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라구나 비치에서 샌디에고 직전인 솔라나 비치까지 82km를 달린다. LA의 외곽에서 샌디에고의 외곽까지 가는 셈이다.
칼로리바, 오렌지쥬스, 시리얼이 나오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먹는다. 접시를 가지고 오긴 했는데 대부분 포장된 음식들이라 접시에 담을 것은 없다. 칼로리바가 잔뜩 있으니 숙박한 미국인들이 주머니에 잔뜩 챙기기도 한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나보다.
바닷가지만 절벽 위 언덕에 있는 마을, 라구나 비치를 출발한다. 일단은 도로를 쭉 따라 내려가면 되니 길이 어려울 것은 없다.
미국물을 많이 먹은 코끼리상이 보인다.
데이나 포인트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차도와 철도 사이에 깨끗하게 쭉 뻗은 자전거길이 나타난다. 인도에서 자전거 타고 있는 사람은 정신이 조금 이상한 사람인지 아무한테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우리가 지나가니 열심히 우리를 쫓아오려 하지만 제풀에 지쳐 떨어진다.
이 자전거길은 포장도 잘 되어 있는데다가 분리대까지 있는 넓고 달리기 좋은 길이다. 왼쪽으로는 1번 도로 오른쪽은 기찻길이다.
자동차길은 왕복 2차선 밖에 안되는데 자전거길과 보행자길까지 제대로 갖춰진 길이다. 우리나라는 차량 통행이 적은 시골에도 엄청나게 넓은 도로를 뻥뻥 뚫어놓는걸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넓은 길에 자전거길이나 인도는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미국은 차선이 적어 교통체증이 생기더라도 사람이나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만든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산 클레멘테라는 마을에 들어간다.
길 좋다고 마냥 자전거길만 따라가면 이런 비포장길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수 km의 비포장인데다가 보행자 전용도로니 도로용 자전거로 무리하게 들어가는 것은 안 좋을 것 같다. 입구로 돌아나가서 엘 까미노 리얼 도로를 따라 가는게 나을 듯하다.
슬슬 목이 마르니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수도 한 잔씩 마신다.
5번 국도인 샌디에고 프리웨이 옆으로 계속 자전거길이 있다. 나중에 LA로 돌아갈 때는 자동차로 저 5번 국도를 따라 돌아갈 것이다.
마을에서 나갈 때부터 지금은 폐쇄된 구 101번 프리웨이를 재활용한 엄청 넓은 자전거길을 달리게 된다.
근처에 좋은 서핑 포인트가 있는지 자전거 타는 사람들마다 자전거에 서핑보드를 매달고 있다.
철책 끝의 출구에서 차는 못 들어오지만 자전거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자전거길이 끝난다.
한적한 곳이지만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마음대로 달리면 안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다가 사망한 묘비가 있다. 미국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도로 옆에 묶여 있는 색칠된 자전거는 그 도로에서 죽은 자전거 이용자의 묘비이다.
5번 프리웨이 옆으로 이어지는 101번 옛길은 넓고 차량 통행도 거의 없다.
특징적인 회색 돔 건물이 보인다. 샌 오노프레 원자력 발전소이다. 바닷가를 따라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보면 종종 원자력 발전소를 만나게 된다. 원자력 발전소들은 대량의 냉각수를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바닷가 근처에 있다.
발전소답게 엄청난 수의 전선들이 뻗어나간다.
한적한 길로 오토캠핑장을 지나가는데 여기는 인기가 없는 곳인지 캠핑차들이 거의 없다. 바다에서 캠핑장까지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 해변 접근성이 떨어져서 그런 듯하다.
캠핑장의 끝은 또 차량이 통제된 길이다. 자전거는 다닐 수 있으니 걱정없다.
오래되어 관리가 안된 심하게 망가진 도로 구간의 일부를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포장해놓았다.
어느 정도 상태가 좋은 곳은 이렇게 넓게 포장된 자전거 고속도로다.
이 자전거길은 중간에 굴다리를 지나서 계속 이어진다.
자전거 고속도로의 끝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왼쪽의 한적한 길로 빙 돌아갈 것인지, 오른쪽의 5번 프리웨이 입구에서 프리웨이를 타고 시끄러운 자동차들과 함께 달릴 것인지...
