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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ug 16. 2016

석탄 트럭 지나던 길을 자전거로 달리다.

산악자전거로 달리는 운탄고도

2016년 8월 13일 - 운탄고도

3주 전에 함백산에 올라간 후, 시간문제로 운탄고도는 다음에 가기로 하고 상동리로 도로를 이용해서 복귀하였다.

https://brunch.co.kr/@skumac/188

그래도 운탄고도는 가야겠기에 이번 광복절 연휴를 이용해서 다녀왔다.


신동읍에 있는 예미역에 차량을 주차하고 기차로 고한역에 이동하여 만항재를 올라 운탄고도를 따라 내려가는 약 55km의 코스이다.


가장 높은 지점이자 운탄고도의 입구인 해발 1330m 만항재까지 도로로 올라가서 약 4번의 오르막을 오르내리는 길이다.


지난번 함백산에 올라갔을 때처럼 시간에 쫓기는 일은 없도록 미리미리 준비하고 예미역에 일찌감치 도착해서 아침을 먹는다. 근처에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식당이라곤 곤드레밥집 밖에 없는데 곤드레밥을 맛있게 잘 하는 집이다.


아침을 먹고도 기차 도착까지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 예미역 대합실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멀쩡한 화장실을 뜯어내고 다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얼마 전에 끝나서 예전의 깨끗하고 아담한 예미역 모습으로 돌아왔다.


청량리역에서 7시에 출발한 열차가 10시 16분에 예미역에 도착한다.


자전거 거치석에 자전거를 두고 우리 자리에 가서 앉는다. 일반석을 예약하고 자전거를 들고 타는 사람들이 자주 있는데 오늘은 우리 자리가 비어 있다.


11시가 조금 넘어 고한역에 도착해서 바로 만항재 방향으로 출발한다.


7월에 함백산 갈 때 왔던 만항재를 3주 만에 다시 오른다.


이 길을 여러 번 지나다녔지만 폐광을 미술관처럼 단장한 삼탄 아트마인은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만항재 야생화 마을까지 올라오니 슬슬 힘들다. 야생화 마을에는 슈퍼가 있어 더운 날씨에 내려서 음료수나 마시며 쉬어가고 싶지만 지니님은 멈추지 않는다.


야생화 마을을 벗어나서 좀 더 올라가면 조금 완만해지는 구간이 나타난다. 여기서 헤어핀을 돌아 조금만 더 올라가면 만항재가 나타난다.


만항재에 주차한 차들이 많다. 정상의 매점에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목을 축인다. 이번에는 함백산을 오르지 않고 일찌감치 만항재에 도착하니 시간이 넉넉하다.


우리는 운탄길, 화절령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후로도 이정표가 나오면 화절령 방향으로 가면 된다.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으니 근처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부침개를 나눠주신다.


운탄고도의 시작이다. 탄광 산업이 흥하던 시절
에 트럭이 다니던 길이라 임도가 전체적으로 넓고 노면이 고른 편이다.


내리막길을 쭉 내려간다. 해발 1330m 만항재에서 출발하는 길이지만 계속 내리막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발 1300m의 높은 임도의 경치는 이렇다.


이렇게 높은 곳도 폭염으로 인해 아주 시원하지는 않다. 나무 그늘이 있는 곳은 시원하지만 땡볕에선 햇빛이 따갑다.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 바리케이드가 중간중간 있다. 자전거꾼이나 등산객은 봄, 가을 통제기간만 주의하면 다닐 수 있다.


고지대에서 아래로 내려간다고 계속 내리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은근히 긴 오르막길이 더운 날씨에 지치게 한다. 만항재를 빼고도 긴 오르막은 예미역에 갈 때까지 5번 정도 나온다.


하이원 리조트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이정표의 통행금지 방향으로 가면 하이원 골프장으로 가게 되고 운탄고도는 마운틴 콘도 쪽으로 가면 이어진다. 내 기억으로는 원래 골프장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우회길을 만들어서 골프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 같다.


멈춘 김에 잠시 쉬었다가 출발한다.


