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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Feb 11.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1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라카이아까지 58km

2022년 12월 23일 -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1일 차


경로 및 거리: 크라이스트처치 국제공항 - 라카이아(Rakaia) 55km

총 주행 거리: 55km

겨울인데 자전거가 타고 싶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뉴질랜드로 자전거를 타러 가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자전거 옮기는데 노력과 시간을 최소한으로 투자하기로 했기에 콜밴을 불러서 서울에서 인천공항까지 자전거를 옮겼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 박스를 보내고 나면 헬멧과 안장가방 두 개만 남는다. 그대로 출국 수속을 한다.


대한항공을 탈 일이 그리 많지 않으니 인천공항 제2 터미널에는 정말 오랜만에 오는 것 같다.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라운지 서비스가 되는 카드가 하나쯤은 있다. 비행기 탑승 전까지 라운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1등석이 아닌 이상 기내식은 형편이 없으니 라운지 음식들로 배를 채운다.  


해가 저물고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었는데... 1시간 연착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10시간이 넘게 비행을 해서 오전 11시 좀 넘어서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뉴질랜드의 가장 큰 도시는 오클랜드이지만 수도는 남섬 북섬의 딱 중간인 웰링턴이다. 우리는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로 가야 한다. 큰 짐 찾는 곳에서 자전거 박스를 찾아서 다시 국내선 터미널로 가서 탑승 수속을 해야 한다.


오클랜드 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의 건물이 다르다. 셔틀버스가 있지만 기다려서 자전거 박스를 싣는 것보다 그냥 카트에 싣고 이동하는 편이 빠를 것 같아서 국내선 터미널까지 걸어간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1시간 연착되었는데 국내선 터미널의 뉴질랜드 에어 카운터에 가보니 우리 비행기가 2시 편이 아니라 1시 편이었다. 직원이 서둘러서 탑승 수속을 해주고 빨리 게이트로 가라고 한다. 가보았더니 여기도 30분 연착이다.  


오클랜드 2시간 반 정도 비행하면 남섬 최대의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한다. 남섬 최대 도시의 국제공항이라고 해봐야 제주공항보다 작다. 큰 짐 찾는 곳에서 잠시 기다려서 자전거를 찾는다.


크라이스트 처치 공항을 포함해서 뉴질랜드의 공항들은 공항 바깥 한편에 자전거 조립 장소가 있다.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르니 공항 안쪽의 한산한 곳에서 자전거 두 대를 조립해서 출발 준비한다. 원래 최대한 짐을 줄여서 안장가방 하나에 다 넣고 다니지만 이번에는 자전거만 타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간단한 트래킹도 해야 해서 운동화까지 가져와야 하니 짐 부피가 늘어서 내 자전거에 드라이백을 추가로 달았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트래킹은 필수다.

공항의 유심 센터에서 유심도 하나 구입한다.


포장하고 남은 박스를 버려야 해서 근처 직원에게 물었더니 박스를 어디론가 가져간다. 공항트래블 스토어란 곳에서 박스를 보관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팔도록 재활용한다고 한다.

이제 출발이다. 여기 화단 뒤에 자전거 조립 시설이 있다. 단순히 펌프와 수리공구가 붙어있는 기둥 3개일 뿐이라 대단한 시설은 아니다.


이제 공항에서 빠져나간다. 뉴질랜드도 영국 계열이라 좌측통행이 기본이다. 수십 년을 우측 통행하는 나라에 살다 보니 이런 나라에 오면 여행 내내 무의식적으로 우측통행을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오후가 되었으니 공항 근처 맥도널드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출발한다. 이제 해 저물기 전까지 55km 정도를 달려야 한다.


뉴질랜드는 도로망이 형편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도로용 자전거로 한 바퀴 돌려면 어쩔 수 없이 1번 국도를 타야 한다. 공항에서 빠져나가면 바로 1번 국도와 만나지만 최대한 1번 국도를 피해야 하니 Burnham까지 우회길로 달리기로 한다.


조금 달리니 녹차맛 마시멜로 같은 사일리지들이 잔뜩 있다. 따듯하고 푸르고 공기도 좋은 것이 우리나라 하고는 완전히 정반대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보다 땅이 3배나 넓은데도 인구가 10분의 1 정도로 사람이 적다 보니 여러 가지로 인프라가 부족하다. 남섬의 철도 역시 다른 나라처럼 유지가 안 되고 비싼 관광용 산악열차 노선 말고는 여객용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다.


이렇게 포장된 자전거길도 일부 있지만 도시를 나가면 포장된 자전거길은 거의 없으니 공도로 달려야 한다.



아직 크라이스트 처치 근처라고 마을들이 많은 편이다. 농업 국가다 보니 이렇게 농기계나 농업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Burnham에서부터는 우회길이 끝나고 이제 1번 국도를 달려야 한다.


뉴질랜드 최대의 휴가 기간은 12월 25일부터 1월 1일까지다. 23일이 금요일인지라 금요일 오후부터 다들 놀러 가는 분위기라 그런지 1번 국도에 차가 많다. 자동차들마다 카약이나 자전거를 꼭 싣고 있는 걸 보니 다들 휴가 가는 사람들이다. 뉴질랜드 남섬에는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같은 것이 없고 1번 국도라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왕복 4차선 이상의 도로가 쭉쭉 뻗어있는 것이 아닌 고작 2차선 도로이기 때문에 자전거도 한 차선을 차들하고 함께 달려야 한다. 그렇다고 차들이 유럽처럼 친절하게 자전거를 잘 배려해 주는 것도 아니다.


차들에게 신경 쓰면서 노면도 안 좋은 좁은 길을 달리니 지친다. Dunsandel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길가에 음수대와 휴식 공간이 있어 잠시 쉬어간다.


고작 왕복 2차선의 도로지만 그래도 1번 국도라고 갓길이 어느 정도 있다. 그렇다고 포장 상태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갓길도 다리를 건널 때마다 없어지기 때문에 다리 직전에는 후방에서 차가 오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연휴 기간이라 놀러 간다고 차들이 끊임없이 오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라카이아 강을 건너면 오늘 묵을 라카이아 Rakaia에 도착한다.  


라카이아는 생각보다 작은 마을이다. 자전거 여행할 때 묵고 갈 마을은 숙박, 식당, 슈퍼마켓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나마 이 요건을 충족하는 곳이다. 오래된 모텔이 있는 동네지만 오늘은 에어 B&B로 예약한 숙소에서 자기로 한다.  


집 안쪽 지붕 아래에 자전거를 두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뉴질랜드는 여러모로 열악하다. 큰 도시 외에는 다양한 식당을 바라면 안 된다. 주로 오후 4시 전에 문 닫는 카페와 저녁 장사는 하는 레스토랑, 그리고 좀 더 늦게까지 문을 여는 술집들이 있는데 여긴 작은 마을이라 문 연 곳이 술집 밖에 없다. 그것도 오래된 모텔에 딸린 작은 술집이다. 튀김 안주 밖에 없기에 주문해서 맥주와 함께 저녁 삼아 먹는다.


비행기들이 연착되긴 했지만 큰 문제없이 잘 도착해서 첫날 60km 정도를 달렸다. 아직까지 뉴질랜드의 열악함을 몸소 체감하지 못해서 그런지 별 생각이 없는 날이었다. 맑은 공기와 따듯한 날씨와 푸른 하늘이 그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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