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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Sep 12. 2017

여름에는 계곡 따라 자전거 여행

진부에서 강릉까지 강원도 자전거 여행

2017년 8월 26일


슬슬 더위가 누그러지는 듯하다. 벌써 초가을 날씨가 느껴진다.

몇 년 전부터 매년 여름 즈음에 들르는 영월 아우라지, 올해도 아우라지에 가기로 했는데 이왕이면 안 가본 길로 가기로 한다.


평창군 진부면에서 시작해서  59번 도로를 따라서 영월 북평면까지 달린 후, 아우라지와 구절리를 지나서 강릉까지 내려가는 V자 코스다. 즉, 대관령을 지나 강릉까지 45km만 가면 되는 코스를 일부러 빙 돌아서 간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bicycletravel.tistory.com/33


진부면사무소에 차를 세우고 근처 식당에서 산채 정식으로 아침을 먹는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이 근처는 모두 공사판이다. 일단 읍내를 벗어나자.


개천을 따라 남쪽으로 진부 읍내에서 나가자마자 59번 도로를 타게 된다.


59번 도로의 다른 이름은 오대천로이다. 길 이름 그대로 우리는 한강으로 흘러가는 지류인 오대천을 따라갈 것이다. 오늘은 이 오대천을 따라 수향 계곡, 막동 계곡, 숙암 계곡을 지나는 계곡 자전거 여행이다.   


계곡을 따라가는 길은 시원하다.  계곡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59번 도로는 오르막이 많지 않고 시원하기까지 하다. 아직 무더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늘은 우리가 아주 좋아하는 초가을 날씨다. 햇살이 따듯하지만 건조하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렇다고 아주 오르막이 없지는 않다. 가끔 나오는 약하고 짧은 오르막은 즐겁게 올라간다.


오르막도 없고 시원하기까지 한 59번 도로에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동계 올림픽을 대비해서 직선화 공사와 차선 확장을 진행하면서 도로가 온통  공사판이라는 것이다. 중간중간 차선이 하나로 줄어드는 곳마다 신호등이 있어서 신호에 맞춰 통행해야 한다.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내년에 다시 오면 달리기 좋은 길이 되어 있을 것 같다.


며칠 전에 비가 내려서 그런지 계곡은 수량이 많긴 하지만 탁한 물이 흐른다.


계곡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석폭포라는 폭포도 있다. 물이 모일 곳이 없는 산 꼭대기에서 세찬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인공폭포이지만 풍경과 잘 어울리니 지나가면서 구경하기에 나쁘지 않다.


한 번도 들러본 적은 없는 정선 인형의 집 이정표가 나오면 오대천은 한강의 본류인 조양강과 합쳐지고 오대천로도 끝이 난다. 여기서부터 42번 도로를 따라서 아우라지 방향으로 조양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오대천과 합쳐지면서 더욱 물줄기가 커진 조양강은 영월 근처에서 동강이 되고 서강과 만나서 비로소 한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아우라지 방향으로 바로 북평면을 지나지만 이번에는 북평면에 들르지 않는다. 아직 쉴 때가 안 된 듯하다. 지니님이 기분이 좋게 달리기 시작하면 거의 쉬지 않고 한참을 달린다.



아우라지까지의 길은 매년 왔으니 익숙한 곳이다. 도로 옆에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정선선 기찻길이 있다.


오대천과 마찬가지로 비가 온 덕분에 조양강 역시 힘차게 흐르지만 물빛이 탁하다. 맑은 물이 조금 아쉽지만 하늘이라도 파랗게 맑으니 좋다.


저 산허리의 송신탑이 보이면 아우라지에 거의 다 온 것이다. 저 송신탑은 아우라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녹고개 꼭대기에 있는데 그 옆으로 로드바이크도 지나갈만한 산길이 있다.  저 산길은 강변도로가 뚫리기 전에 아우라지에 사는 사람들이 정선 읍내로 다니던 옛길이다.


아우라지가 있는 여량면 입구에서 여량면으로 들어가지 않고 구절리로 가는 410번 도로로 빠진다. 아우라지에서 쉬질 않으면 구절리가 마지막 휴식처가 될텐데... 


한강의 본류인 골지천과 대관령면에서 흘러내려오는 송천이 어우러져 조양강이 되는 곳이기에 아우라지이다. 오대천의 계곡을 타고 내려왔으니 이제 송천의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오늘은 완벽하게 계곡 자전거 여행을 하는 날이다.


여기도 오장폭포라는 폭포가 있다. 이정표가 있지만 어차피 한 동안은 외길이라 그냥 달리면 된다. 여기 정선이나 강촌같이 레일바이크가 있는 곳은 경치가 좋은 곳이 많다. 좋은 경치를 즐기면서 슬슬 달린다.


정선선 기찻길의 끝이자 정선 레일바이크가 시작되는 구절리역이다. 구절리역은 레일바이크가 생기고부터는 정상적인 열차 운행은 하지 않는 역이다.