산 아래 골짜기에 상동읍이 보인다.


새로 닦은 길이라 길 주변에 풀도 많이 안 자랐다. 원래 가기 힘든 곳을 이은 길이라 경사가 만만치 않다.


오르막길을 꽤 올라가면 만항재 이후 가장 높은, 1200m가 넘는 곳에 도착한다. 운탄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국유임도 관리 번호 푯말이 나오는데 48번 푯말이 있는 곳이며 운탄고도 안내판도 있다. 여기까진 내리막이 내리막이 아니고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혹자는 운탄고도가 국내 최장의 내리막길 코스라고 하는데 오르막길이 은근히 짜증 나는 코스이다. 내가 처음 왔을 때도 오르막길에 짜증이 났고  지니님에게도 내리막이 2/3라고 이야기했는데 오르막이 왜 이렇게 많냐고 한다.


그래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좋다. 근처에 큰 도시, 강, 바다가 없으니 첩첩산중이다.



1200 고지에서 출발하면 한동안은 내리막길이다.


운탄고도는 석탄을 운반하던 길이다. 그 이름대로 중간에 1177 갱이 있다. 근처에도 탄광의 시설이 여기저기 조금씩 있다.


1177 갱을 지나 계속 내려간다. 깨끗하고 넓었던 길의 갈림길에서 조금 거친 임도로 접어든다. 깨끗한 길을 무작정 따라가면 사북 쪽으로 내려가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내리막길의 끝에 넓은 공터가 나온다. 지금까지 이정표에서 보고 방향을 잡았던 화절령이다. 탄광 마을도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내리막길의 끝에서 다시 올라간다.


이제 새비재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



중간중간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주지만 해발고도가 높은 산꼭대기 임도이기 때문에 물줄기가 드물다.


탁 트인 곳이 나타날 때마다 경치가 볼만하다.



1200 고지에서 내려온 후, 작은 오르막을 두 번 올라가면 임도의 끝에 도착한다.


보통 이쯤 오면 해가 서쪽에 있으니 숲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환하게 느껴진다.


새비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타임캡슐 공원 쪽으로 가다가 함백역 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한참을 숲 속에 있다가 사람 사는 곳에 돌아온 느낌이다. 방제 2리의 고랭지 채소밭이 넓게 펼쳐지는 경치가 독특하다.


채소밭 옆으로 난 길을 달린다. 길이 여러 갈래인데 오르막도 내리막도 가지 않고 적당한 길을 찾아 달리면 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남녀 주인공이 타임캡슐이 묻은 곳이라는 타임캡슐 공원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스쳐 지나간다. 보지도 않은 영화의 기념물보다는 주변에 멋지게 펼쳐지는 풍경이 훨씬 더 가치 있다.



타임캡슐 공원을 지나면 함백역 방향으로 시멘트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된다. 거의 외길이니 헤맬 염려도 없다.


드디어 사람 사는 마을다운 곳에 내려왔다. 함백역은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폐역이라 기차를 이용하려면 예미역으로 가야 한다. 우리도 어차피 예미역에 차를 주차했기 때문에 예미역으로 간다.


예미역까진 쭉 내리막길이다. 힘들이지 않고 달린다.


이제 지니님도 산악자전거 임도 라이딩에 익숙한 듯하다. 운탄고도가 오르막길도 많지만 내리막길이 긴 것은 사실인데 그동안 임도 내리막길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던 지니님이 오늘은 거침없이 멋지게 달려주었다.


수도권에서 소수의 인원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운탄고도를 다녀오는 데에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청량리역에서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고한역에 내려서 만항재를 올라 운탄고도를 달린 후, 예미역에서 5시 반, 7시 20분 기차를 타면 된다. 체력과 속도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한역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함백산을 오른 후 운탄고도를 타고 내려와도 5시 반 기차를 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함백산을 포기하거나 7시 20분 기차를 타도록 해야 한다. 영동선 무궁화호 기차에는 자전거 거치석이 있으니 미리 예매하여 자전거석을 이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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