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날이 그리 덥지는 않지만 오늘도 시원한 자전거길을 찾아간다. 오늘은 홍천 서면에서 출발해서 홍천강 근처로 홍천 서쪽을 한 바퀴 도는 코스다. 코스의 중심부에 홍천 비발디파크가 있는데 스키장, 골프장, 워터파크 등등 다양한 시설이 있고 서울에서 가까운 편이라 주말에는 사람이 많이 몰린다. 차량이 많이 몰린다는 것은 편하게 자전거 타기에는 그리 좋지 않은 곳이란 뜻이다. 그래서, 비발디파크를 중심으로 적당히 떨어져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홍천 서면사무소에 주차하고 출발한다. 서면사무소는 오른쪽 면으로 화장실 갈 수 있는 출입구가 있어서 화장실 이용이 편한 곳이다.
날이 흐릿하다. 오늘은 뜨거운 햇빛에 시달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오전에는 일단 시원하게 홍천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70번 도로를 따라 춘천 방향으로 달린다.
서면 읍내를 벗어나자마자 홍천강과 만난다. 여기서 70번 도로를 그대로 따라 가도 팔봉산 관광지로 갈 수 있지만 반곡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홍천강을 따라가는 한적한 길을 탈 수 있다.
홍천도 옥수수를 많이 파는데 벌써 많이 여물었다. 이미 시중에 햇옥수수를 파는 가게들도 있는데 옥수수가 아직 작아서 좀 더 기다려서 먹어야겠다.
반곡교에서 조금만 가면 팔봉산 유원지다. 팔봉산 8봉이 나타난다.
70번 도로와 다시 만나자마자 팔봉산 유원지로 들어가야 한다.
팔봉산의 여덟 봉우리가 눈 앞에 펼쳐진다. 높이 300여 미터의 작은 산이지만 8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있으니 봐줄 만하다.
팔봉산 관광지에서 잠시 쉬어간다. 화장실 옆 상가 건물 근처에 새끼 고양이들이 우릴 쳐다본다. 가까이 가면 바로 도망갈 것 같으니 멀리서 구경만 한다.
팔봉산 관광지에서도 계속 홍천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팔봉교를 건너서 계속 달린다. 놀러 온 차들로 교통량이 조금 있다.
도로를 따라가지 말고 펜션들이 잔뜩 모인 쪽으로 계속 홍천강을 따라가도 길은 이어진다.
다만 그 길의 끝은 조금 경사가 있는 포장된 산길로 이어지니 당황하지 말고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산길을 넘어가면 여기서 도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안 된다. 강 쪽으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강 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갈 때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길인데 하류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놓치기 쉬운 골목이다. 길을 지나치더라도 그냥 달리다가 우회전해서 돌아가면 되긴 한다.
여기 이 다리도 팔봉교라고 한다.
예전에는 낮은 다리가 있었는데 새 다리를 만들면서 없애버렸다. 새 다리로 올라가서 강을 건너야 한다.
강을 건넜으면 다시 홍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중간에 구룡밭교라는 다리가 하나 있는데 건너지 않고 강을 따라 올라간다. 구룡밭교를 건너면 고개 하나 넘어서 아까 새 팔봉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계속 강을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하는 다리, 위안터교를 건너게 된다.
위안터교를 건너면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서 고주일교로 다시 홍천강을 건넌다.
고주일교 아래는 남노일 유원지인데 여기서 언덕을 다시 넘으면 남노일교가 나타난다. 평지길로 가다가 갑자기 오르막이 심해지는 곳이라 홍천강을 따라갈 때 당황하는 곳이다.
남노일교 직전의 급경사 오르막에서 로드 동호회를 마주친다. 20여 명은 되어 보이는 많은 인원이 자전거를 타고 낑낑거리며 좁은 길을 막고 올라가니 뒤에 가던 차들이 당황한다. 중앙선 너머에는 우리가 내려가고 있으니 추월도 못하고...
남노일교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가만히 있다가 다리를 건너는 지니님을 보고 쫓아간다. 강아지는 공격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좋아서 같이 놀자고 쫓아가는 것 같은데 개에게 몇 번 쫓겨본 경험이 있는 지니님은 놀래서 쏜살같이 달아난다.
홍천강을 벗어나 홍천강의 지류인 양덕원천을 따라간다. 강에는 다슬기 잡이가 한창이다.
요즘 강원도 여기저기에 도로를 파헤쳐서 공사하는 곳이 많은데 여기도 공사 중이다.
길 건너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더니 공사 구간이 이쪽으로 넘어온다...
임시포장이라고 해놨는데 진동이 심하다.
슬슬 목이 마를 타이밍인데 매점 하나 없는 한적한 시골길이다. 조금만 더 가면 홍천 남면소재지인 양덕원이다.