구절리의 슈퍼에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출발하고서 45km만에 처음 제대로 쉬는 듯하다. 이후에는 한 동안 식당이나 가게같은 것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가지만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는 않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이제 기찻길은 더 이상 없고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 송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치가 하나만 있는 오장 1교로 송천을 건널 때,


오른쪽을 보면 오장폭포가 있다. 노추산에서 솟아나서 계곡을 따라 흘러 내려가던 물줄기를 일부러 틀어서 절벽에서 떨어지게 한 국내 최고 높이(127m)의 폭포이다. 절반은 인공 폭포인 셈이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멋진 폭포이다.   



한강의 본류인 골지천이 양의 기운을 가진다면 송천은 음의 기운을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시원한 곳이다.


백두대간을 넘지도 않았는데 행정 구역 상으로는 벌써 강릉시에 들어간다.


대기리에서 계속해서 작은 길로 송천을 따라 대관령면까지 갈 수도 있지만 로드바이크로 달리기에 그리 좋은 길은 아니다. 계속 큰길을 따라가서 대기리 삼거리에서 강릉 방향으로 달린다.


계곡을 거슬러 가는 것이니 완만한 오르막을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해발 고도가 점점 높아지니 고랭지 배추밭이 나타난다.  


배추밭 뒤로 저 멀리 산 꼭대기에 풍력발전기들이 줄지어 있는 벌판이 보인다. 이전에 들른 적이 있는 안반데기이다. 저 안반데기의 피반령을 넘어가면 다시 송천으로 돌아갈 수 있다. 로드바이크로 가기엔 경사가 심한 곳이니 다음에 MTB로 올 때 들를까 한다.


감자원종장 뒤로 안반데기로 이어지는 작은 길이 있다.  


드디어 백두대간 닭목령을 넘어서 내려가게 된다.


닭목령은 대기리 쪽에서는 경사도가 완만한, 만만한 언덕이지만 반대로 강릉 방향으로는 급경사인 급커브 꼬부랑 고갯길이다. 내려가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게 느껴지니 지니님도 강릉 방향에서는 안 올 거라고 한다.  


신나게 내려가기에는 노면이 그리 좋지 않고 길 폭도 좁은 닭목령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여기도 남대천 상류의 계곡을 따라서 내려가는 곳이다. 


오봉 저수지가 나오면 이제 오늘의 자전거 여행도 거의 종반부이다.


성산면 읍내의 성산삼거리를 지나는데 차들이 엄청나게 막히고 동네가 엉망이다. 일단 성산삼거리의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쉬어간다. 점심을 안 먹었기에 슬슬 허기가 진다. 성산면에서 강릉까지는 평소라면 차량이 그리 많지 않은 길인데 성산삼거리의 교통 정체로 차가 많다. 35번 도로를 널찍한 갓길을 이용해서 내려간다.


강릉 시청 근처에 도착했다. 바로 근처의 강릉 버스 터미널에서 차를 세워둔 진부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성산면부터 은근히 더워지더니 강릉 시내는 여름 날씨다. 남들은 늦더위에 허덕일 때 계곡에서 시원하게 자전거를 탔으니 좋은 선택이었다.  

버스는 우리가 왔던 길로 다시 성산삼거리 쪽으로 간다. 거긴 교통 체증이 장난이 아닌데.... 알고 보니 마침 대관령 자전거 힐 클라이밍 대회를 하는 날이라 아직도 차량 통행이 많은 대관령 옛길의 교통을 통제하고 대회를 하느라 차들이 그리 막힌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옛길로 못 간 차들이 몰린 영동고속도로 강릉 구간도 동계 올림픽 대비로 도로 시설 보수 공사 중이니 진부까지 고작 40 km인 구간을 가는데 2시간이 걸렸다. 자전거 대회를 하는 것도 좋고 올림픽 대회 준비를 하는 것도 좋긴 한데 최소한의 도로 교통 대책을 세웠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큰 오르막이 없고 덥지 않아서 체력 소모도 적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95km 정도를 달렸으니 피곤하다. 버스 안에서 신나게 곯아떨어졌는데 40분 남짓 걸리는 거리라 제대로 못 잘 줄 알았던 것이 교통 체증 덕분(?)에 푹 자버렸다. 버스 기사님은 교통 체증에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 있고 진부 터미널에는 늦어지는 차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붐빈다.


진부면사무소에 세워두었던 차로 돌아가서 자전거를 싣고 집으로 돌아간다. 마침 지나가는 길에 횡성이 있으니 오랜만에 들러서 저녁을 먹는다. 소고기도 맛있긴 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면서 더 맛있는 육회 비빔밥으로 먹는다. 사실 우리는 횡성 소고기보다 다른 곳의 더 저렴하면서 더 맛있는 소고기를 더 좋아하니 굳이 횡성 소고기를 찾아먹지는 않는다.


크게 힘든 오르막길이 없는 95km의 완만한 코스라 장거리에 도전하는 초보 자전거 여행객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코스이다. 도로 정비가 완료되는 2018년 이후에는 더욱 좋은 코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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