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관령과 진고개를 다녀오기로 했다. 지난번에 59번 국도로 법수치 쪽으로 가려다 험한 길에 포기하고 양양을 한 바퀴 돌았는데 이번에는 그 바로 아래 부분을 달린다. 전체 80km 정도의 코스다.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동해로 가니 북강릉IC를 통해서 강릉 연곡면에 도착한다. 연곡면의 깔끔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데 근처에 주차공간이 보인다. 보통 면사무소에 주차하는데 오늘은 여기서 출발하기로 한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출발한다. 처음에는 연곡면 읍내를 지나 동해안 자전거길을 따라가야 한다.
길을 단축해서 가려하니 큰 국도를 두 번 넘어가야 한다. 먼저 근처 6번 국도 아래로 굴다리를 지나고...
6번 국도 굴다리를 지나 연곡천을 건너면 다시 7번 국도를 굴다리로 건넌다.
7번 국도를 건너 해변으로 가면 이제 잠시 동안 동해안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면 된다.
동해안 자전거길이라고 해도 동해바다를 많이 볼 수 있지는 않다. 그래도 동해안 자전거길이라 그런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다.
동해안길 구간은 겨우 3km 남짓 달리다가 빠진다. 사천진항 근처에서 사천천과 만나면 사천천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우회전을 하니 넓은 밭이 펼쳐진다. 밭이 푸릇하긴 한데... 도로 쪽으로 물을 뿌려대는 급수기 덕분에 물벼락도 맞는다.
여기 마을들은 강릉한과로 유명한가 보다. 마을에 편의점이나 슈퍼 같은 것들은 하나도 없으면서 한과 가게들만 잔뜩 있다. 일단 해살이 마을을 지나서 도로 끝까지 계속 직진만 하면 된다.
오늘은 동해안도 덥고 햇살이 따갑다. 슬슬 목이 마른데 편의점 하나 안 보인다. 달리다 보니 자전거 쉴터라는 간판을 발견한다.
잠시 멈춰서 커피라도 한 잔 하러 들어가 보니 무인 카페다. 천 원을 요금함에 넣고 커피를 가져다 먹는 시스템이다. 얼음이나 물은 편하게 마시라고 하니 자전거 타다 쉬기에 좋은 곳이다.
커피와 물을 가지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편하게 쉰다. 처음에는 우리 밖에 없었는데 다른 자전거객들도 여기서 멈춘다. 근처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자전거 휴게소인가 보다.
입구 귀퉁이에는 토끼와 강아지가 산다. 푹푹 찌는 날씨에 털옷을 입고 있으니 다들 더워 보인다.
강아지 녀석 성격이 참 좋다. 지니님 맘에 쏙 들었나 보다. 오늘은 하필 강아지 간식을 안 가져왔다. 먹다 남은 얼음이라도 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강아지와 한참 놀다가 다시 출발한다. 사기막 교차로에서 좌회전해서 영동고속도로 강릉휴게소 옆으로 이어지는 415번 지방도를 달린다.
대관령 삼양목장의 정상인 동해 전망대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 이곳이다. 멀리 산 꼭대기에 풍력발전기들이 나란히 서있다.
영동고속도로 강릉 휴게소가 정상인 작은 언덕을 올라가는데 그늘이 전혀 없으니 햇빛에 엄청 덥다. 아까 쉴터에서 쉬었는데도 벌써 지치는 느낌이다.
강릉 휴게소에 들어가서 쉴 수도 있는데 그냥 통과한다.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다가 중간에 샛길로 빠지기로 한다. 그냥 415번 도로로 쭉 내려가면 굴면동 삼거리에서 대관령 올라가는 456번 도로와 만날 수 있는데 중간에 샛길이 있어 가보기로 한다. 보광리 들어가는 이정표가 나오면 보광리로 들어가면 된다.
보광리로 들어가자마자 보광미니슈퍼라는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잠시 멈춰서 음료수를 마시는데 차게 식힌 음료수가 몸속 깊숙이 스며든다. 더운 날에는 쉬엄쉬엄 타야 한다.
