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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Aug 22. 2022

안면도 자전거 여행

배 타고 시작하는 안면도 자전거 코스

2022년 6월 11일


오랜만에 서해바다 쪽을 달리고 싶어졌다. 오늘은 안면도로 간다. 작년에 안면도에서 대천항으로 이어지는 해저터널이 뚫려 안면도로 가는 교통이 편해졌다지만 해저터널은 자전거로 건널 수는 없다. 오늘은 안면도 선촌항에 주차한 후 첫배를 타고 대천항으로 넘어가서 출발하는 98km의 안면도 코스를 달리기로 한다.

GPX 다운로드 및 코스 요약은 아래 링크로.

https://bicycletravel.tistory.com/67


서울에서 조금 일찍 출발해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달리니 대천에서 해저터널을 지나간다. 일찌감치 서둘렀더니 넉넉하게 안면도의 아래쪽에 위치한 선촌항에 도착했다. 8시 15분까지 배를 타야 하니 자전거를 간단하게 손보고 준비하려면 최소한 8시에는 도착해야 한다.  


선촌항에는 공중 화장실도 있고 여객터미널 대합실도 있다. 미리 검색한 대로 선촌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8시 15분이다. 대천항에 주차하고 출발해서 선촌항에서 오후 5시 반 배를 타도 되지만 혹시라도 막배를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전거 타는 내내 마음이 조급해지니 미리 배를 먼저 타고 편안하게 달리는 게 속 편한 방법이다.   


8시가 넘으니 여객터미널 대합실에 사람이 보인다. 뱃삯을 결제하고 표를 받아둔다. 배값은 1인당 7,200원에 자전거 비용 2,000원 별도다. 유류할증료가 있어 그때그때 조금씩 다른 듯하다.


배를 타게 되면 돌이킬 수 없으니 잊어버리는 것 없도록 준비를 한다. 8시 5분쯤 되니 들어오는 배가 보인다. 배 바로 뒤에 보이는 섬이 대천-선촌 항로 중간에 들르는 효자도이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배를 타는 것이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드문 것도 아닌 이미 익숙한 일이다. 배가 도착하면 사람들과 차들이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적당히 승선하면 된다.


보통 이런 연안여객선에서는 2층 올라가는 계단 바로 뒤쪽이 자전거 놓기 좋다. 자전거를 두고 2층 객실로 올라간다. 배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발한다. 자동차나 짐이 많으면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는데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이제 개통된 해저터널을 이용해서 육로로 가기 때문에 배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배에 들어온 차량 한 대는 바로 코 앞의 효자도에 가는 차다.

선촌에서 출발한 배는 바로 앞의 효자도에 잠깐 들러 포터 트럭을 한 대 내려주고 다시 출발한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뱃길이니 객실에서 멍 때리기보다는 밖에 나와 구경한다. 우리 말고는 다들 지역 주민들이라 그런지 객실에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 3층으로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니 선촌항과 원산안면대교가 보인다. 오후에 저 다리를 건너 선촌항으로 돌아가면 오늘 여정이 끝나는 것이다.


30분쯤 걸려 대천항에 도착했다. 오늘의 자전거 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대천항에서 보령시내까지 도로 옆에 자전거길이 있다. 작년 봄에 아산에서 대천을 지나 변산반도까지 달렸을 때 이미 지나갔던 길이다.  


올해는 이 자전거길을 장미 터널로 꾸며놨다. 한참 가꾸는 중인지 화단에 꽃을 심는 분들이 있다.


보령시내에 들어가기 전에 서해안 고속도로 고가다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앞 갯벌 사이로 길이 있다. 이 길은 갯벌 작업용을 하기 위해 만든 농기계용 도로로 차량 출입 금지 표지가 있긴 한데... 차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여기를 지나지 않으면 보령 시내까지 들어가서 보령 남대천교를 건너야 한다. 우리도 이 지름길을 건넌다. 밀물에는 잠기는 길 같은데 물때가 맞아서 다행이다.


좁은 길이지만 중간에 교행 하기 편하도록 이렇게 공간이 많다.


이제부터는 대천방조제길을 따라간다. 자전거길이 있긴 한데 영 상태가 안 좋아서 오히려 위험한 길이다. 차량 통행이 적은 길이니 무리해서 자전거길로 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멀리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발전소들은 물을 많이 쓰고 연료를 옮겨야 하니 보통 바닷가에 있다.


방조제길은 고정교차로에서 610번 지방도와 만난다. 여기서부터 당분간은 오천 방향으로 간다.


공사 차량 세척 때문인지 발전소 입구부터 도로가 물바다가 되었다. 당연히 발전소로 갈 것이 아니고 오천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살수차가 계속 바닥에 물을 뿌려놔서 자전거와 옷이 엉망이 된다.



짧은 구간에 국가 기간시설이 많은 곳이라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다. 일단 610번 지방도만 따라서 가면 된다.  


다시 바닷가로 나온다 싶으면 이제 오천항으로 들어가게 된다.


