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7월도 거의 다 지났다. 원래는 뜨거운 햇빛에 익을까봐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는데 7월치고는 시원한 날씨라 그늘 없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러 가도 좋을 것 같다. 7월 말부터 8월 초에 볼만한 것은 연꽃이다. 작년에는 9월 1일에 다녀오느라 연꽃이 많이 져서 즐기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딱 시기에 맞춰서 간다.
내가 사는 송파에서 시흥 관곡지에 갔다가 가장 가까운 전철역인 고잔역까지 50km 남짓한 짧은 길을 달린다. 평년에는 한창 더울 때 달려야 하니 길지 않은 거리가 적당하고 이번에는 긴 장마로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서 집에 돌아가기 편하게 달려야 하니 무리하지 않도록 거리를 조절했다.
오늘은 서울 송파에서 출발한다. 삼전역 근처에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탄천 자전거길로 간다.
날씨가 화창하다. 공기가 투명하니 멀리까지 잘 보인다. 요즘엔 미세먼지가 국내 요인이라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탄천 자전거길로 달리다가 양재천 합수부에서 양재천 자전거길로 들어가야 한다.
양재천 자전거길은 길이 좁다 보니 항상 조심해야 할 곳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행자 교육이나 자전거 이용 교육이 거의 안 되어있어 위험한 순간이 자주 일어난다.
사람 많은 동네인 서초구를 벗어나면 길이 한적해진다.
관악산 연주대가 선명하게 보인다. 오늘 날씨 최고다.
양재천 자전거길을 계속 따라가면 굴다리 두 개와 다리를 몇 개 지난다.
KT 건물이 보일 때까지 도로로 올라가지 않고 계속 달리면 양재천 자전거도로 끝인 과천 중앙공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중앙공원 광장에 화장실도 있고 입구에 편의점도 있으니 쉬고 싶다면 쉬어가도 좋은 곳이다.
중앙공원 입구 오른쪽에 횡단보도로 건너서 안양 쪽으로 달려야 한다. 버스가 많이 다니는 길이지만 조심해서 도로로 달린다.
도로가 복잡하고 차들이 많다면 보행자 겸용 자전거길로 달려도 된다. 다만,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과천 시내를 벗어나면 오래된 자전거도로가 있다.
인덕원역 사거리는 꽤 혼잡한 곳이기 때문에 샛길로 피해 다닌다. 자전거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바로 샛길로 들어갈 수 있다. 샛길 입구에서 1시 방향으로 꺾어 들어가면 동편마을 쪽으로 갈 수 있다.
동편마을 사거리에서 편의점 쪽 골목으로 직진하면 학의천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다. 이 구간은 하트코스를 달릴 때도 오게 되는 길이고 서울 강남 송파권에서 안양, 수원, 화성, 안산 쪽을 갈 때도 가장 적당한 길이니 종종 이용하게 되는 길이다.
작은 로터리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학의천 자전거길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학의천 자전거길은 하오고개, 청계사, 백운호수 쪽으로 연결돼서 그런지 좁은 자전거길에 연배가 좀 있는 MTB 모임들이 줄지어서 지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는 하류 방향인 안양천 합수부로 내려간다.
학의천을 따라 내려가면 안양천과 만나는 합수부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안양천을 따라 내려간다.
안양천을 달리다 보면 전철길을 지나게 되는 곳이 있다. 여기서 안양 석수동에서 슬슬 도로로 올라갈 준비를 해야 한다. 충훈2교에서 도로로 올라가야 한다.
골프연습장이 보이면 안양천을 벗어날 때가 온 것이다.
충훈2교를 지나자마자 올라가는 길이 있다. 마침 작은 노천 매점이 있으니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어간다. 요즘 여기는 스케이트보드가 유행인가 보다. 아이들이 잔뜩 모여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눈 앞에 보이는 충훈2교를 건너서 노루페인트 공장 옆길을 따라 397번 도로를 달려야 한다.
397번 도로는 은근히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다. 차들로 혼잡해도 조금만 참자.
397번 도로를 따라 그냥 달리면 칠리저수지 옆으로 계속 도로로 가서 도창초교 앞 샛길을 통해 자전거길로 들어가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관곡지로 갈 때는 조금 돌더라도 목감교차로에서 우회전해서 목감동을 지나 물왕저수지 옆으로 간다.
목감동이 보인다. 예전에는 엄청 시골 동네 같았는데 여기도 아파트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섰다.
목감동을 가로질러도 되지만 이 길은 항상 포장 상태가 안 좋고 울퉁불퉁한 곳이 많다. 이번에는 좌회전해서 큰길로 가기로 한다.