보광리에서 계속 마을길을 따라가면 선자령에서 대공산성 경유로 보현사까지 내려오는 등산로와 이어진다. 우린 여기서 대관령 올라가는 456번 도로까지 샛길로 가로지른다.
비포장길이나 콘크리트 빨래판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길이 생각보다 깨끗하고 그리 험하지 않다. 호젓한 산속 작은 길을 느긋하게 올라간다.
이 작은 길은 대관령 올라가는 456번 도로와 만난다.
대관령 정상이 해발 830m 정도인데 220m 지점에서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하니한참 남았다.
그늘이 많지 않은 긴 오르막길을 한참 더워지는 시간에 올라가니 체력이 쭉쭉 떨어진다.
대관령 옛길 표지석을 지난다. 대관령 전체 구간에서 영동고속도로 고가도로 근처를 지나면 절반쯤 온 것이고 대관령 옛길 표지석을 지나면 이제 2 km 정도 남은 것이다.
조금 더 올라가면 신사임당 사친시비가 있다. 신사임당이 친정인 강릉에서 서울로 갈 때 대관령을 넘으면서 지은 시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신탑이 보이면 대관령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대관령은 우리나라 전체는 물론 근처 강원도에서도 그리 높은 고개는 아니지만 인지도만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고개라 할 수 있다.
대관령 정상 표지석을 지난다. 인증샷 같은 건 처음 와보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다. 얼른 휴게소에 가서 음료수나 먹으면서 쉬어야겠다.
대관령 휴게소에 들어가서 화장실도 가고 매점에서 음료수도 사 먹는다. 날이 더우니 벌써 3번째 휴식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기 대관령 횡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라 오늘 같이 더운 날씨에도 다른 곳보다 시원하다.
오늘 최대 오르막인 대관령을 넘었다. 충분히 쉬었으니 다음 언덕을 넘으러 간다. 대관령 휴게소 출구에서 456번 지방도를 따라 바로 횡계를 빠져나가는 길과 횡계 읍내로 가게 되는 작은 길로 갈라진다. 아무래도 교통량이 적은 쪽이 달리기 편하니 횡계 방향으로 간다.
쭉 내려가는데 반대 방향에서 올라가는 자전거인들이 여럿 보인다.
횡계 읍내를 경유하게 되었지만 그대로 관통해서 지나간다. 점심은 좀 있다가 먹기로 했고 대관령 휴게소에서 쉬었니 횡계에서 할 일은 없다.
진고개로 가야 하니 계속 456번 도로로 진부 입구까지 간다.
은근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싸리재를 넘는다. 오늘 전체적으로 해발고도가 큰 언덕을 3번 넘게 되는데 대관령을 올라가는 것이 힘들고, 실제로 그리 높이 안 올라가는 싸리재는 경사도도 약해 넘기 어렵지 않다.
싸리재를 넘으면 한 동안 약한 내리막이다.
약한 내리막을 쭉쭉 내려가다가 뭔가 이것저것 있는 마을이 나타나면 유천리다.
여기 유천리의 월정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진고개로가 시작된다. 진고개로 가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는 뜻이니 여기서 잠시 멈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더운 여름에 강원도에서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점심은 막국수다. 여기에도 꽤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이 있어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위치 상으로도 점심 먹기 가장 좋은 곳이다. 수육 작은 것 하나와 막국수 2개를 시켜 든든히 먹는다. 막국수가 지역마다 집집마다 맛이 다 다른데 여기 막국수는 꽤 맛있다.
가장 바쁜 점심시간이 끝날 때라 식당 사람들도 지칠 시간인데 직원들이 친절하고 일가족이 함께 운영하는지 식당 주방에서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식당 분위기가 좋으니 맛도 더 좋은 듯하다.
이제 월정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진고개 방향으로 가야 한다.
