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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l 19. 2021

산악자전거 타기 - 추곡령과 부귀리 임도

춘천의 산악자전거길

2021년 6월 12일


오늘은 춘천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요즘 로드 자전거를 잘 안 타고 산악자전거를 주로 타고 있는데 날이 더워지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춘천 북쪽의 한적한 임도길을 타보기로 한다.

춘천에서 양구로 가는 길에는 추곡터널이 있다. 추곡터널은 예전에는 자전거가 다닐 수 있었지만 좁은 터널에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는 구간이라 사고 위험이 높아서 2017년부터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었다. 이 추곡터널의 우회길이자 추곡터널이 생기기 전에 이용되었던 46번 국도 비포장 구간이 추곡령 길이다. 오늘은 춘천 배후령 너머에 있는 화천 간동면 오음리에서 출발해서 옛 46번 국도길로 추곡령 삼거리까지 올라간 후에 부귀리로 연결되는 부용산 임도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온다.


이 부용산 임도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보통 춘천역이나 춘천터미널에서 출발해서 배후령을 넘어서 오음리에서 진입하는데 우리는 자동차로 왔으니 비포장길 초입의 공터에 주차하고 출발하기로 한다. 출발지점 근처에 다람쥐가 나타나서 사진을 찍는 사이에 지니님 혼자 저 멀리 가버린다.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비포장이 시작되지만 현재에도 차량이 종종 이용하는 넓고 깨끗한 비포장길이다. 차량 통행이 있는 길이라는 걸 보여주려는지 올라가는 동안에도 작업 트럭과 승용차가 한 대 씩 지나간다.


길을 내면서 만들어진 것 같은 절벽에 토종벌통이 있다. 아까 출발할 때도 근처에 양봉용 벌통이 있었다. 이 근처는 공업지대가 전혀 없는 청정 지역이라 그런지 양봉을 하기에 좋은가보다.  


출발 지점에서 추곡령까지 3km를 올라가야 하지만 노면이 워낙 좋으니 달리기 좋다. 생각보다 햇빛이 강하긴 하지만 아직은 그리 더운 날씨는 아니다.


숲 그늘이 생기면 꽤 시원하다. 임도길이 넓고 간간히 시야가 뚫려 건너편의 용화산 줄기가 보인다.


오래된 덩굴숲을 지나 계속 올라가다 보면 첫 번째 정상인 추곡령이 나타난다.


추곡령 정상에는 무언가가 설치되어 있다. 그 뒤쪽으로 새 임도를 만드는 것 같은데 어디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여기서 왼쪽은 추곡터널 반대편인 추곡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부귀리로 가는 길이다. 추곡 터널의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면서 도로용 자전거들은 간척사거리에서 부귀리 쪽으로 배치고개-하우고개-부귀고개로 우회하라고 되어 있는데 험난한 길이라 춘천에서 소양강 양구옛길을 통해 양구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이용하기 힘들어졌다. 우리는 여기서 오른쪽의 부용산 임도를 타고 부귀리 방향으로 간다.


일단 갈림길 입구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추곡터널 바로 위의 정상이다. 아래로 간척리의 논밭이 보이고 뒤에는 용화산 줄기가 보인다.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한다. 다음은 부용산 임도의 하우고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아까의 옛 비포장 차도와는 달리 여기는 임도라서 차량 통행이 막혀 있다. 그래도 꾸준히 차량이 드나드는 임도라 길이 깨끗한 편이다. 잡초들의 생명력은 엄청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차량이 다니지 않는 임도는 금세 풀로 덮여버린다. 아저씨 두 명을 만나는데 무언가 작업하러 온 사람들 같다.


추곡령 정상부터 당분간은 큰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이 낙타등 같이 작게 오르내리는 코스가 반복된다.


이렇게 7km 정도 달리면 삼거리가 나온다. 부귀리 뒷산을 한 바퀴 도는 임도와 만나는 곳이다. 전체적으로 부귀리 임도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지만 오른쪽에 있는 산이 부용산이라 부용산 임도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숲 속을 달리다가 갑자기 뻥 뚫리는 것 같은 곳이 나온다. 벌목사업을 했는지 부용산 정상 아래쯤부터 여기까지 나무가 없는 구간이다.


벌목 구간이 끝나고 다시 숲 그늘이 드리워지는 구간을 달리다 보면 도로와 바리케이드가 나타난다. 일단 부귀리 임도의 절반은 끝났다.


