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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Jul 05. 2022

자전거 타고 강원도의 끝 승부역으로

태백에서 승부까지 낙동강 최상류 코스

2021년 10월 3일


어제 육송정에 차를 두고 울진에 다녀왔다. 그럼 오늘은 차를 찾으러 가야 하는데 그냥 가긴 심심하니 간 김에 승부역에 다녀오기로 한다. 승부역은 여행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곳이다. 우리나라의 오지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곳으로 경상북도 봉화군이지만 사실상 태백 생활권으로 강원 남부에서 남쪽으로 길이 끝나는 막다른 곳이다. 태백 터미널 기준으로 승역까지 편도 38km이니 왕복하면 75km 정도 될 테지만 우린 승부역에서 돌아올 때 육송정 삼거리까지 55km 정도만 달리면 된다. 덤으로 연화산을 넘어 철암과 구문소도 지나간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61

수정된 GPX는 연화산이 아닌 송이재를 넘어간다. 


태백 시내에서 출발한다.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을 지나 시내 중심 도로라 할 수 있는 황지로를 따라 쭉 내려간다. 길쭉하게 계곡을 따라 형성된 태백 시내를 자전거로 관통할 때는 큰길인 태백로보다 이 뒷길인 황지로를 이용할 일이 많다. 에서 남쪽으로 아주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황지로와 감천로가 만나는 곳은 신호는 없는데 교차로가 연속인 복잡한 곳이다.  여기서 기찻길을 따라 비스듬히 직진한다.


그래도 결국에는 태백의 큰 도로이자 31번 국도인 태백로를 잠깐 달려야 한다. 일요일 아침이라 차가 많지는 않은데 구불구불한 길을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곳이라 자전거로 다니기엔 영 안 좋은 길이다.


이 31번 국도로 장성까지 가는 건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좀 힘들긴 하지만 차 없는 길로 피할 수 있다. 태백 종합운동장 쪽으로 연화산을 넘어가면 된다.


자전거들은 남쪽으로 갈 때 여기 연화산을 많이 넘어간다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번에 처음 올라가 보는 것이다. 생각보다 길고 가파른 언덕길이다. 각보다 힘드니 다음부터는 옆 고개인 송이재로 다녀야겠다.


태백역을 출발한 기차는 연화산을 넘어야 동쪽으로 갈 수 있는데 동해로 가려면 태백산 아래로 고도를 낮춰야 하니 엄청나게 긴 기차 터널이 연화산 지하를 크게 한 바퀴 휘돌아서 태백산맥을 내려간다. 길 옆으로 보이는 기찻길은 태백역에서 터널을 지나 동백산역으로 가서 다시 연화산을 돌아서 태백산맥 아래에 있는 도계역으로 내려간다.


연화산에서 내려가 삼거리에서 철암, 태백 방향으로 가면 된다.


구문소까지 이어지는 이 동태백로는 태백로보다 차량 통행이 훨씬 적어 자전거가 다니기 좋다.


철암이라는 동네 이름은 철이 많이 함유된 붉은 바위가 있어 철암이라고 한다. 철암으로 가다 보면 그 바위를 볼 수 있다. 래 바위가 있는 곳이 철암인데 위쪽의 역과 탄광시설이 발달해서 마을의 중심이 바뀐 곳이다.


거뭇거뭇한 석탄들이 쌓여있는 언덕이 보이면 철암이다.


역 앞에는 탄광 역사촌이 있다. 옛 탄광촌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곳이다. 그냥 낡은 건물로 보이지만 뒤쪽은 하천가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까치발 건물들이다.


다시 출발한다. 조금만 가면 구문소가 나온다.


구문소에 도착했다. 태백 방향에서 오면 동점 터널로 지나쳐버리기 때문에 일부러 들러야 하는데 철암 쪽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태백산맥은 우리나라 동쪽 해안을 따라가다가 내륙으로 슬금슬금 꺾여 내려간다. 낙동강은 태백에서 발원하여 부산까지 흘러가야 하니 강물이 태백산맥과 한 번은 교차해야 한다. 낙동강 강물이 오랜 세월 동안 태백산맥에 부딪쳐 바위에 구멍을 내고 통과한 곳이 구문소다.


