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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Feb 15. 2016

존과 지니의 하와이 빅아일랜드 자전거 여행 1

빅아일랜드 도착

2016년 2월 3일 - 빅아일랜드 도착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하와이 빅아일랜드로 떠나는 날이다. 비행기에 자전거 두 대를 포장해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할 게 많다.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간 지니님이 평일에 자전거를 가지고 올라오기는 힘드니 일단 자전거 두 대를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자전거 한 대를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얼리 체크인으로 보내기로 한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 도심공항터미널에 가져가서 포장한다. 단골 자전거 가게에 미리 이야기해서 튼튼한 자전거 박스 두 개를 얻어놓았다.


앞 바퀴를 분리한 후, 싯포스트를 뽑고 핸들스탬도 분리하면 프레임이 차지하는 공간이 최대한 작아진다. 로드용 자전거 박스에 미니벨로를 넣으니 공간이 넉넉하다.


포장 완료. 대한항공 카운터에 가서 얼리 체크인으로 발권받는다. 내 짐은 캐리어 없이 어깨끈이 달린 힙쌕 하나에 자전거 박스 하나가 전부다. 대한항공은 자전거 박스를 수하물 하나로 책정해서 추가 요금은 받지 않는다. 항공사마다 자전거와 같은 대형 특수 수하물에 대한 규정과 요금이 다 다르니 미리 알아보아야 한다. 항공권을 싸게 구한다 해도 자전거 운송비를 많이 내야 하면 항공권을 애써 싸게 사는 의미가 없다.


어쨌든 성공적으로 자전거 한 대를 보냈다. 이제 나머지 한 대를 공항까지 가져가야 한다. 다시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다른 자전거 하나를 옮긴다.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카트에 박스를 실어놓는다.


지니님이 광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와서 늦지 않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한 대 마져 보내니 홀가분해진다. 


발권에 출국 수속에 이것저것 하고 나서 저녁 9시에 출발하는 하와이행 비행기에 탄다. 하와이행 비행기들은 저녁 시간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푹 자고 호놀룰루에 오전에 도착하니 일정 낭비 없이 여행을 시작하기가 좋다.


비행기 뒤쪽의 약간 넓은 자리에서 영화를 한 편 보고선 한참을 자다 일어나니 비행기 창 밖으로 동이 튼다.


날이 완전히 밝았지만 좀 더 날아가야 한다. 하와이의 8개 섬 중에 가장 서쪽에 있는 카우아이섬이 보이면 거의 다 온 것이다.



오하우의 서쪽 끝인 카에나 포인트가 보인다. 거의 다 왔다.   


드디어 비행기는 호놀룰루에 도착하고 1년 반 만에 진주만을 다시 본다.


현지 시간 2월 3일 아침 9시 50분, 호놀룰루 공항에 입성했다. 이제 코나로 가는 주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호놀룰루 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이 거의 붙어있긴 하지만 다른 건물이라 옮겨 가야 한다. 미리 안내를 받긴 했는데 수하물을 직접 받아서 다시 주내선 수하물 구역에 직접 옮겨줘야 한다. 자전거 여행에서 자전거가 잘못되면 곤란하니 자전거를 위탁 수하물로 옮기면서 내 손을 벗어날 때는 신경을 써야 한다. 



아아 맑디 맑은 공기,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따듯하고 건조한 공기가  몸속으로 스며드니 하와이에 도착한 것이 느껴진다.


주내선 터미널로 들어와서 소지품을 체크하고 게이트로 왔다. 마우이를 갔을 때에도 이용했지만 별거 없는 곳이다. 기념품 가게, 카페, 바, 패스트푸드... 종류 별로 딱 한두 개의 매장들이 들어와 있다.


환승 대기 시간이 4시간이니 아직 코나 행 비행기 출발까지 시간이 좀 있다. 근처 바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기로 한다. 하와이에선 하와이 맥주를 주로 마시게 된다. 오랜만의 마우이 비키니 블론드에 퀘사디아라고 하기엔 너무 피자같이 생긴 퀘사디아를 먹는다. 


이제 코나 행 비행기를 타러 간다. 생각보다 작은 비행기인데 출발할 때 지니님과 체크인을 따로 해서 그런지 좌석까지 떨어져 앉는다. 깜빡하고 비행기 좌석을 미리 확인하지 못했지만 비행 시간이 짧으니 다행이다.  


