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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an 14. 2019

자전거 여행을 마무리하는 방법

외국에서 자전거 항공 포장하기


오늘은 여러 번 해외 자전거 여행을 가면서 생긴 노하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해외 자전거 여행을 끝내고 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포장해서 비행기에 싣고 돌아오는 것이다.


국내에서야 자전거 박스를 구하고 포장하고 공항까지 옮기는 것을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해외 자전거 여행이 끝나면 그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해야 한다.


먼저, 자전거는 반드시 포장해야 한다. 포장을 안 하면 항공사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받아준다 하더라도 운송과정에서 막 다루는 경우가 많아서 자전거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자전거를 포장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당연히' 일요일에 문을 여는 가게가 많지 않다. 그러니 자전거 포장 준비물은 늦어도 자전거 가게가 문을 여는 토요일 오전까지는 구해야 한다. 아니, 가능하면 금요일 오후까지는 해결해야 한다.

자전거 포장을 위해 구해야 하는 것은 자전거 박스, 테이프, 완충재다. 유럽에서 자전거 박스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오베아 캠퍼스 샵에서 친절하게 박스를 제공해주어서 해결했고,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는 결국 자전거 박스를 못 구했다. 미국에서는 자전거 박스를 돈을 받고 판다. 이마저도 박스를 미리 준비해놓은 곳이 많지 않으니 미리미리 박스를 구하러 다녀야 한다. 리 자전거 가게에 이메일을 보내서 사정을 설명하고 박스를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봐두어도 좋다.

LA의 자전거 가게에서 5달러에 박스 2개를 구입함

자전거 박스를 구해서 숙소까지 들고 오는 것도, 포장한 자전거 박스를 공항까지 옮기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전거 여행의 끝 지점을 우리가 비행기를 탈 공항의 렌터카센터로 정하고 렌터카를 이용한다. 공항의 렌터카 업체를 미리 예약해두고   중형 SUV (mid-size SUV)를 렌트한다. 어지간한 크기의 자전거 박스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차여야만 하니 현대 투산이나 그 동급의 SUV가 적당하다.


뒷자리를 접어서 공간을 확보한다. 자전거 앞바퀴를 뺀 후에 차량이 오염되지 않도록 자전거를 왼쪽으로 눕혀서 싣는다.


왜 렌터카를 이용하는가?
포장한 자전거 두 대를 시내에서 공항까지 가져가려면 공항버스를 이용하거나 대형 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이 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가, 큰 자전거 박스를 구하러 다닐 때도  차가 필요하다. 또한, 어차피 자전거 여행이 끝나면 1~2일을 쉬면서 주변 관광을 하는데 차가 있으면 매우 편하기 때문이다. 결국, 렌터카를 빌리는 게 비용적으로도 저렴하고 시간적, 체력적으로도 낭비가 적은 것임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밀라노 말펜샤 공항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콜밴 요금이 100유로 이상 나왔다.

자전거 포장을 위해서는 자전거 박스가 필요하다. 자전거 가게에서 새 자전거를 조립하고 남은 박스를 구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미리 자전거 가게들을 검색해놓고 돌아다니면서 구해보고, 구하지 못하면 근처의 포장 전문 업체를 찾아서 박스를 구입해야 한다. 물론 포장 전문 업체의 박스는 상당히 비싼 데다가 자전거 포장에 맞는 사이즈도 없기 때문에 큰 박스를 사다 잘라서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 박스를 못 구해서 큰 박스 하나와 큰 골판지를 구입해서 박스를 반 자른 후에 골판지로 뚜껑을 만들었다.

자전거 포장에는 자전거 박스 외에도 자전거를 보호할 완충재와 박스를 붙일 테이프가 필요하다. 친절한 자전거 가게라면 자전거 박스를 줄 때 완충재도 어느 정도 같이 챙겨 주겠지만 완충재는 많을수록 좋다. 테이프와 완충재는 대형 마트나 잡화점에서 구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 때가 있다. 소포를 취급하는 우체국이나 중국인들이 하는 만물상 등도 찾아보고 정 구하기 힘들다면 쓰레기로 나온 골판지 박스 중에 깨끗한 것을 잘라서라도 쓰자.


자전거 박스와 완충재, 박스 테이프를 구했다면 이제 포장을 시작하자. 우리나라에서 출발할 때 자전거 포장했던 것을 다시 한번 하는 것이니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전거 포장을 위해서 나는 항상 내 자전거에 맞는 페달 렌치, 핸들 포스트를 고정할 스페이서, 박스테이프를 자르기 편한 커터칼, 그리고 손을 보호할 라텍스 장갑을 해외 자전거 여행에 가지고 다닌다.


공구부터 설명을 하자면 이 노란 칼은 완충재를   들어있던 칼이다. 아무래도 포장할 때 칼이 있으면 매우 편한데 비행기를 타다 보면 날붙이를 가지고 다니기가 쉽지 않다. 그서 가지고 다니게 된 것이 이 안전칼이다. 8mm 렌치는 내 자전거의 페달을 분리하고 결합할 때 사용한다. 작은 휴대 공구들은 큰 사이즈의 육각렌치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힘 전달이  때문에 페달을 풀기가 쉽지 않아서 이런 큰 렌치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메이커의 페달은 대부분 스핀들(페달축) 안쪽에 8mm 6각 렌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내 페달은 6mm라 이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니 각자 자신이 사용하는 페달에 맞는 렌치를 가지고 다니면 된다.