시골은 어디든 비슷하다. 면사무소 근처에 가야 식당이나 가게가 있다. 하나로마트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하나로마트 근처에는 시장이 있다. 일단 하나로마트에서 음료수를 사서 쉼터에 앉아 먹는다.
작은 시장이 열리는 곳인 듯한데 오늘은 장날이 아니다. 도너츠 트럭만 하나 있다. 트럭을 보면서 음료수를 먹고 있으니 도너츠도 먹고 싶어 졌다. 1000원에 2개만 사 와서 하나씩 맛만 본다.
충분히 쉬었다가 다시 출발한다. 여기 남면은 용문과 홍천읍 사이의 44번 국도 구간인데 어지간해서는 동네 안까지 들어올 일이 없는 곳이다.
일단 여기서 비발디파크 방향으로 백양치로 간다.
지니님은 힘이 남아도는지 터널로 가지 않고 옛길로 백양치를 넘자고 하는데 그냥 터널로 간다. 교통량도 적은 터널인데 괜히 사서 고생은 싫다.
백양치 터널을 지나서 내려가면 굴업교차로에서 오른쪽은 비발디 방향, 왼쪽은 단월명성터널이다. 단월명성터널 쪽으로 간다.
단월명성터널 쪽은 서울에서 비발디파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길이라 항상 차들이 다닌다.
차량 통행이 신경 쓰일 정도지만 갓길이 넓은 편이라 그나마 어렵지 않게 달릴 수 있다.
차를 주차해둔 서면 사무소로 가려면 덕수교차로에서 우회전해서 산음리 쪽으로 비솔고개를 넘어야 한다. 사실 아까 백양치 터널을 지나 굴업교차로에서 대곡치를 넘으면 바로 서면사무소인데 일부러 조금 돌아가는 것이다.
향소리를 지난다. 양평 MTB 코스의 날머리 중에 하나라서 예전에 종종 다녀갔던 곳이다.
비솔고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비솔고개는 해발 380m 정도로 오늘 코스에서 가장 높은 오르막이다. 백양치를 옛길로 갔다면 해발 420m로 더 높았을 테지만 백양치는 터널로 지나갔다.
비솔고개 정상이다. 여기도 양평 MTB 코스의 입구가 있어서 MTB들이 종종 보이는 곳이다.
이제 힘든 구간은 거의 끝났다. 산음리 쪽으로 비솔고개 내리막을 쭉쭉 내려간다. 향소리, 비솔고개, 산음리, 소리산. 이 동네는 왠지 마을 이름이나 행정 지명이 이쁜 것 같다.
산음리라는 이름은 높디높은 용문산(해발 1,157m)의 북쪽에 있어 산그늘이 지는 동네라 산음리라 하는데 깊은 산속 계곡에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로 나무터널이 만들어져서 여름에도 꽤나 시원한 곳이다. 오후 시간에 혹시라도 더울까 봐 고개를 넘으면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여기를 오늘 달리기로 한 것이다.
산음리에는 장승들이 잔뜩 모인 곳이 있다.
나무터널을 달리는데 계곡 바람까지 불어오니 시원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산음리를 지나면 석간 약수터가 있는 석간리가 나온다. 식수가 부족하다면 혹은 약수를 한 모금하고 싶다면 잠시 멈춰서 쉬어가도 좋다.
울창한 나무터널 사이로 절벽 병풍이 보이면 이제 소리산 소금강이다.
여기서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모곡 쪽으로 가서 홍천강을 만나 서면으로 갈 것이다. 홍천 방향은... 비발디파크 방향이다.
뾰족한 산이 보인다. 모곡에 있는 노고산이다. 모곡에 거의 다 온 것이다.
모곡 하나로마트는 일요일에 쉰다. 근처에 모곡 마트가 있으니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얼마 전에 다녀갔던 한덕리 홍천강변에는 야영객들이 바글바글하다. 홍천강 기준으로는 하류 쪽이라 물이 많긴 한데 상류 쪽도 그리 깨끗하진 않으니 여기서 물놀이하긴 싫다.
개야리에서 약한 오르막으로 생태터널을 지나면 굽이굽이 흐르는 홍천강을 거의 가로지르다시피 달리게 된다.
두미교를 지나면 드디어 서면으로 돌아오게 된다.
서면사무소에 도착했다. 오늘도 혹시나 더울까봐 시원하게 달릴 수 있도록 코스를 구성했는데 날이 흐리고 덥지 않아서 오히려 추울 정도였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지만 그래도 고속도로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라 서울로 돌아올 때 교통 정체는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오늘 시원하게 고생 안 하고 잘 달린 것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