길 찾기가 어려우면 이정표에서 시흥시청 방향으로 따라가면 된다.
원래 엄청 한적한 물왕저수지 옆길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차들이 많이 다닌다. 자전거도로가 있긴 하니 차들이 많으면 그냥 이쪽으로 피하자.
왼쪽으로 물왕저수지가 보이는 깨끗한 길을 달린다.
관곡지까지 2.9 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우리는 조금 돌아서 갈 거다.
물왕저수지가 끝나면 물왕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서 한 블럭 더 가면 오른쪽으로 포장 상태가 나쁜 길이 하나 있는데 이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작은 다리 직전에 시흥 그린웨이 자전거길 입구가 있다.
시흥 그린웨이 자전거길에 들어서자마자 연잎이 보인다.
넓은 벌판을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길이다.
2km 남짓 달리다 보면 연꽃테마공원 건물이 보인다.
연꽃 테마파크에서 좀 멀찍이 두 블록쯤 떨어진 농로 근처에도 연꽃이 많으니 여기서부터 자전거를 끌고 다니면서 구경하기로 한다. 연꽃 테마파크도 성수기라 사람이 많고 돌아갈 때도 전철을 탈 생각이니 마스크를 챙겨 왔다.
딱 연꽃이 싱싱하게 잔뜩 피어있다. 아직 펴지 않은 꽃봉오리도 많으니 딱 맞춰서 온 것 같다.
연꽃 농장을 빙 돌아서 연꽃 테마파크 쪽으로 간다.
연꽃 테마파크는 연꽃도 많지만 수련이나 다른 물풀도 많이 피어 있는 곳이다. 수생 식물들은 7-8월이 개화기인 식물이 많아 어디를 봐도 꽃이 잔뜩이다.
주변에는 연꽃들이 잔뜩 피어 있고 안쪽 연못에는 각종 수련들이 피어있는 구조라 큰 꽃과 연잎에 둘러싸여 작은 수련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람들도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오늘은 왠지 커다란 대포 카메라를 들고 나온 찍사들이 몇 안 보인다.
영월에서 대충 보고 지나온 섶다리도 전시되어 있다. 다리를 건널 수는 없고 그냥 전시용인 것 같다.
연꽃 테마파크 근처 언덕 위를 잘 보면 기와집이 있다. 여기가 관곡지다. 여기 관곡지는 약간 언덕 위라 연농장이 한눈에 보인다.
입구로 가보니 사유지라고 잠겨있다. 관곡지는 이 건물 안의 작은 연못인데 조선 전기에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에서 가져온 연씨를 여기에 심어 퍼트린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꽃 테마파크에서 볼 수 있는 연꽃 중에 흰 연꽃이 그때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연꽃을 실컷 보았으니 슬슬 점심 먹고 집에 가야겠다. 시흥 등기소에서 안산 쪽으로 길을 쭉 따라가다가 시흥능곡역에서 동네로 들어가 언덕 하나 넘어서 쭉 내려가면 된다.
화정영어마을이 있는 화정동을 지난다. 화정을 우리말로 하면 꽃우물, 그래서 꽃우물이라 이름 붙은 가게나 지명이 많다. 도로를 쭉 내려가면 화정천과 만난다.
이제 화정천 자전거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화정천에는 버려진 거북이들이 많이 보인다.
전철길을 만나면 그곳이 고잔역이다. 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가기로 한다. 하늘이 맑아지는 듯하지만 오후에 비 예보가 있다.
역 근처에 지니님이 좋아하는 전복과 갈비찜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전복갈비찜을 파는 곳이 있다. 실컷 먹고 나왔더니 역시나 빗방울이 떨어진다. 전철에 자전거를 실어 돌아온다.
덥지 않은 날씨에 여유롭게 자전거 도로 위주로 50km 정도만 자전거를 타고 이쁜 연꽃을 실컷 보고 맛있는 것도 먹었으니 지니님은 꽤나 만족스러운 코스라고 한다.
2년 전인 2018년에도 똑같이 달려서 관곡지를 지나 갯골공원과 옥구공원을 거쳐 오이도까지 갔었다. 조금 더 타고 싶거나 서해바다를 구경하고 싶다면 오이도까지 가도 좋다.
이렇듯 7-8월에는 연꽃을 보러 가는 것이 추천할만한 여름 자전거 여행이다. 서울에서는 여기 관곡지나 양평 세미원, 충청도에서는 금강 자전거길 근처로 부여 궁남지, 전라도에서는 영산강 자전거길 옆 회산 백련지가 연꽃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에 연꽃이 잔뜩 피는 곳이 있으니 한 번쯤 가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