지니님하고는 오래전에 왔다 갔었는데 그때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번 사진을 남긴다.


낙동강을 따라서 달린다. 차들은 대부분 태백 교차로에서 태백 터널로 빠지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차량 통행이 많이 줄어든다.


차를 세워둔 육송정 삼거리를 지나서 좀 더 달리면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이 보인다.


아연 제련소가 있는 석포에 도착했다.


변하는 것 없어 보이던 석포에도 편의점이 생겨서 제련소 직원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렸다. 편의점에서 잠시 쉬다가 여행 친구이자 우리에게 프리다이빙을 가르쳐 준 동생이 근처에 살고 있어 연락했더니 마침 다른데 나와 있는데 그래도 집에 들르라고 한다.


들렀더니 부모님이 간식을 바리바리 싸주신다. 신경 써서 챙겨 주셨으니 조심히 가지고 달린다.


석포에서 승부 가는 길이 공사 중이다. 암기 1교부터 암기 2교를 지나 얕은 언덕까지다. 원래 작은 다리였던 암기 2교를 아예 새로 크게 놓는 중이다. 슬슬 걸어서 공사구간을 지나기로 한다. 이런 길일 줄 알았으면 MTB로 올 걸...


공사 구간을 지나면 작은 마을인 승부리가 나오고 승부리를 지나면 승부역이 나온다.


원래 마을 사람들이 차린 가게가 있는데 코로나로 관광열차가 중단되면서 가게들 역시 문을 닫았다.


아까 받은 간식을 여기서 펼쳐본다. 과일, 떡, 사과즙에 커피와 바나나까지 푸짐하다. 마침 가게들도 역도 운영을 안 해서 보급이 애매할 뻔했는데 감사히 잘 먹는다.


승부역은 막힌 길이다. 여기서 낙동강 방향으로는 낙동강 비경길이라는 트래킹 코스가 양원역으로 이어지고, 마을회관 뒤쪽으로 비룡산 임도가 소천 방향으로 나있긴 하지만 차로 가긴 힘든 길들이다. 그래서, 승부는 강원도의 끝자락 오지인 곳이다. 이제는 무인역이 되어버렸지만 승부역 역무원이 쓴 글귀가 승부역의 상징이 되어 있다.


이제 승부역 플랫폼을 걸어서 빠져나간다. 플랫폼 안쪽에 구름다리를 건너서 나간다.


작은 언덕배기에 작은 마을과 밭이 있는 승부리 마을이다.


막다른 곳이니 왔던 길을 돌아나가야 한다. 공사 중인 곳도 다시 걸어서 빠져나가고... 구불구불한 낙동강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22년 현재는 공사 구간이 모두 완료되어 개통되었다.


석포를 지나


달리다 보면 봉화 방향과 태백 방향이 나뉘는 길이 있다. 육송정 삼거리로 가려면 봉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금방 육송정 삼거리에 도착했다. 세워둔 차에 자전거를 싣고 돌아온다.


오늘은 소갈비를 먹기로 한다. 태백의 한우 고기는 맛있고 다른 곳보다 저렴한 편이다.


태백 시내에서 발원하는 낙동강 강물을 따라가는 코스다. 낙동강의 최상류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낙동강을 따라가는 길은 승부역에서 끊기고 다시 분천역에서 이어진다.


승부역은 언제 다녀와도 좋은 코스다. 처음 자전거를 타러 승부역에 내렸을 때의 그 청량감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공사 중인 구간은 공사 전에도 길이 나쁘지 않았는데 정비가 되면서 더욱 자전거로 다니기 좋은 코스가 되었다. 자전거를 타러 태백에 온다면 만항재만 갈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다녀가도 좋을 코스다. 특히 태백 인근 코스 중에서는 큰 오르막이 없는 코스라 초보자에게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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