지니님은 칼국수를 좋아하는데 여기 오천항에 칼국수 맛있는 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 늦은 아침으로 칼국수를 먹는다. 


배를 채웠으니 다시 출발한다. 아침을 조금 늦게 먹었으니 열심히 달리다가 안면도 입구쯤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 오늘 코스는 바닷가에 최대한 붙어서 달리면 되는 길이라 길이 어렵지는 않다. 배를 미리 타고 건넜고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느긋하게 달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 소성삼거리에서 천북 방향으로 40번 도로를 달린다. 두 자릿수 국도지만 차가 그리 많지는 않은 곳이다.


바닷가 코스란 것이 다들 그렇듯이 은근히 오르락내리락하긴 하지만 남해 쪽의 낙타등 코스에 비하면 평지나 마찬가지다.


여기도 목장이 있고 목장에서 나온 우유로 만든 것들을 파는 카페가 있어 디저트를 먹을 겸해서 잠시 들러 간다.


점심시간인데 음료와 아이스크림 외에는 죄다 품절이다. 지니님은 우유 아이스크림, 나는 쵸코 반반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우유맛이 진하거나 특별하진 않다. 


적당히 쉬다가 다시 출발한다. 느긋하게 달리지만 짧은 일정은 아니다. 


여기 바로 윗동네인 남당항이 키조개로 유명하다면 천북은 굴로 유명하다. 남당항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천북굴단지를 지나간다. 지니님이 굴을 좋아하니 다음 봄에 한 번 다시 오기로 한다.


천북굴단지를 지나자마자 홍성방조제를 건너게 된다. 홍성방조제란 이름처럼 여기서 홍성군으로 넘어가게 된다.


방조제 끝에서 다시 자전거길이 시작된다. 여기서 시작된 자전거길은 남당항에서 해안을 따라가다가 서산방조제를 지나 안면도 입구인 원청삼거리까지 이어진다. 중간의 창리교차로에서 부석면으로도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고 고북면을 지나 해미읍까지 가는 길도 차 없는 길이라 여기 태안반도 인근은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여러 번 와야 할 곳이다.  


이 자전거길 자체는 남당항에서 끝나고 남당항부터는 해변 자전거길이 이어지는데 차량 통행이 많지 않으니 그대로 달리다가 어사리 쪽에서 자전거길로 들어가기로 한다. 


자전거길이 관리가 안 되어서 이렇게 달리기 안 좋은 길들이 있다. 조금만 관리를 해줬으면 싶지만... 그리 이용객이 많은 길이 아니라서 그런지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이 자전거길은 자전거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인도 겸용 자전거길이 되어서 그냥 도로로 달리기로 한다.


도로로 달린다고 해도 서산 방조제 입구에서 자전거길을 다시 따라가야 한다.


서산방조제 수문을 지나 궁리교 아래로 자전거길을 그대로 따라서 돌아가면 서산방조제 자전거길에 도착하게 된다. 


서산방조제를 지나는 96번 도로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곳이니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다만, 그렇게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곳은 아니라서 한참 식물들이 자랄 시기에는 자전거길이 온통 덩굴들로 뒤덮인다.


서산 방조제니까 여기서부턴 서산이다. 지자체들은 지형지물에 자기네 지명을 붙이는 것에 항상 진심이므로 서산 방조제가 홍성시일 리는 없다.  


서산방조제의 중간에는 간월도가 있다. 초행길이라면 잠깐 들러서 간월암도 둘러보고 쉬었다 가는 것을 추천하지만 우린 이미 여러 번 다녀간 곳이니 오늘은 그냥 지나간다. 아래 사진의 맨 왼쪽 끝의 작은 섬이 간월암이다.


관리가 잘 안 되어 있긴 해도 아예 못 다닐 정도는 아니다. 2018년도에 큰 비로 무너졌던 자전거길이 완전히 복구되어 있다.


시화 방조제길도 그렇지만 직선으로 쭉 뻗은 방조제 자전거길은 바다가 잘 보이는 것도 아니고 풍경이 단조로워서 심심하다. 바다 쪽으로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 삭막한 풍경이지만 오른쪽으로는 간척지의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오천항에서 아침을 먹은 후로 쉬지 않고 달렸더니 이제 쉴 때가 되었다. 서산 버드랜드 입구 굴다리에서 조금만 더 가면 큰 마트가 하나 있으니 쉬어가기로 한다. 이 근처의 간척지와 호수가 새들이 쉬어가기 좋은 곳이 되어 이 철새들을 관찰 체험하기 위해서 서산 버드랜드가 있다. 


간월도에서 서산  A지구 방조제가 끝나면 창리에서 B지구 방조제가 시작된다. 창리 교차로에서 부석면으로 이어지는 649번 지방도로도 자전거가 다니기 좋은 길이다. 오늘은 서산방조제를 따라 안면도로 가야 한다.


서산 A지구 방조제로 만들어진 호수는 간월호, 여기 서산 B지구 방조제에 의해 만들어진 호수는 부남호다.


