다. 어쩌면 미움이 가득한 것보다 무관심이 더 많은 세상이 어쩌면 지옥일지도 모른다. 말라가는 사랑에 우리 모두가 외롭다. 외로움이 울리는 비명소리는 온 세상을 진동시킨다. 마치 우리 모두가 듣고 있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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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 세상의 사랑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사람의 본능이라는 이 사랑이, 가슴속에 넘쳐흐르지만 그 누구에게도 쉽게 내어주지 못한 채 현대인의 마음이 말라가고 있다는 이 불편한 진실을 아주 유쾌하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한 유려한 수사라고 생각한다.




5)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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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in the day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 사랑


6)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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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처럼, 견우와 직녀의 사랑처럼,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처럼, 춘향과 몽룡의 사랑처럼 진정으로 한 사람만을 소망하며 바라는 순애는 전설과도 같이, 민담과도 같이 우리에게 알려져 오고 있다. 지금의 우리도 충분히 그들처럼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음에도 스스로 손을 가두어 사랑의 불씨를 꺼트린다.
너와 나, 우리의 불씨가 사그라든다면 어느새인가 사랑의 온기는 모두 식어버릴 것이다. 조건과 거래만이 가득한 세상으로 점점 변모해 버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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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도 모순적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막상 나 자신은 상대의 온갖 조건들을 따지고, 치열한 계산 끝에 거래하듯 관계를 이어간다. 손에 잡힌 것이 더욱 많아질수록, 놓는 것은 더욱더 어려워진다. 한 줌이라도 붙잡고 있으려, 한 다리 일지라도 어떻게든 서 있으려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친다. 시간이 지나며 나 역시도 점점 말라가고 있음을 느낀다.
사랑의 마음은 하나로 똘똘 뭉쳐 있지만, 재산과 명예, 성욕과 건강에 나의 사랑을 모두 쪼개 버렸다. 이런 식으로 필자 역시도 마음속 사랑의 멸종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일까 의심하는 것이다.



7) 후렴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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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in the day (in the day)
불이 만들어지는 (umm)
사랑이 있었대 (uh, uh)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사랑


Mm-yeah, uh, yeah
Do-do-do, mm


8) 후렴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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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근육 사이로 새로운 근섬유가 깃들 듯, 갈라진 피부 위로 새 살이 돋아나듯, 사랑에도 일종의 결핍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풍족과 과잉으로 가득한 현대에는 사랑의 온도가 충분히 끓을 만큼의 시간적인 여유가 부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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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상상과 기다림 속에 켜지는 것으로 굳게 믿는다. 하지만 물을 끊을 수 있을지언정 불이 만들어 지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만 같다.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과연 달라질 것인가 싶지만, 그렇지 않으리라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있는 것만 같다.




9) VERSE_2-1 가사(*VERSE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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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네 (왔다네) 정말로 (정말로)

아무도 (uh) 안 믿었던 (안 믿었던)

사랑의 (사랑의) 종말론 (종말론)

It's over tonight




10) Bridg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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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people

Stop letting this world depraved

Where the hell? (Where the hell is Eros going?)

Did you hear that?

You heard that

What's it sound?


11) Bridg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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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이찬혁은 서로의 관심이 없어지는 이 모습을 타락의 모습으로 그려내었다. 실제로, 사랑의 총량이 줄어드는 이 현실이, 서로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있는 지금의 행태가 어쩌면 타락하는 과정의 통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2)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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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in the day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 사랑




13) Bridge_2-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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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News is announcing 'bout its ending
사랑
Who's still gonna sing for the love?
People


Revive it somehow
Revive it somehow


14) Bridge_2-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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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의 본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편리함이 내 삶의 모든 것을 감싸 쥐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을 갈구하고, 노래할 것이다. 비록 사랑의 멸종 위기에 다다랐을지라도, 우리는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15) 후렴_3-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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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in the day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 사랑




16) 후렴_3-2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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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in the day

불이 만들어지는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 사랑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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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 어느새인가 주변에 점점 더 무심해져 감을 느낀다. 괜히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기 싫어서, 굳이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아서,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든 무심한 척하고 있었다. 이따금씩 먼저 손이 나섰던 것은 무언가 잘못을 저지를 이를 힐난하거나 돌을 던질 때 따위밖에 없었다.

그저 마음이 메마르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결국 속에서의 애정은 점점 멸종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잘 안다. 멸종 위기에 다다랐을지라도 그저 그대로 둔 채 여전히 사랑을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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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와 그 개인의 마음을 꼬집고서,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작사가의 역량이 한껏 들어간 작사였다고 생각한다. 직설적이면서 함축적인 작사가 본연의 수사법이 아주 잘 녹아들어 간 서사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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