또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는 스페이서와 포크 지지대이다. 스페이서는 핸들스템을 떼었을 때  포크와 헤드셋을 고정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자전거를 포장할 때 가장 약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곳이 포크다. 이 부분에 충격을 받을 때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포크 지지대인데 자전거 포장재 중에 하나라서 자전거 가게에서 어렵지 않게 얻어올 수 있다.


짐 늘어나는 것이 아무리 싫어도 이것들 만큼은 이렇게 튼튼한 지퍼백에 챙겨 다닌다. 이것도 공구들이라 기내수하물로 가지고 탈 수는 없다. 자전거 포장을 거의 마치고 뚜껑을 닫아 박스를 완전히 밀봉하기 전에 이 공구 주머니를 박스 안에 넣고 포장을 마무리한다.


이제 모든 준비물과 공구를 준비했으니 포장을 시작한다.

먼저 앞바퀴를 떼어낸다. 뒷바퀴는 프레임   편이 프레임 보호에도 좋고 부피도 덜 차지하면서 조립도 덜 복잡하다.


앞바퀴의 QR레버를 빼야 앞바퀴가 차지하는 폭이 줄어드니 QR은 빼서 잘 보관한다.


왼쪽 페달도 분리한다. 페달 렌치를 준비한다고 해도 떼어내기 힘들 수 있으므로, 자전거 여행 전에 한국에서 포장할 때 페달을 떼어낸 페달을 다시 조립할 때 너무 단단히 결합하지 않도록 하자.


페달 다음은 핸들이다. 헤드셋 캡을 분리하고 핸들 스템의 나사를 살짝 분리하여 핸들스템까지 통째로 빼낸다. 포크가 흔들리지 않게 하고 헤드셋도 고정시키기 위해 따로 챙겨둔 여분의 스페이서를 끼워주고 헤드셋 캡을 다시 장착해준다. 핸들을 떼어내야 자전거 자체의 폭을 줄일 수 있다. , 로드바이크는 드롭바와 변속레버로  핸들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분리해서 드롭바를 프레임 쪽에 두는 것이 좋다.


자전거의 높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싯포스트를 빼야 한다. 싯포스트에 흠집이 나도 상관없다면 분리하지 말고    밀어 넣어버리자. 사진에서 핸들 포스트 쪽에는 헤드셋 캡과 여분 스페이서가 장착된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분리하고 떼어낼 것은 다  완료했다. 완충재로 잘 싸서 박스에 넣기만 하면 된다.


분리한 앞바퀴의 축이 살짝 날카로우니 프레임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완충재로 잘 싸서 프레임에 오른쪽에 포갠다. 오른쪽 페달이 자전거에 붙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앞바퀴도 프레임 오른쪽에 두어야 한다. 완충재로 잘 감싸야하는 부분은 프레임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앞바퀴와 프레임이 닿는 부분, 자전거에서 돌출되어 나와있는 뒷 변속기 부분과 변속레버 부분, 그리고 박스에 넣었을 때 박스와 맞닿는 부분들이다.

완충재로 잘 싸준 후에는 통째로 박스에 넣어준다. 정방향으로 넣으면 포크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으니 뒤집어서 넣어주는 편이 좋다.

자전거 타이어의 공기는 굳이 빼지 않아도 된다. 한계까지 채워놨다면 조금만 빼자. 비행기가 올라가는 해발 1만 미터 상공과 지상과의 기압 차이는 약 1/5이다. 사람에게는 상당히 큰 압력 차이지만 대기압(약 14.6 psi) 보다 훨씬 큰 압력을 견디게 만든 자전거 타이어가 폭발할 만큼의 차이는 나지 않는다.


남은 완충재와 골판지가 있으면 자전거와 박스가 닿는 부분을 보강해주고 남는 공간 여기저기를 채워준다.

자전거 박스를 완전히 닫기 전에 박스에 포장에 쓴 공구와 분리한 자전거 페달, QR레버 등등을 봉투에 담아서 박스 안에 넣어주고 박스 테이핑을 마무리한다. 특이하게 생긴 공구, 칼, 쇠붙이들이 기내 수하물로 가지고 타면 보안검색대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O2 카트리지 등은 위탁수하물이든 기내 수하물이든 반입할 수 없으니 자전거 박스 안에 넣지 말아야 한다. 아깝더라도 어쩔 수 없으니 버리자.


우리는 공항 출국장 입구에 포장한 박스를 내려 지니님이 지키고 있도록 하고 나는 렌터카를 반납하고 돌아온다.


외국에서도 자전거짐 보내는 것은 비슷하다. 카운터에서 체크인하면서 자전거 박스의 무게를 확인하고 수하물 스티커를 붙인 후에 대형 수하물 보내는 곳으로 직접 가져가서 보내면 된다.  공항에서 무사히 자전거 짐을 부치면 이제 몸도 마음도 편하다.


자전거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자전거를 어떻게 포장해서 비행기에 실을 것인지, 돌아올 때는 어떻게 자전거를 비행기에 실을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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