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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l 08. 2019

서울에서 철원까지 자전거 여행

서울에서 북쪽으로

2019년 6월 22일


슬슬 날이 무더워진다. 올해는 최대한 더위를 피해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는 역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점심 전에 자전거 타기를 끝내는 것이다. 자전거 타기를 일찍 시작하려면 이동에 시간을 쓰는 것도 아깝다. 아침 일찍 집에서부터 출발해서 목표점까지 간 후에 시외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로 한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북쪽으로 달리기로 한다. 마침 서울에서 철원까지 딱 100km다. 왕숙천을 거슬러 올라갈까 하다가 중랑천을 따라가기로 결정하고 출발한다.  


일찌감치 출발하려 했는데 아침 6시다. 아침 식사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집 근처에서 콩나물국밥으로 해결한다.


중랑천으로 올라가기로 했으니 일단 자전거길로 가자. 탄천2교를 건너 탄천 자전거길로 내려간다.


양재천 합수부를 지나서 탄천 합수부까지 쭉쭉 달린다. 7시 정도 되니 사람도 은근히 있다.


지니님은 꽤 오랜만에 한강을 달리는 듯하다. 나랑 함께 다니다 보니 너무 원정 라이딩만 했다.


잠수교와 잠실대교 사이의 한강 구간은 자전거 이용객이 제일 많은 구간이지만 제대로 된 경사로가 설치되어 자전거로 한강 남쪽과 북쪽을 쉽게 건너 다닐 수 있는 다리는 없다. 탄천 합수부에서 중랑천으로 가기 위해 최단거리라 할 수 있는 영동대교를 건넌다. 안전하게 걸어 올라간다.


영동대교를 통과할 때는 항상 턱과 경사로를 조심해야 한다. 생각 없이 달리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다.


영동대교 북단은 경사로가 없이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한다. 계단으로 자전거를 들고 내려가 한강 북단 자전거길로 달린다.


중랑천 합수부부터는 좌안으로 달린다. 아직 덥지는 않지만 이쪽으로 달려야 그늘이 많다.


눈 앞에 스쿠터가 한 대 알짱거린다. 자전거길에 들어오면 안 되는 이동수단이다. 좁은 자전거길에 덩치 큰 스쿠터가 애매한 속도로 중앙선에 걸쳐서 달리니 추월하기도 뒤따라가기도 애매하다.


스쿠터는 애매한 속도로 달리면서 계속 양 방향의 자전거 통행을 모두 방해한다. 우리까지 휩쓸리지 않게 멀찍이 떨어져서 달리기로 한다.


장평교 근처에서 스쿠터는 어디론가 빠져나간다. 스쿠터가 사라졌으니 이제 맘 편하게 달린다.


중랑천 자전거길은 위치상 자주 오지는 않지만 내가 비교적 자주 다니면서 지겹다고 생각하는 탄천 자전거길보다도 지루한 구간이다.  


도봉산이 보이기 시작하면 도봉산 방향은 도봉구, 오른쪽은 노원구다. 직은 서울이긴 하다.


도봉구청 건물이 보인다. 슬슬 서울을 벗어날 때다.


갑자기 건물이 사라지고 왼쪽에 도봉산만 보이게 되면 이제 서울에서 의정부로 넘어가는 것이다.


도시가 나오면 이제 의정부다. 예전에 자전거 타고 의정부까지 부대찌개 먹으러 왔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먹는다고 딱히 특별한 맛은 없고 원조집이라고 지저분하기만 한데 손님만 미어터져서 정신만 없다. 부대찌개로 유명한 다른 지역인 송탄도 사정은 비슷하다. 요즘 이것저것 노하우를 살린 깔끔한 스타일의 부대찌개 집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쪽이 훨씬 맛있다.


경전철이 왔다 갔다 한다. 의정부 경전철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통된 경전철이자 최초로 파산한 경전철이다. 경전철 종점인 발곡역에서 잠시 시내로 올라와서 편의점에 들러서 쉰다.


의정부 시내에서 중랑천과 부용천으로 나뉘는 길이 있다. 의정부 경전철길과 두 번째로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오른쪽으로는 부용천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43번 국도로 축석고개를 넘어야 한다. 축석고개는 완만하지만 의정부의 큰 통로라서 차량 통행이 항상 많다. 차 많이 다니는 곳은 피하고 싶으니 우리는 그대로 중랑천을 따라간다.


길 주변의 건물들이 드물어지면 의정부시에서 양주시로 넘어가게 된다. 자전거길을 그대로 따라 가면 지하철 1호선 아래를 지나게 되는데 슬슬 천변 자전거길이 끝날 때가 된 것이다.


우회전 표시를 따라 가면 전철길 옆으로 자전거길이 계속 이어진다.


