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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지니의 시칠리아 자전거 여행 11

카타니아에서 메시나까지 100 km

by 존과 지니

2017년 5월 7일


이동 경로 및 거리 : 카타니아 - 메시나 (100 km)

총 이동 거리 : 755 km


시라쿠사와 카타니아에서 연속으로 관광을 하였더니 너무 자전거를 쉬어버린 느낌이다. 오늘은 타오르미나를 지나서 이탈리아 본토에서 가장 가까운 시칠리아의 대도시인 메시나 (Messina)로 간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찍 조식을 먹고 체크 아웃을 하고 카타니아 시내를 그대로 질러서 빠져나간다. 체크 아웃할 때 도시세를 따로 내는 것이 항상 번거롭다. 다음부터 특별한 것이 없는 곳은 시내보단 변두리 작은 마을에 숙소를 잡아야겠다.


카타니아 센트랄레 역을 지나서 해변으로 나오면 시내를 벗어날 때까지 잠깐이나마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도로가 나타난다.


카타니아 시내가 멀어질 때 쯤, 해변에 이상한 성이 나타난다.


노르만 성(Castello Normanno)라는 이 성은 중세 시대에 노르만인들이 세웠다고 한다. 이 성 앞에서 길이 막혀버려서 지니님이 경로를 찾고 있다.


마침 근처의 자전거 아저씨들이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한다. 덕분에 둘이 찍은 사진이 늘었다.


단순해 보이는 해안선이었는데 해변에 무언가 많다. 아까는 성이 나타나고 이번엔 바위들이 나타난다.


카타니아 근처임을 알려주듯이 에트나 화산이 달리는 내내 눈에 보인다. 작년에 스페인에 갈 때도 비행기에서 에트나 화산을 내려다 보았다. 3000 m 가 넘으면서 연기까지 뿜고 있는 커다란 산이니 어디서든 잘 보일 수 밖에...


아침부터 계속 SS114번 도로와 그 주변 도로를 따라서 해안을 달리고 있다.


아치레알레(Acireale)라는 동네를 지나면 SS114번 도로는 잠깐이지만 해변에서 떨어져서 내륙을 들어가게 된다. 갈림길에서 SP2 도로를 타고 한적한 해안 도로로 내려간다.


지난 여행까지 내가 주도적으로 여행 경로를 잡았다면 이번 여행부터는 지니님이 여행 경로를 결정한다.


동네에 마침 슈퍼가 있어서 스포츠 음료를 사다가 마시면서 잠시 쉰다.


지아레(Giarre)라는 꽤 큰 도시도 해변길을 따라서 잘 빠져나갔다. 어디서든 에트나 화산이 보이니 멋지다.


타오르미나 들어가기 전에 다시 SS114번 도로와 만났다. 무슨 일인지 버스들이 좁은 도로를 꽉 막아서 교통 체증이 엄청나다. 이럴 때는 자전거를 끌고 인도로 살살 지나가면 편하다.


언덕 위에 있는 도시인 타오르미나(Taormina)가 보이는 해변길을 달린다.


슬슬 점심 먹을 때가 되었는데 주변에 버거집이 보인다. 한 번 쯤은 햄버거로 식사를 때워도 괜찮겠지.


햄버거와 감자 튀김을 먹는다. 햄버거가 큼직하고 먹을만 했는데 그보다 좋은 것은 멋진 풍경이다.


도로 안쪽에도 식당이 있었지만 굳이 햄버거를 먹은 것은 이 풍경을 보면서 식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까 이 동네에 들어서기 전부터 타오르미나 쪽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불이 났는지 소방차와 엠뷸런스 소리가 시끄럽다.

출발하려는데 내 자전거는 실펑크가 났는지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져 있다. 일단은 펌프로 대충 채워넣고 더 달리기로 한다.


여러 영화들에도 등장하고 이번 5월 G7 회의 장소이기도 했던 타오르미나지만 언덕 꼭대기에 있는 동네를 일부러 올라가고 싶지는 않다. 타오르미나는 그냥 멀리서 보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이 동네는 해안가도 언덕이다.