6번 국도인 진고개로에 들어서니 길도 좁은데 차량 통행은 은근히 많다. 달리다 보면 나오는 큰 호텔의 체크인 시간이라 그런지 그 많은 차들이 호텔로 들어가면서 교통량이 뚝 떨어진다.
호텔을 지나자마자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단 근처 민가의 처마 밑으로 피신했는데 소나기가 거세지니 옆의 지붕 있는 주차장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집주인 아저씨가 비를 피하고 있는 우리를 보고 잠시 머물다 가는 걸 허락해주신다.
한 30분을 기다렸을까... 땅은 아직 젖어있지만 비는 그친다. 다시 출발이다.
월정사 입구인 병안삼거리에서 진고개 방향으로 우회전하고 나서야 길이 한적해진다.
이제 본격적인 진고개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여기 병안 삼거리가 해발 600m, 진고개 정상이 해발 960m니 진부에서 올라가는 진고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반대 방향인 강릉에서 올라가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힘든 오르막길이 된다.
비가 온 덕분에 덥지 않다. 지열을 흡수한 소나기가 물안개가 되어 피어오르니 오후인데도 아침 같은 분위기가 난다.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길이지만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올라간다. 해발 700m, 800m, 900m 표지판을 지나간다.
진부에서 올라갈 때는 S자 커브길이 정상 전에 한 군데 있다.
진고개 정상에는 진고개정상휴게소가 있다.
드디어 진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960m, 우리나라의 차가 다니는 큰 고개 중에 10번째로 높은 고개다. 이보다 높은 9개의 고개들은 모두 해발 1,000m가 넘는다.
휴게소에서 또 음료수를 사 먹으면서 충분히 쉰다. 높은 고개 정상이라 날씨가 비올 것 같이 어둑어둑하다. 이제 연곡까지 남은 25km는 거의 완전한 내리막이니 슬슬 출발한다.
진고개를 한참 내려간다. 일반 림브레이크의 로드바이크로는 중간에 쉬어야 할 만큼 내리막이 길다. 반대편에서 올라가는 자전거들을 여럿 만나는데 시간이 꽤 늦었으니 그 사람들은 해 저물 때쯤에나 진부에 도착할 것이다.
브레이크를 하도 잡았더니 손이 아파서 중간에 한 번 쉬었다가 내려간다.이 진고개로는 6번 국도와 59번 도로가 합쳐지는 구간인데 중간에 작은 길이 59번 도로로 나뉜다. 59번 국도는 2 자릿수 국도 중에 가장 험한 구간이라는 부연동로로 갈라지는데 이정표를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작은 길이다. 우리는 6번 국도로 연곡까지 가야 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계곡에 멋들어진 소나무가 보이면 소금강 계곡이다. 여기까지 내려오면 내리막길은 거의 끝난다. 캠핑하러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긴 내리막을 거의 다 내려왔더니 날씨도 좋아진다.
곧 연곡이다. 25km의 내리막은 생각보다 길다.진고개에서 연곡 해변까지로 따지면 30km가 넘는 내리막이다.
송림교차로에서 연곡 읍내로 들어가면 오늘의 자전거 타기도 끝난다.
지니님이 아까 만난 강아지와 더 놀고 싶다고 하니 커피도 마실 겸해서 자전거를 차에 싣고 아까 자전거 쉴터로 간다. 차로 가니 금방이다. 차에 있는 강아지 간식을 꺼내 줬더니 이 녀석도 시골 개라 첨 먹어보는 애견 간식에 꼬리가 선풍기처럼 돌아간다.
이렇게 85km의 북강릉 자전거 한 바퀴 타기가 끝났다. 대관령을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올라갔으면 훨씬 시원하고 편하게 올라갔을 텐데 한낮의 열기로 고생했다. 반대 방향으로 진고개를 먼저 올라갔으면 훨씬 더 고생했을 것이다.
강릉을 당일치기로 왕복하는 건 조금 부담되긴 하는 거리다. 오늘도 더위에 고생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멀리 가지 않고 집 주변에서 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