슬슬 날이 더워지니 시원한 나무 그늘을 따라가는 자전거길이 좋다. 바로 옆은 소요산역까지 이어지는 경원선 전철길이다. 이 길을 달리는 사이에 전철길 건너편의 중랑천은 점점 철길에서 멀어지다가 불곡산으로 들어간다.  


덕계역에서 자전거길은 끝나고 계단이 나타난다. 근처는 양주 신도시 건설로 온통 공사판이다.


계단을 내려오면 굴다리를 지나서 덕계천 자전거길로 갈 수 있지만 덕계천 방향은 경원선 전철길 따라서 소요산역이 있는 동두천으로 가는 길이라 우리가 갈 곳이 아니다.   


덕계역부터는 자전거길을 벗어나서 도로로 달린다. 덕계역 앞 길을 쭉 따라 달리다가 작은 사거리에서 양주 신도시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작은 개천을 작은 다리로 건너면 양주 신도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콘크리트 건물이 잔뜩 늘어선 도시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양주 신도시에서는 딱히 방향에 관계없이 북동쪽 출입구인 회암고개까지 가면 된다. 우리는 덕정동 아파트 단지들을 관통해서 큰길을 따라 동쪽으로 달린다.


회암사, 회암IC 등 회암이라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서 56번 도로로 가야 한다.  


앞에 보이는 산은 천보산이다. 양주에 있는 이 천보산은 평탄하고 규칙적인 산맥이 양주 동쪽에서 남쪽으로 코끼리코 같이 늘어져 있다.


양주에서 포천으로 넘어가려면 이 천보산을 넘어야 한다. 옥정동을 지나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오늘 최대의 오르막이라 할 수 있는 회암고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풍경이 좀 더 좋았던 것 같은데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삭막하게 변했다. 땡볕에 오르막을 올라가려니 높지도 않은 오르막인데 힘이 든다.


회암고개 정상에 도착하면 정상 표지판이 크게 있다. 여기 정상부터는 이제 포천이다.


지금까지 따라왔던 56번 도로를 그대로 따라 포천천까지 가면 된다. 내리막길 중간에 나오는 동교 사거리에서 길을 잘못 들면 송우리로 가게 되지만 어차피 포천천과 만나니 조금 돌아가게 되는 것뿐이다.


포천천과 만나게 되면 길을 건너 포천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한 길로 포천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차도와 합쳐져도 그냥 그대로 가면 된다. 차도에는 농기계 전용로가 있지만 농기계가 이용하지 않고 텅 비어있으니 이 전용 도로를 잠시 이용하자.


슬슬 철원 방향 이정표가 보인다. 이 근처에서 가장 큰 도로는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이고 그다음으로 큰 도로는 43번 국도다. 43번 국도는 화성에서 시작해서 철원을 지나 김화까지 연결된 도로인데 수원, 용인, 광주, 하남을 지나 천호대교로 한강을 건너 남양주와 의정부의 주도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매우 친숙한 도로이면서 항상 차들로 복잡한 도로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싫은 도로이기도 하다. 이 43번 국도를 결국엔 따라가야 하는데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라 최대한 피하고 싶다. 신북면 입구까지는 포천천을 따라갈 수 있다.


슬슬 더워지니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잠시 쉬어가야 할 때다. 포천천길을 벗어나서 쉴만한 곳을 찾는다. 편의점이라도 나와주었으면 했는데 하나로마트가 나타났다.  근처에 관광안내소 공중화장실도 있어서 쉬어가기 아주 좋은 곳이다. 음료수를 사서 마트 옆 계단에 쪼그려 앉아서 먹는다. 나는 요즘 칼로리 보충을 위해 초코우유나 커피우유를 주로 마시고 지니님은 이온음료를 주로 마신다.


충분히 쉬어줬으니 다시 달려야 한다. 여기 하나로마트에서 다시 자전거길로 가려면 좀 애매하다. 고민하다가 43번 국도를 질주하기로 한다.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자마자 차들이 신호로 멈춰서 있는 틈에 열심히 달려서 포천 시내에 입성한다.


포천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혼잡한 43번 국도를 벗어나서 포천천 옆 도로를 달리다가 자전거길로 내려간다.


포천천 자전거길은 노면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자전거길은 시내를 벗어나면 조금 더 가서 끝난다. 자전거길 끝에서 신북대교로 올라와서 건너면 다시 43번 도로와 만난다.


43번 도로를 달리기 싫어서 최대한 피했는데 여기부터는 어쩔 수 없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면 열기를 내뿜는 자동차들과 함께 도로를 달린다. 철원까지는 원래 교통량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오늘은 특히나 차가 많다. 아마 이번 시즌 국내 자전거 여행에서 차들과 함께 달리는 혼잡한 공도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여행이 될 것이다.


강원도에서 자전거를 타다 보면 어디서든 은근히 자주 만나는 것이 3.8선이다. 이 3.8선의 북쪽은 한국 전쟁 당시에 우리 군인들이 귀중한 피를 흘려 얻은 영토이다.


