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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지니의 시칠리아 자전거 여행 16

팔레르모, 그리고 귀국

by 존과 지니

2017년 5월 12일~14일


이제 자전거 여행은 끝났다. 시라쿠사, 카타니아, 체팔루에서 하루씩 더 머물렀기 때문에 팔레르모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만 2일이 채 안되지만 이번 일정에 충분히 만족스럽다.


숙소의 아침 메뉴는 나쁘지 않았다. 따듯한 토스트와 계란 후라이가 나온 것만으로도 좋다. 마트에 가보니 대량 구매할 때 식료품이 상당히 싸기 때문인지 B&B의 아침식사가 푸짐하게 잘 나온다.


아침 먹고 느긋하게 팔레르모를 구경하러 나선다. 일단은 팔레르모 공항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본다. 공항 가는 열차가 있는 줄 알았는데 공항 열차 선로가 공사 중이라 운행을 하지 않는다. 역 매표소의 무뚝뚝한 안내인에게 물어보니 팔레르모 중앙역 앞에서 공항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 앞에 가서 기사님들에게 문의해보니 자전거도 문제없이 받아준다.


공항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뒀으니 이제 팔레르모 산책이다. 어제 지나쳐간 법원 광장의 분수대를 들른다. 동네가 땅이 없는 것도 아닌데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차있고 그 좁은 틈으로 이렇게 광장과 분수대가 있으니 비좁아보인다. 설상가상으로 건물들이 오래 되기까지 하니 이런 분수대라도 없는 구역은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광장 분수대 바로 옆으로 콰트로 칸티를 지나간다.


어제 콰트로 칸티의 서쪽 길을 가보았으니 오늘은 북쪽으로 간다.


아란치니 전문점이 있다. 나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동글동글한 아란치니를 만드는데 다양한 맛이 있다. 하나 사먹었는데 맛도 적당히 괜찮다.


조금 더 걸어가니 콰트로 칸티와 함께 팔레르모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마시모 극장(Massimo Theater)이다.


마시모 극장 앞 카페에서 생과일 주스를 주문하여 마시면서 잠시 쉰다.


가리발디 대극장(Teatro Politeama Garibaldi)을 지나니 구도심에서 벗어나는지 빽빽하게 늘어섰던 오래된 건물들이 사라지고 현대식 건물들이 나타난다.


좀더 걸어가니 영국 공원(Giardino Inglese)이라는 곳이다. 꽤 넓직한 공터에 오래된 나무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들어준다.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가능하면 피자를 피하고 싶어서 샐러드와 스파게티로 배를 채운다. 식당 옆의 젤라또 가게에는 사람들이 줄지어서 젤라또를 사먹는데 왠지 젤라또가 안 끌린다.


맛은 있었지만 가격 대비 양이 적은 편이었다. 시칠리아의 많은 식당들이 홍보 때문인지 트립 어드바이저 평점을 잘 남겨달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도 그렇다.


점심을 먹고 근처의 자전거 가게에 박스를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남는 박스가 없다고 한다. 자전거 박스 구하기가 힘들다...

꽤 많이 걸어왔으니 버스를 타고 중앙역으로 돌아간다. 버스를 타는 방법을 몰라서 일단 타고 물어봤더니 그냥 버스 기사님에게 요금을 내면 표를 발행해주었다.

길다란 버스인데도 사람이 꽉꽉 타서 달린다. 역시 시칠리아 최대의 도시라는 것인가...


많이 걸었으니 저녁까지 잠깐 숙소에 들어가서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으러 나온다. 다른 식당을 찾아보려 했는데 썩 맘에 드는 곳이 없다. 결국 어제 먹었던 식당으로 간다. 팔레르모, 아니 시칠리아 전체에서 이보다 싸고 맛있는 식당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또 식전주와 어제 먹었던 밀떡 같은게 나온다.


오늘은 해산물 스파게트와 볼로네제 스파게티, 그리고 어제와 같은 생선 요리를 주문한다. 볼로네제는 처음 먹어보았는데 정말 맛있다.


오늘은 웨이터 할아버지가 생선을 발라준다. 어제는 바빠서 그런지 발라주질 않아서 내가 생선 대가리까지 싹 발라 먹었더니 우리를 기억하고 생선 대가리를 놓고 간다.

맛있게 잘 먹고 계산하는데 서비스로 새콤달콤한 딸기를 하나씩 주니 입가심도 완벽하다. 시칠리아 전체에서 유일하게 두 번 들른 식당이 되었다. 팔레르모에 간다면 꼭 들르기를 추천한다.



이제 출발해야 하는 아침이다. 너무 일찍 나간다고 숙소 주인 아줌마가 아침을 못 챙겨주는 대신 도시락을 싸두었다. 공항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공항으로 간다. 이른 시간인데도 버스에 타는 사람이 많다.

팔레르모 공항에 다시 돌아왔다. 공항 버스에서 자전거를 내린다.


박스를 구할 수가 없어서 패키징 서비스를 받는데 여자 직원이 자전거를 포장해본 경험이 없어서 너무 서투르다. 얼기설기 너무 부실하게 포장을 해주니 불안하다. 어짰든 자전거 포장을 하고 챙겨둔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는다. 숙소 아줌마 나름대로의 서비스가 고맙다.


알 이탈리아 공동 운항이라 알 이탈리아 카운터에서 발권을 하는데 담당하는 남자 직원이 일을 너무 못한다. 자전거에 Fragile 스티커를 붙여달고 해도 들어주지도 않고 어리버리 늦게 일처리를 해서 시간이 촉박하다. 급하게 로마행 게이트로 뛰어갔더니... 역시나 국내선은 연착이 기본 옵션인가보다.


팔레르모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금방 로마에 도착한다.


중간에 음식점들이 별도의 구역에 잔뜩 모여있다.


따듯하고 얼큰한 국물과 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비싸긴 하지만 일본 라면집의 라면과 소고기 덮밥을 주문해서 먹는다.


로마에서 출발해서 한참을 날아서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인천 공항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비행기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길고 긴 비행이 끝나고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수하물로 보낸 자전서를 찾는데 한참이 걸린다. 그런데...


자전거가 멀쩡하지를 않다. 레버와 포크가 박살이 났다. 어떻게 하면 저 튼튼한 금속 레버 손잡이가 저렇게 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보호필름을 붙여둔 포크도 크게 망가져 버렸다.


즐거운 여행의 기분이 최악이 되는 순간이다. 저렴하지도 않은 항공권을 발권하고 출국할 때부터 불친절하고 느려터진 체크인, 부실한 기내식과 없다시피 한 기내 서비스, 시끄러운 중국인들에 시달리는 것도 모두 감내할만 했지만 자전거 파손 만큼은 정말 최악이다. 중국 동방항공에서는 박스 포장을 안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을 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런 패키징을 여러 번 했는데 이렇게 자전거가 박살이 난 적은 처음이다. 결국 100여 만 원을 들여서 간신히 수리를 했다.

이번 시칠리아 여행에서 우리가 했던 단 하나의 실수는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짐 많이 가지고 여행갈 때는 중국 비행기나 러시아 비행기는 타면 안된다. "


혹시나 해서 탄 중국 비행기가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어쨌든 이렇게 시칠리아 자전거 여행이 끝났다. 시칠리아의 도시들은 너무 오래되고 낡은데다가 사람도 많아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시칠리아는 지중해의 자연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 할만 하다. 그리고, 시칠리아 사람들 특유의 친절함은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준다. 따듯한 사람들이 사는 지중해의 화산섬 시칠리아를 이렇게 다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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