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태백에서 넛재를 넘으면 만나는 마을인 소천면에서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다. 92km의 무난한 코스다. 터널을 두 번 지나가고 36번 국도를 잠시 달려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차량 통행이 적은 곳이라 큰 문제는 없다. 밑의 연두색 경로는 지난번에 수비면에서 출발했던 코스로 약간 겹친다.
소천면에 도착했다. 6월 선거를 며칠 앞둬서 그런지 마을 주민은 얼마 없는데 선거운동하는 사람들은 바글바글하다. 사람이 얼마 안 다니는 동네라 그런지 우리는 봉화군민도 아닌데 우리에게 열심히 선거 홍보를 한다. 늘 그렇듯이 면사무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출발한다.
소천면은 봉화와 울진과 태백이 만나는 교차점에 있는 마을이라 우리도 여러 번을 지나갔던 곳이다.
일단 31번 국도로 수비면까지 가야 한다. 31번 도로로 가장 가깝게 가는 방법은 바로 서쪽의 노루재 터널을 통과하는 방법이지만 노루재 터널은 자전거 출입이 금지된 추곡터널과 악명 높은 봉길터널처럼 터널이 좁고 긴 데다가 차들이 많아 자전거로 통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다. 노루재도 옛길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임기 쪽으로 간다.
임기 쪽으로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마을에서 빠져나갈 때 오래되고 컴컴한 현동터널 직전에 오른쪽 길로 가면 된다.
이 임기 쪽의 길이야말로 소천을 지나가는 낙동강 줄기를 따라가는 길이다.
길을 따라서 낮은 고개를 하나 넘어가면 태백에서부터 이어지는 낙동강 물줄기와 만나게 된다. 낙동강 상류는 예전에는 태백의 광업시설들로 인해 크게 오염이 되었는데 탄광이 폐쇄되고 광업소도 대규모 정수 시설을 갖춤에 따라서 눈에 띄게 오염이 줄었다.
다리를 두 개 건너 소천초등학교 임기분교장을 지나면 이제 31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삼거리에서 일월 방향으로 간다. 지난주에도 일월을 거쳐 수비로 갔었다. 이번에도 중간의 문암삼거리에서 수비로 가면 된다.
중간에 933번 지방도 분기점이 있다. 저쪽으로 가면 재산면 쪽으로 가게 된다. 우리는 일월 방향이다.
이 구간의 31번 국도는 두 자릿수 국도지만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서 달리기 좋다.
딱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수비면으로 가려면 터널을 두 개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차량 통행이 적은 곳이라 노루재터널처럼 골치 아픈 곳은 아니다. 먼저 봉화 터널을 지나가고 터널이 끝나자마자 다시 영양 터널을 지나야 한다. 터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봉화 터널과 영양 터널 사이가 봉화군과 영양군의 경계이다.
이제부터 영양군이다. 영양 터널을 나와서 쭉 내려가다 보면 이상한 고대 유적 같은 폐건물이 있다. 일제가 일월산에서 캔 광석을 분류하기 위해 만든 용화광산 선광장이다. 이런 시골 구석구석까지 일제 수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을 보면 참 악독하게 털어먹은 듯하다.
여름으로 가는 날씨인데도 단풍이 진하게 든 곳이 있다.
가는 길에 오리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마을이 있다. 나는 예전에 티브이에서 하던 광고를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데 그중에 오리리 카바마크라는 화장품 광고가 떠오른다.
영양사과 광고판이 있는 곳이 문암삼거리다. 지난번에도 지났던 곳이다. 여기서 좌회전을 하면 수비면으로 간다.
좌회전하자마자 한티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리 높지는 않은 언덕이다.
한티재에서 내려가면 바로 수비면 읍내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간다.
서울에서 먼 곳일수록 제비들이 많다. 새끼 제비들이 엄청 커져서 둥지 밖으로 삐져나오려고 한다.
다시 출발한다. 지난번에는 수비면에서 91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는데 이번에는 북쪽으로 올라간다.
수비면 아래 오기 저수지에서 흘러나온 장수포천을 따라서 한적한 길을 달린다.
이 장수포천은 수하계곡을 지나 울진으로 가서 왕피천이 된다.
개천을 따라 나무 터널이 잘 만들어져 있어 약간 더운듯한 날씨에도 나무 그늘 덕분에 시원하다.
이 근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청정 구역 중에 하나이다. 반딧불이 서식처로 유명하다고 한다. 국제 밤하늘 보호 공원이라는 아치가 있다. 근처에 영양 천문대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광해가 적은 곳 중에 하나라고 한다. 사람의 전깃불이 적을수록 광해가 적어 밤하늘을 보기가 좋은데 동해 바다는 온통 오징어잡이 배들 집광등이 깔려 있어 동해 방면의 내륙인 이곳이 밤하늘이 더 좋다고 한다. 아치 뒤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영양 천문대와 수하계곡을 지나 길이 끝나고 왼쪽으로 가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인 울진, 봉화 방면이다.
계속 광회리까지 917번 도로를 따라 달리면 된다.
작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한적한 길을 달리다 보면 계속 비슷한 풍경으로 조금 심심할 수도 있는 길이다.
이름 없는 작은 언덕 중간에서 봉화로 다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향하는 광회리는 울진군이다.
내리막길로 계속 달리니 슬슬 쉬고 싶어 진다. 이 근처는 보급이 그리 쉬운 곳은 아니기 때문에 보급할만한 곳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917번 도로가 거의 끝나는 곳에 작은 슈퍼마켓이 하나 있다. 음료수를 사서 마시며 잠시 쉬기로 한다. 마침 슈퍼 옆에 정자가 있어 편하게 쉰다.
작년에 태백에서 36번 도로를 최대한 피해서 울진까지 달린 적이 있는데 여기서부터는 그 길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머리 위로 36번 국도가 보이고 우리는 옛 36번 국도로 달린다.
광회리를 벗어나면 수비면에서 계속 따라왔던 917번 도로가 끝나고 36번 옛길을 따라간다.
광회리는 울진군이었기에 울진에 잠시 들렀다가 봉화로 넘어가는 셈이다.
머리 위로 계속 36번 국도 고가도로가 지나간다.
36번 국도가 성공적으로 직선화 되었다면 옛 36번 국도는 꼬부랑 고갯길이란 소리다. 먼저 꼬치비재를 넘어간다.
그리고 잠깐 마을로 내려왔다가...
분천2교차로에서 300m 정도 아주 잠깐 36번 국도를 달려야 한다. 낙동강에 짧은 다리 몇 개만 놓으면 아주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을들은 36번 국도로만 연결되지 마을끼리 연결되는 길은 거의 끊겨 있다.
매현교차로에서 36번 국도와 잠시 만났다가 소천면으로 빠지면 되는데 하필이면 길이 좁아지는 구간이다. 내리막길이니 차들이 오기 전에 후다닥 달려서 빠져나간다.
소천면사무소로 돌아오니 이제 선거 운동도 끝났는지 마을이 조용하다. 그리 긴 거리는 아니지만 오늘도 재미있게 잘 달렸다.
사실 오늘 코스는 경북에서도 조금 마이너한 곳이라 할 수 있다. 95km 정도를 달리지만 딱히 대단하게 들를만한 곳도 없고 중간에 대단한 맛집이 있는 것도 아닌 코스이다. 하지만, 그런 틈새 코스인 만큼 참 한적하고 조용한 길이다. 경치도 아주 대단하진 않지만 편안한 시골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용화광산 선광장이 자생화 공원이 되었으니 봉화터널과 영양 터널을 지난 후에 잠시 쉬어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