언덕길 정상에서 다시 타오르미나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어휴...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산꼭대기에 사는걸 좋아하는지... 언덕 위 동네라면 치아카와 라구사에 들른 정도로 만족한다.


타오르미나 입구를 지나니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벨라 섬(Isola Bella)이라는 육지와 연결된 섬이다. 조금 더 달려서 이 근처에서 점심을 먹을 것을...


타오르미나를 빠져나가면 이제 에트나 화산은 안 보인다. 해안 쪽의 산들이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급한 뾰족한 산들이다보니 에트나 화산이 아무리 높아도 시야가 가려진다.


에트나 화산을 대신해서 우리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시퍼런 에트나 해협 너머의 이탈리아 본토이다.


오늘은 뭔가 풍경이 계속 바뀐다. 힘들게 언덕을 올라가도 언덕 위에 멋진 성이 있으니 좋다.


SS114번 도로만 따라 가는데도 풍경이 변화무쌍하다.


살짝 맞바람이라 힘이 든다. 슬슬 쉬어야겠다.


도로 근처의 바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어간다.


이탈리아의 바에서 음료수를 주문하면 레몬은 띄워 주는데 정작 중요한 얼음은 안 넣어준다.


열흘 동안 시칠리아의 지중해를 보아왔는데 이렇게 깊은 파란색은 처음이다. 하루도 똑같은 색을 보여주지 않는 신기한 바다다.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출발한다.


대부분의 하천이 해안 쪽에 다리가 없어서 다리가 있는 상류 쪽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도 상에 도로 표시가 없긴 해도 건널 수 있는 곳이 있다.


시칠리아는 해안으로 기찻길이 있기 때문에 도로가 몇 번이고 기찻길을 넘는다.


드디어 메시나에 왔다. 여기는 아직 메시나의 행정 구역 상의 경계일 뿐, 시내까지는 20 km 정도 더 달려야 한다.


맞바람이 점점 거세지는데 내 자전거 앞바퀴의 실펑크 때문에 점점 힘들어진다.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려다가 수리하고 가기로 한다. 어차피 수리해야 하면 빨리 해버리자. 가느다란 철심같은 것이 앞바퀴에 박혀있다. 가끔 이런 철심을 밟고 실펑크가 나는데 이런 가늘고 뾰족하고 튼튼한 철심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점점 복잡해지고 차량이 많아지는 길을 한참 달려서 메시나 시내에 들어온다.


오늘 묵을 B&B는 시내 한복판의 상점가 3층에 있었다. 옛날 건물들은 엘레베이터가 좁으니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체크인을 하면서 보니 큰 방이다. 테라스가 있는 것은 물론, 거실과 침실이 분리되어 있는 방이다. 이렇게 방이 넓으니 자전거를 방 안에 들여놔도 괜찮을 듯한데 쿨시크한 젋은 여주인이 식당 바깥 쪽의 공간에 놔두라고 하니 그쪽에 둔다.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온다. 지니님이 라면을 먹고 싶어해서 아시안 푸드라고 되어 있는 식료품점에 가봤더니 죄다 중동 쪽 가게들이다.


저녁 먹을만한 식당을 찾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결국엔 성당 근처까지 왔다.


성당 근처도 뭔가 좀 휑하다 싶었는데 뒷쪽으로 돌아가보니 골목에 식당들이 쭉 있다.


맥주집이 있어서 가보니 제대로 된 생맥주 집이다. 가격이 생맥주 한 잔에 7유로씩 하는 것이 저렴하진 않지만 맥주도 음식도 맛있다. 뭐 우리나라에서 외국산 생맥주를 마시려 해도 이 정도는 하니까...

메시나에는 메시나 맥주가 있던데 결국에는 못 마셨다. 아쉬운 마음에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버린다. 맛있는 맥주였다면 메시나에서 좀 떨어진 지역에서도 팔았을테니까...


100 km 밖에 안 달렸는데 맞바람과 펑크 때문에 꽤 힘들게 느껴졌다. 며칠 자전거를 덜 타면서 몸이 늘어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원래는 페리를 타고 이탈리아 본토에 가볼까도 했는데 메시나에 도착하니 쉴 생각 뿐이었다. 내일은 시칠리아의 동쪽 끝을 찍고 북쪽 해안길을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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