신장 삼거리에서 잠시 신호 대기한다. 왼쪽 길은 전곡에서부터 오는 길인데 전곡에서 철원 코스를 타는 경우엔 중간의 다른 샛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한탄강의 지류인 영평천 옆으로 달린다.


날이 더운데 차들에게 시달리니 체력이 쭉쭉 떨어진다. 철원까지 15km도 안 남았지만 힘드니 편의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목적지인 신철원까지 10km 남았다. 곧 영북면의 면소재지인 운천에 도착한다.


운천 입구에서 43번 도로는 동네를 크게 돌아간다. 우리는 그대로 동네를 관통하기로 한다. 운천은 가끔 지나가는 곳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요상한 시외버스 정류장과 오래되어 폐가 같아 보이는 낡은 터미널 건물이다.


운천 입구에는 문암 삼거리가 있다. 산정호수를 가려면 여기서 우회전해야 한다. 원래 계획은 왕숙천을 거슬러 올라 철원으로 가려했는데  왕숙천 방향은 낭유고개로 산정호수를 넘어야 하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회암고개를 넘기로 했다. 낭유고개도 그리 높지 않으니 차량을 좀 더 피할 수 있는 왕숙천 코스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운천은 은근히 자주 오던 곳이다. 비둘기낭, 고석정, 한탄강, 노동당사를 보는 철원 코스의 출발지로도 왔고, 산정호수를 지나 청평까지 가는 코스의 출발지도 여기 운천이다.


운천의 출구에서 다시 43번 국도로 올라간다. 자전거를 타다가 43번 도로와 만나면 항상 힘이 든다.


43번 도로를 열심히 달린다. 사진에서 차들이 안 보이는 것은 차들이 안 다녀서가 아니라, 신호에 걸려서 뒤쪽에 어마어마한 차들이 신호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천은 경기도이고 철원은 강원도다. 금강산 76km, 김화 16km라고 쓰인 석비가 나오면 포천과 철원의 경계를 넘게 된다. 여기서 금강산까지 76km라니 꽤 가깝게 느껴진다.


43번 국도는 철원도 빙 둘러간다. 철원은 원래 한반도의 정중앙이라 교통의 요지였던 곳이지만 전쟁과 분단으로 크게 쇠락하여 지금은 군인들만 잔뜩 보이는 작은 동네가 되었다.


연봉제 삼거리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아파트가 들어선 철원 읍내가 잘 보인다. 철원을 자전거 타고 다니면 알게 되는 사실 중에 하나는 강원도 치고는 언덕이 적다는 것이다. 백마고지도 얼핏 보면 산꼭대기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완만한 곳이다. '신'철원인 갈말읍과 기존의 철원 읍내였던 동송읍 근처에는 쌀이 많이 나는 철원 평야로 철원 오대쌀이 유명하다.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이 철원 평야 곡창지대를 차지하기 위해서 한국전쟁 당시에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사실 이번에 철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온 이유는 지니님이 좋아하는 오징어 불고기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온 것인데... 하필 오늘 식당이 문을 닫았다.


근처에 철원의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어서 막국수라도 한 그릇 먹는다. 시원하고 먹을만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막국수는 아니다.


점심도 먹었으니 이제 시외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겠다. 동네가 작으니 식당도 터미널도 다 코앞이다. 동네에 사람 사는데 필요한 가게들이 모두 딱 하나씩은 있다고 한다.


터미널에서 습관대로 동서울 터미널행 버스를 예매하려 했는데 지니님이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확인해보니 우리 집 근처인 잠실을 경유해서 성남 가는 버스가 원래 타려던 동서울행 버스 시간의 10분 후에 있는 데다가 요금도 더 싸다. 잠실 가는 표를 끊고 기다린다.


수하물 사무소에 제비가 드나들어서 가보니 암컷이 열심히 알을 품고 있다. 요즘 서울에서는 제비 보기가 쉽지 않다. 제비 한 마리가 먹어치우는 모기의 량이 엄청나다고 하니 서울에도 제비가 많았으면 싶다. 예정대로 3시 30분에 잠실 경유 성남 가는 시외버스가 들어온다.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편하게 돌아온다.



철원은 산속의 분지 지형이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것으로 유명하다. 철원의 연교차는 65도로 여름이든 겨울이든 자전거를 타러 오기에는 그리 알맞지 않은 곳이다. 우리도 더 더워지기 전에 다녀오려 했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훨씬 더운 날이었다.


사실 이번 코스는 초보자들에게는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100km라는 거리에 비해서 중랑천이라는 지루한 자전거 도로 구간과 43번 국도라는 차들이 많은 큰 도로를 위주로 달리는 코스인데 지루한 데에 비해서 경치가 썩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코스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서울 한복판에서 출발해서 북쪽으로 100km를 달리면 이렇게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족하다. 철원을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는 철원을 한 바퀴 도는 아래 코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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