그리고 50분 정도 날아서 코나 공항에 도착한다. 코나 공항...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큰 공항들과는 많이 다르다. 공항의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다. 훌라댄스 동상들이 있는 이곳은 공항 앞이 아니라 공항 안 중앙홀이다.  이 동상을 중심으로 게이트와 탑승자 대기석, 기념품 가게, 식당, 수화물 찾는 곳이 퍼져 있다.



조금 기다리니 자전거도 '일단은' 무사히 도착했다.

숙소를 예약해놓은 캡틴 쿡(Captain Cook)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니 꼼꼼히 조립한다. 여기도 공항 밖이 아니라 수화물 찾는 곳이다.


드디어 하와이 빅아일랜드 자전거 여행의 진짜 시작이다. 공항길을 따라 대로로 나간다. 이정표가 mile로 표기되어 있어서 거리감에 혼란이 온다. 대략 1 mile = 1.61km 정도라 오른쪽으로 카일루아-코나를 지나서 캡틴 쿡까지 30km 정도 가야 한다. 비행기를 타는 것도 좀 피곤한 일이라 도착해서 첫날은 좀 쉬고 싶지만 오늘 조금이라도 달려야 전체 일정을 맞출 수 있다.


Queen Ka'ahumanu highway를 타고 달린다. 고작 왕복 2차선 도로인데 하이웨이다. 한 차선 밖에 없으니 출퇴근 시간 근처에 통행량이 많아지면 이렇게 금방 꽉 막힌다. 오히려 자전거나 보행자가 다니는 길이 넓어서 차가 막히기 시작하면 자전거가 더 빠르다.


지니님의 자전거가 변속이 잘 안되어서 잠시 길을 멈추고 자전거를 손을 본다. 수 차례 맞춰보다가 도저히 변속이 안 맞춰져서 비행기 수하물 운송 중에 행어가 휜 것으로 판단하고 가지고 온 새 행어로 바꿔준다.  


코나를 벗어나서부터 슬슬 날이 흐려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하와이는 겨울철이 우기라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빗길에 조심해서 살살 달린다. 워낙 따듯한 곳이라 비가 좀 온다고 엄청 추워지거나 하진 않는다. 


공항 도착 첫날 30km를 달려서 드디어 캡틴 쿡의 숙소에 도착한다. 대로변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길 끝에 있는 집인데 집주인이 조금 애매하게 위치를 알려주어서 찾는데 조금 헤매었다. 마침  주인아주머니가 마당에서 키우는 오리들에게 밥 주러 나와서 인사를 나누고 숙소를 안내받는다. 미국의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는데 여기처럼 집 안에서 맨발로 다니라는 집이 몇 군데 있었다. 집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 우리들이야 불편할 것 없이 오히려 편하다.


캡틴 쿡은 작은 마을이라 식당도 몇 안 된다. 캡틴 쿡은 하와이 제도를 처음 발견한 유럽인인 제임스 쿡 대령이 원주민들과의 싸움에서 죽은 곳이며 그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마침 조금씩 내리던 비도 그쳤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동네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Mi's italian bistro으로 저녁 먹으러 간다.



이 식당은 저녁에만 여는 곳인데 동네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일단 하와이 무사 도착을 축하하며 비키니 블론드로 건배합니다. 비키니 블론드는 옆 섬인 마우이에서 생산되는 맥주다.  지난번에 왔을 때에도 그렇지만 하와이에서는 코나나 마우이의 하와이 맥주를 주로 마신다.


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와 지니님이 좋아하는 생선 요리로 배를 채운다.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게 잘 하는 집이다.


숙소 앞 길이 가로등이 없어서 어둡길래 자전거 전조등을 챙겨나왔는데 불이 없었으면 너무 깜깜할 뻔했다. 비가 오고선 아직 구름이 걷히지 않아서 흐린 밤하늘이었다.  지난번 여행에서는 매일 낮에는 맑고 밤에만 비가 와서 그 흔한 하와이 무지개와 하와이 밤하늘의 무수한 별도 제대로 못 보았는데... 이번에는 하와이의 맑은 밤하늘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날의 경로다.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게 될 HI-19와 HI-11로 캡틴 쿡 입구의 숙소까지 총 33km를 달렸다. 캡틴 쿡도 433m의 나름 고지대에 있는 마을이지만 전체적으로 완만한 오르막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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