당암리 쪽부터 자전거길이 96번 도로와 분리되어 마을길로 들어가면서 노면은 더 안 좋아지지만 자전거로 갈만한 길이다. 예전에 MTB도 아닌 도로용 자전거로 간척지 안쪽을 돌아다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참 비단길이라 할 수 있다.


다시 96번 도로와 만나는 길 끝에 원청교차로에서 자전거길은 끝난다. 그냥 깔끔하게 끝나면 좋겠는데... 위험한 고운 흙밭에....


횡단보도로 내려가는 길도 없이 잡초만 무성한데 플래카드까지 통행을 방해한다. 바닥에도 보이지만 여기는 횡단보도 맞다. 


여기서부터 안면도의 메인도로라 할 수 있는 77번 도로를 잠깐 1.5km 정도 달린다.


태안에서 안면도로 들어가는 길은 총 3개 루트가 있다. 하나는 이대로 77번 국도를 이용해서 안면대교를 건너는 것, 그리고 그다음은 여기서 우회전해서 육지와 안면도를 처음 이어주던 다리인 안면연륙교를 건너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드르니항의 꽃게다리다. 우리는 드르니항으로 간다.


처음 우회전하면 다시 나오는 갈림길이 안면연륙교를 이용하는 길이다. 우리는 그대로 다시 우회전해서 드르니항으로 간다.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면...


드르니항의 꽃게 다리가 보인다. 배들이 통행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높게 지은 인도교다.



드르니항 자체는 식당 몇 외에는 뭐가 없다. 다리를 건너 백사장항으로 간다. 인도교니 당연히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걸어간다.


일단은 다리 입구에서 자전거 금지라거나 하는 푯말을 보진 못했는데 보행자들이 있는 만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곳은 아닌 듯하다.


이제 안면도에 도착했다. 드르니항 반대편의 백사장항이다. 여기에서 간단히 회덮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적당한 식당에 아무렇게나 들어갔는데 잘 고른 것 같다. 회덮밥이 가격에 비해서 푸짐하고 맛있게 잘 나온 집이다.  


이제 전체의 2/3 정도 온 것 같다. 점심도 든든히 먹었으니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가야 할 길 이름이 참 직관적인 해안관광로다.


삼봉해수욕장 쪽으로 가면 바다를 더 볼 수 있긴 한데 끝에서 막혀 다시 빠져나와야 한다. 그대로 해안관광로를 달린다.


안면해수욕장 밧개해수욕장 입구를 지나서 계속 달리면 안면도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꽃지 해변이 나온다. 꽃지해수욕장의 상징인 할미할아비바위도 여전히 잘 있다. 


해안길을 따라 슬슬 달린다. 분명히 차들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바닥이 보도블록으로 되어 있는 만큼 그리 달리기 좋은 곳은 아니니 천천히 달리면서 경치를 즐기는 게 좋다.


꽃지해안길은 리조트 입구에서 끝난다. 보도블럭길이 해변을 따라 계속 이어지기는 하는데 결국 마지막에 비포장길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MTB는 여기서 계속 해변을 따라 달려도 괜찮지만 도로용 자전거는 빠져나가야 한다.


이제 큰길을 계속 따라 달려서 77번 도로와 만나면 선촌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제부터 공도로 달려야 하지만 본격적인 피서철은 아니라서 차량 통행이 많지는 않다. 


우리가 오기 직전에 잠깐 비가 왔나 보다. 땅이 젖어 있긴 한데 비가 오진 않아 다행이다.


고남면을 지나 고남교차로를 통과하면 원산안면대교로 선촌항이 있는 원산도로 넘어간다.


차량통행이 많지는 않지만 원산안면대교에 인도가 있으니 안전하게 인도로 넘어간다.


원산도부터는 다시 보령시이다.


선촌교차로에서 이정표를 따라서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내려가면 선촌항에 다시 도착한다.


개인적으로 이동하는데만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쓰게 되면 시간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왕복 5시간은 소요되는 이곳 보령까지 와서 당일치기만 하고 돌아가긴 아깝기에 대천해수욕장에서 하루 머물고 가기로 했다.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 가서 체크인하고 샤워하고 저녁 먹으러 대천해수욕장 앞으로 나온다. 


대천해수욕장 해변에는 조개구이집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그중에 괜찮은 곳을 지니님이 찾아내어 저녁을 배부르게 먹는다. 삼겹살, 그것도 냉동 삼겹살을 안 좋아하는 지니님이 그렇게 삼겹살을 잘 먹을 줄 몰랐다.


오랜만에 안면도를 다녀왔다. 노면이 깨끗하진 않지만 자전거길이 잘 이어져 있고 공도도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곳이다. 중간중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라 서울에서 가까운 바다 자전거 여행으로 추천할 만한 코스다. 


시외버스를 이용한다면 보령 종합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편이 좋지만 여름휴가철에는 대천까지 가는 시외버스도 운행한다. 역시 안면도에서도 안면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처럼 차를 세워둔 선촌항으로 돌아올 필요가 없으니 뱃삯도 아끼고 코스도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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