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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일 없어?”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어지러이 널려 있는 일상 중에
특별한 무언가를 어떻게든 발굴해 내야 하는 듯한
느낌이 몰려온다.
“아무 일 없었어요”라고 이야기한다면
나의 삶이 그저 밋밋하게만 비칠까 봐,
고단히 살아가는 나의 하루의 의미가 바라질까 봐,
이내 불안해진다.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하고 입을 떼면서
지난날들에 대한 기억을 빠르게 잇는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도 거창하게 이야기하면서
억지로 눈썹을 추켜 세운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로 끝나는 문장을 마치고서
나의 지난날들에 대한 상대방의 품평을
조용하고 담담하게, 숨 죽인 채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린다.
“아유, 안타까워라”라는 말이 당신의 입에서 나올 때
열심히 보낸 것 같았던 나의 일상은
일순간 맥주 옆 쥐포 조각이 된 듯, 아주 가벼이
잘근잘근 씹어지고 삼켜진다.
“그러면 되었어요.”라는 말을 끝으로
나는 안도의 마음을 쓸어내린다.
기어코 1인분 어치의 화두는 던졌다는 마음에
나의 삶이 어떻게 비추어졌든 간에 일순간
모든 응어리들이 사라진다.
이러한 나의 모습이 밉다 싶다가도
이따금씩 누군가 나의 근황을 물어온다면
두 손과 머릿속은 또다시 바빠진다.
일종의 강박이 만들어낸, 나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