아까 얘기했던 추곡터널 우회길 3고개의 하나인 하우고개 정상 바로 아래에 임도 출입구가 있다. MTB를 타고 도로 내리막을 내려가는 건 조금 아까운 일이라 생각하지만 오늘 코스는 어쩔 수 없다. 부귀리 쪽으로 쭉 내려간다.


부귀리에 도착했다. 부귀리는 구석진 산골짜기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봄이 되면 부귀고개 꼭대기에서 마을 입구까지 부귀리 벚꽃길이 펼쳐지기 때문에 의외로 유명한 마을이다. 워낙 변덕스러운 4월 강원도 날씨 때문에 활짝 핀 부귀리 벚꽃을 보는 게 생각보단 쉽지 않다.


마을 농장 입구에 볼링핀을 가져다 세워놨다. 이 근처도 전부 벚꽃길이다. 부귀리에는 식당이나 전혀 없고 하우고개 너머의 청평리 청평사 입구에만 식당과 매점이 조금 있다. 부귀고개를 슬슬 올라간다.


아까 부귀리 임도 삼거리에서 부용산 임도 쪽으로 먼저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햇빛이 강한 한낮에 벚나무길이 그늘이 되어주었다.  


부귀고개 정상에 부귀리 임도 입구가 있다. 다시 임도로 들어가서 아까의 부귀임도 삼거리에서 다시 추곡령 쪽으로 가야 한다. Y자 형태의 임도이니 코스의 중복이 어쩔 수 없다.


부귀고개 정상에서 잠시 쉰다. 6월이지만 햇볕이 엄청 강해졌다.


출발하자고 했더니 역시 사진 찍는 사이에 지니님 혼자 휙 가버렸다.


부귀리 임도도 길이 깔끔한 편이다. 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이 있긴 하지만 길을 헤맬 염려는 없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두 군데 있는데 당분간 내려갈 일이 없는 구간이기 때문에 길을 구별하기 쉽다. 여기로 내려가면 부귀리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5월은 새로 난 어린잎들로 신록이 펼쳐지고 6월은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여기 부귀리 임도는 삼림 조성을 새로 했는지 어린 나무들의 연두색 숲을 가득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드디어 추곡령 방향과 합쳐지는 부귀리 임도 삼거리에 도착했다. 아까도 지나간 곳이지만 여기서 오른쪽이 추곡령 방향이고 왼쪽이 부용산 임도 방향이다.


아까 왔던 길이지만 반대로 달리니 풍경이 생소해 보인다.


아까 전에는 보지 못했는데 바위 위에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있다. 주변 나무들이 작으니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추곡령에 도착하면 나머지는 순수하게 내리막이니 오늘 코스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운 날씨에 마지막으로 쉬었다가 출발한다.


3km 정도의 내리막인 데다가 길이 워낙 넓고 깨끗하니 금방 끝난다.


비포장 초입에 세워둔 우리 차가 보인다. 오늘도 신나게 잘 달렸다.


이번 코스는 화천의 오음리에서 출발해서 춘천 부귀리를 돌아오는 임도 코스다. 총 37km 정도로 길지 않은 데다가 급경사가 없고 노면이 깨끗해서 산악자전거 초보자도 다닐 수 있을 만큼 어렵지 않은 코스다. 화천과 춘천에 걸쳐 있고 소양호 물길로 춘천의 다른 큰 임도들과는 떨어져 있는 곳이라 다른 임도들 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곳이다. 이번 코스는 37km 정도로 짧은 편지만 추곡령에서 추곡리 방향으로 내려가면 바로 사명산 임도가 양구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전체 임도 코스는 상당히 길고 쉽지 않은 곳이다.


차량으로 올 경우 우리처럼 오음리나 임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출발하면 되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은 안 좋은 곳이다. 대중교통으로 올 경우에는 춘천역이나 춘천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해서 배후령을 넘어와야 하기 때문에 외지인들은 잘 찾아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번에 다녀온 강촌 첼린저 코스처럼 유명하지 않은 코스지만 그만큼 오지의 깨끗하고 조용한 임도를 달려보고 싶다면 한 번쯤은 와도 좋은 곳이다. 벚꽃 라이딩까지 겸하고 싶다면 부귀리 벚꽃이 만발하는 4월 중순쯤에 와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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