시간도 많고 근육통도 없었다면 왼쪽의 한적한 길로 갔을텐데 시끄럽더라도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 5번 프리웨이를 달리기로 한다.
이 근처에는 군부대와 훈련장이 있어 출입 통제 구역이 많다.
5번 프리웨이에서 자전거는 휴게소가 있으면 무조건 휴게소로 들어가서 빠져나오는 방법으로 달려야 한다. 자전거길 표시 자체가 그렇게 되어있다. 휴게소에 진출입하는 차들과의 충돌 사고를 피할 수 있으니 이렇게 가는게 안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는 오션사이드 입구에서 54C번 출구로 빠져나가야 한다.
해변길이지만 집들로 막혀 바다가 안 보이는 퍼시픽 스트리트를 따라가다가 차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카시디 스트리트에서 같이 빠져나가야 한다. 퍼시픽 스트리트는 마지막에 길이 끊겨버린다.
기찻길을 건너면 바로 자전거길이 나타난다.
이제부터 길이 쉽다. 칼즈베드 대로를 그냥 쭉 따라가면 된다. 자전거길이 전용길과 갓길 둘 다 자전거가 갈 수 있는데 좀더 노면이 좋은 갓길로 달린다.
큰 아울렛이 있는 칼즈베드를 지난다. 자전거 여행이 끝나면 입을 옷을 사기 위해 아울렛에 가야 하는데 여기는 엄청 큰 아울렛이지만 지니님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신발 매장이 없는 곳이라 들르지 않는다.
다시 바다가 펼쳐지는 곳에 마침 식당이 있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햄버거와 생선 요리를 주문해서 먹는데, 평범한 미국식 음식이지만 저렴하면서 맛도 좋고 직원도 친절하다.
나는 샌드위치 같은 것을 주문했는데 샌드위치 종류치고는 아주 맛있다.
지니님은 생선요리가 맘에 들었나보다. 이번 여행에서 들른 식당 중 거의 최고라고 한다.
점심을 다 먹은 후, 바로 옆의 칼스베드 해변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출발한다.
앞에 있는 커다란 굴뚝 건물은 바닷가를 달릴 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화력 발전소다.
오늘 목적지인 솔라나 비치 바로 전 마을인 엔시나타스를 통과한다.
솔라나 비치의 경계를 지난다. 아직 날이 저물려면 시간이 꽤 남았다.
생각보다 꽤 썰렁하고 별거 없는 도로를 달려 오늘의 숙소에 도착했다. 유명한 숙박 체인이다.
오늘 묵을 방은 네 명이서 자도 충분할 넓은 방이다.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한다.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솔라나 비치 기차역 쪽이 그나마 번화가인 것 같은데 지니님이 알아본 식당은 다른 방향이다.
아무 것도 없는 주택가 길을 거의 1 km 정도 걸어서 식당에 도착했다. 피쉬 마켓... 지니님이 좋아하는 이름이다. 근처에 피쉬 마켓이라 이름 붙은 깔끔해보이는 식당이 있으면 지니님은 거의 피쉬 마켓을 고른다.
식당에 들어가니 입구에 큼지막한 생선살코기들이 진열되어 있다.
맛있고 양도 적당하다. 참치회, 해산물 파스타, 생선요리를 주문한다.
이 생선은 알래스칸 하리벗이라고 한다. 뭔가 했더니 광어(넙치)인데 엄청 큰 녀석이다.
잘 먹고 슬슬 걸어서 돌아온다. 이제 샌디에고까지 30 km 정도, 라 호야 비치까지 20 km 정도 남았다.
여기 솔라나 비치는 바닷가라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위치다. 분명히 바다 바로 옆임에도 불구하고 바닷가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나중에 라 호야 비치에서 물개를 그리 좋아하는 지니님의 모습을 보니 조금 더 달리더라도 라 호야 비치에서 잤어야 했나 싶다.
내일은 이번 자전거 여행의 종착지인 샌디에고다. 샌디에고까지 30km지만 거기서 코로나도섬까지 40km 정도 더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